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Anim ma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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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Anim malgo
  • 김영호
  • 승인 2020.03.1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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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의사
김영호
한의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한국’은 실패에 가혹한 나라다. 단 한 번의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그 문화 덕에 Try에는 소심해지고 Result에 벌벌 떨게 됐다.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한다. 잘 하려고 긴장하고, 잘 되려고 애쓴다. ‘잘 해야 돼, 잘 해야 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간절하다고 잘되는 것 같지만은 않다.

최고의 성적을 내는 Top 프로 선수들 중에 속칭 <똘아이>가 많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착한 선수들의 실패 사례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착한 선수들은 팬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회적인 평판은 좋겠으나 이런 선수일수록 실패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과해서 긴장하게 되고 동작은 경직되어 부자연스러워진다. 이런 경직은 대부분 낮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실패나 실수에 덜 민감한 선수는 ‘실수 좀 하면 어때? 일단 피곤하니까 오늘은 쉬자’ ‘매일 잘하면 사람이냐? 로봇이지.’ ‘에잇! 못해먹겠다. 이거 안 되면 다른 일이나 하자.’같은 방식으로 어두운 마음을 툭 던져버린다.

재테크도 그렇다. 한 분야에 전 재산을 투자하면 매일매일 시세 변화에 따라 마음이 혼란스럽다. 불안감은 점점 일상을 잠식하고,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신의 생각대로 하면 실패할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은 늘 성공하는 것 같이 보인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비쌀 때 따라 사고, 가격이 급속히 내려갈 때 따라 팔게 된다. 올랐을 때 팔고, 내렸을 때 사는 투자의 기본원칙에 정확히 배치되는 행동을 하지만, 마음속의 불안함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들을 따라가는 것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난 후에 잘못된 선택임을 알지만 90%의 우리는 그 후에도 동일한 선택을 반복한다.

사랑도 다르지 않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 라는 절박한 마음은 연애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간절해지면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이 불쑥 튀어 나온다. 원래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여주기도 전에 관계는 마무리 된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인연이 안 되고, 친구였던 이성과 연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간절할수록 결과도 나아진다면 좋겠지만 간절함은 어느 선을 넘어서면 독(毒)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소형차로 속도를 계속 높이다보면 차가 흔들리고 불안해지듯, 간절함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내려놓아야 할 때와 만난다. 과도한 간절함이 독(毒)이 되는 순간은, 시도 때도 없이 그 대상이 떠오르는 바로 그 때다. 이 순간이 바로 그 간절함을 내려 놓아야 때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도 그곳에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실패나 절망스러운 시기가 또 다른 성공으로 가는 필수적인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꼭 바라는 일이 생겨서 간절해진다 싶으면 마음속으로 ‘아님 말고...Anim malgo’를 불러본다. 마법의 주문처럼 혼자 중얼중얼 하다 보면 꽉 진 주먹의 힘이 빠지듯, 마음의 긴장도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 든다.

‘법대로 살아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법(law)도 법이겠지만, 또 다른 의미의 법도 있다. 한자어 속성처럼 물(氵)이 흘러가는(去)대로 사는 것도 법(法)이다. 정말 원하던 일이 안되고 실패하는 것도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법(法)이다.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운(運)이 도와준 것이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세상에는 훨씬 많다.

실패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한 후에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삶이라는 길이 사라지는 법은 없다.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하기 싫었던 낯선 길 위에 새로이 서 있을 뿐, 우리는 다시 걸어야 한다. 다만,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냥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걸으면 된다. 그때는 그래도 된다. 걷기 힘들면 일부러 힘을 내지 말고,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괜찮다.

자율 주행 자동차처럼 우리의 삶도 사실은 <운명적 자율주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적의 경로로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스마트 핸들을 꽉 쥐고서 오히려 운전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간절히 꽉 쥐고 있던 핸들을 놓고, 전후좌우를 느긋하게 바라보면 새로운 풍경과 기회가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운명의 바람이 느껴진다. 그 바람을 느끼고 가야할 방향을 알게 되면 애쓸 필요가 없어진다. 등 뒤의 순풍을 받아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 있고, 나의 한 걸음은 남들의 수십 걸음보다 커지는 순간이 온다. 그 바람을 찾을 때 까지 필요한 것은 기다림과 다시 일어서는 일이다.

여기가 아닌가? 아님 말고! Anim mal go? Jus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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