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고 보자’, ‘남의 탓’만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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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기고 보자’, ‘남의 탓’만 거듭
  • 승인 2004.09.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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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문제 해결은 정보 공유가 관건

한약재 문제를 정부나 관련 단체 모두 ‘이 고비만 넘기고 보자’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발상만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한의약 산업을 국제 경쟁력 있게 육성해 세계에 내 놓겠다는 정부가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 놓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돼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한약재 제조·판매회사 직원 A씨는 “업계의 이권과 한약재를 재배하는 농민 문제가 걸려 있고, 문제가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데 정부나 업계가 무엇 때문에 나서겠냐”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한약재를 환자에게 투약하는 한의사나 제약업계, 그리고 식품업계가 원료의 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약회사에 납품되는 한약재는 대부분 외형적으로 시중 한의원에는 공급하기 어려운 한약재라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한방의료기관에 판매되는 길경을 제조하면서 버려지는 뇌두 부분을 한 데 모아 제약회사에 납품한다고 말했다.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원재료의 형태나 상태를 확인할 수 없고, 효과도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는 맹점을 틈타 저급 한약재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또 1차 소비자인 한의사도 한약재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인 혼합엑스산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약제제 급여 상한 금액이 정해져 있고, 한방의료기관 납품 때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약재의 질을 고려할 수 있겠느냐”며 “한약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약재의 품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약이 대중화되고 발전하는 길을 ‘값’이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의료기관에서 투약되는 한약도 결코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약재 품질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감별 능력도 부족한 상태에서는 외형적 모습과 가격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은 없이 ‘앞으로 잘 해보자’라거나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약제조협회·도매협회 등 5개 단체가 결성한 한약발전연합회가 내건 ‘불법·불량한약재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플래카드나 정부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한약 품질향상 대책’ 모두 앞으로 잘해보자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또 한의협이 1일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직무유기’라며 근본적인 관리 체계 구축을 주장한 것 역시 현재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한약규격집에 약재의 기준이 정해져 있고, 한약재에 대한 GAP·GSP·GMP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로 한약재의 품질을 제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한약재 시장 규모가 작아 세 가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시기 상조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최대의 소비자인 한의사가 현재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실태를 모르고 있거나 과거에 구입하기 어려워 관행적으로 인정한 것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라며 “제조·유통 업계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한약재에 대한 정보가 한의계를 비롯한 전체 업계에 공유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의협의 모 이사도 “현재 한의원에 공급되는 약의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방송에서 보도된 한약재는 아주 극히 일부”라고 주장하고 등 현황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의협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한의계에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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