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사라져가는 것들이 머무는 집
상태바
[영화읽기] 사라져가는 것들이 머무는 집
  • 황보성진
  • 승인 2020.03.20 07: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읽기┃집 이야기
감독 : 박제범출연 : 이유영, 강신일
감독 : 박제범
출연 : 이유영, 강신일

코로나 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자체 자가격리의 시간도 계속 연장되고 있다. 요즘 꽃샘추위로 인해 아직 춥다고 느껴지지만 그 사이 핀 꽃들을 보면 어느 덧 봄이 우리 곁에 찾아온 듯 하다. 그러나 이 봄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우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역으로 집에만 있다 보니 대화가 부족했던 가족들의 경우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보게 된다.

혼자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는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가고 정착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자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고향 집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인천에서 24시간 출장 열쇠를 전문으로 하는 아버지 진철(강신일)은 가족들이 떠나버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와 단 둘이 지내게 된 은서는 고향 집에서 지내는 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고, 평생 닫힌 남의 집 문만 열던 진철은 은서를 통해 자신의 가족들에게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제목만 봐서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 <집 이야기>는 집이라는 소재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가족 간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영화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작품답게 딸은 인터넷신문 시대에 종이신문의 편집기자로 일하고, 아버지는 디지털 도어락 세상에서 오직 열쇠공으로서의 기술만을 고집하는 등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히 그들의 집 안에는 시간이 멈춘 듯 자리한 손때 묻은 가구들, 빛바랜 종이 달력, 인화된 필름 사진, 보리차가 끓고 있는 난로, 486컴퓨터 등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 오브제들이 보여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추억 속으로 빠지게 한다. 필자 역시 한 집에서 40년을 살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묻어나는 감성의 느낌이 확 와 닿으며 이제는 재개발로 인해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은 우리 집을 추억하며 어느 새 울컥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집 이야기>는 오래된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을 가만히 어루만지고 있다.

그리고 집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끝내 가족과 헤어져 살아가며 스스로 창문 없는 방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버지의 집에서 떠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집이 아닌 항상 머무르고 싶은 집을 찾고자 했던 딸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서서히 이해해 나가는 장면은 어디 선가 많이 본 듯하지만 <집 이야기>에서는 가감 없는 현실 부녀의 모습으로 표현하면서 멀었던 둘 사이의 거리를 점차 가깝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의 집에서 딸은 방황하고 있는 자신 삶의 열쇠를 찾고 있었을 것이며,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 바로 아버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유영과 강신일의 연기가 찰떡 궁합인 <집 이야기>는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의 후보작으로 출품되었으며 따뜻한 감성의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화려하고 멋진 집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람 냄새 가득한 집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배경재 2020-03-21 18:42:59
집이야기 감명깊게 본영화 개인적으로 1위!!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