개원가는 학회와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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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는 학회와 함께 가야 한다
  • 승인 2003.03.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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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존조건 중에서 물과 공기와 햇빛은 절대적이다. 한 가지라도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그런데 이들 요소는 생활 주변에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가치를 망각할 때가 간혹 있다.

어찌보면 인간이 가치를 망각해서라기보다 양자를 둘로 나누어놓고 어느 한쪽의 가치를 더 높게 부여하는 습성이 붙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연보다 사람을, 객체보다 주체를, 타자 보다 자아를,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다보니 지금의 사회문제를 유발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의계 내에도 이런 이분법과 가치 전도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학문보다 개원을, 기초보다 응용을, 원전보다 실험을 중시하는 경향은 우리 스스로도 목격할 수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학회보다 개원가가 우월적인 지위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학회장의 사퇴가 운위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립의 시초는 보수교육 평점 1점을 둘러싸고 빚어졌지만 내용을 곰곰히 뜯어보면 개원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관행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행이 굳어진 데에는 임상계가 학회에 비해 회원 숫자와 물적 기반이 공고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학문이 임상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주느냐를 둘러싼 논쟁으로 귀결된다. 임상계가 학회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이면에는 참여해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아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고가 깊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지부, 분회, 회원으로 내려갈수록 더하다는 느낌이다. 중앙회야 어차피 학회를 동반자적 으로 대하지 않으면 일처리의 공신력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학회의 존재를 무시할 없지만 지부, 분회, 회원은 이해관계가 피부에 와닿지 않은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비공식 임의학회라는 대안이 많은 것도 공식 학회의 존재가치를 의식하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같은 학회조차도 하나같이 임상적 도움이 클 때에만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들이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해관계가 있는 일을 우선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도 있다. 개원가가 다 할 것 같은 일도 공신력 그 하나를 위해서 정식 학회의 의견서를 첨부해야 할 일도 많다. 가까이는 5개월밖에 남지 않은 ICOM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학회가 할 일도 많다. 200편 가량되는 논문을 학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학회가 살아야 개원가가 산다. 설사 학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시간을 갖고 학회를 배려하고 지원하는 아량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타 직능에서 학회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한번쯤 고찰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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