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경 시평] 의료인, 신종 감염병 대응과 원격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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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시평] 의료인, 신종 감염병 대응과 원격 의료
  • 한은경
  • 승인 2020.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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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 경경기 고양채영한의원 원장
한 은 경
경기 고양채영한의원 원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의료기관의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이 한시적으로 가능해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몇몇 대형병원에서만 허용되었던 것과 달리 전국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해 차이가 확연하다. 대구시청에서 제공하는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31일 기준 대구 확진자 2,569명 중 623명이 대구시의사회의 전화 상담을 이용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의 사례도 있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평상시 복용하는 처방약에 대한 수요도 있어, 전화 상담 이용 환자가 전국적으로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도 반복적인 신종 감염병에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번 조치는 원격 의료 맥락에서 이해가 필요하다.

원격 의료는 원격 진료 외에 원격 진단, 원격 모니터링이나 각종 모바일 헬스케어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넓은 의미로, 원격 의료가 모두 원격 진료는 아니다. 그간 원격 의료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면진료를 하지 않아 오히려 환자 안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가, 물리적 거리가 극복돼 오히려 지역 격차와 대형병원 쏠림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기술과 자본이 도입돼야 한다면 의료비용은 더욱 비싸지고 공공성이 저해되는 것은 아닌가 등이다.

그럼에도 여러 나라의 원격 의료 시행 배경은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교통이 불편한 의료취약지에서의 의료 수요를 충족할 보건권의 연장선에서 읽힌다. 원격 의료는 미국과 호주,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 세부적으로 범위를 달리하여 시행되고 있다. 2017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서는 원격 의료(telehealth)가 환자 상태 모니터링, 만성질환자 교육 및 상담, 행동치료에서의 심리적 지지요법 등의 영역에서 평가된 효과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원격 의료의 기술적 뒷받침이 될 장비는 국경을 넘나들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활용할 것인지 세부 정책과 의료인 역할에 따라 결과는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감염병 확산 방지는 원격 의료가 구현할 수 있는 보건권의 또 다른 차원으로 작용하게 됐다. 랜싯(The Lancet Public Health)에 실린 228일자 기고문에서 프랑스의 연구자들은 기업의 코로나19 대응책 중 하나로 근로자에 대한 정기적인 팔로업을 원격 의료(telemedicine)로 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감염병의 명칭이 바뀌더라도 반복될 수 있는 얘기다.

우리나라 현행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이 되고 있는 대면진료 원칙은 의료법 제 171항 등에 거론된다. 원격 의료에 관한 조항은 동법 제 34조인데, 의료인 사이의 자문만 언급한다. 이에 지난 2002년 이후로 원격 의료 대상을 환자로 하고, 시행범위, 자격(면허)요건, 수가, 장비 요건,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정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수차례 등장했다 사라졌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도 여러 차례 했다. 최근만 봐도 2018년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서도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포함됐고, 2019년부터는 강원도가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로 지정돼 있다. 무엇보다 IT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재빨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원격 의료 실효성 검증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에서 의료법 제 34조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개정되지 않았고, 지난 여러 번의 시범사업이 정작 본사업으로는 이행되지 못했다.

이번 조치는 감염병 현장의 요구에 부합한 신속한 위기 대응책으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원격 진료라는 방식 자체에 내재한 취약점과 우리 의료환경에서의 선결조건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을 모두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둔 후속 조처로 이어져야 한다. 원격 진료로 인해 지금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료인은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환자의 상황을 판단하게 되는데, 의료인의 재량을 허용하였으면서도 현재 미비한 법적 토대 때문에 추후에 책임이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앞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과 같이 불가피한 상황이 다시 온다면, ·정책적 측면에서 보다 정비된 형태의 원격 의료가 활용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현재 확진자에 대한 일부 지자체 차원의 한의진료가 전화 진료 형태를 포함하고 있는데 경증 환자와 자가격리자를 중심으로 환자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접촉 최소화라는 원래 취지에 충실하게 전화상담 및 처방을 운용하고, 향후 정책연구의 영역에서는 상시근로자수 등의 기준으로 분류한 한의의료기관 규모나 한의사 고용형태별로 나누어 원격 진료를 포함한 원격 의료의 세부 분야를 놓고 그 영향을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각주)-----------------
1)http://www.daegu.go.kr/mobile/index.do?menu_id=00936553&menu_link=/icms/bbs/selectBoardArticle.do&bbsId=BBS_02098
2) 이한주. 원격 의료제도 현실화 문제와 개선방안. 한국의료법학회지2018;26(2):25-50.
3) 김현주, 허정식. 우리나라 원격 진료의 시범사업과 의료법의 문제점. 한국의료법학회지
2015;23(1):7-20.
4) Tuckson RV, Edmunds M, Hodgkins ML. Telehealth. N Engl J Med 2017; 377:1585-1592.
5) Fadel M. Salomon H. Descatha A. Coronavirus outbreak: the role of companies in preparedness and responses. Lancet Public Health. Published: February 28, 2020. https://doi.org/10.1016/S2468-2667(20)30051-7
6) 집에서 전화진료…'원격 의료' 가능성 점친다. 전자신문 2020. 3. 3. 
https://www.etnews.com/20200303000284
7) 코로나19 확진자 전화진료 참여 한의사 모집. 한의신문 2020. 3. 5. 
 http://akomnews.org/bbs/board.php?bo_table=news&wr_id=38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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