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인공지능의 시대, 한의학 교육: “노잉(knowing)”을 버리고, “비잉(being)”하고 “두잉(doing)”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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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인공지능의 시대, 한의학 교육: “노잉(knowing)”을 버리고, “비잉(being)”하고 “두잉(doing)”하라
  • 승인 2020.03.0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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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에이트

최근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한의대생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환자 중심의 진료가 가능할 수 있는 한의학 교육체계를 갖추어 가려는 노력이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교육 변화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변화에 대한 저항 등으로 그 속도는 세상의 변화에 비해 더디가고 있는 듯 하다.

이지성 지음, 차이정원 출간
이지성 지음, 차이정원 출간

다가올 세상이 지금의 변화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변화의 가장 중심에는 인공지능의 진화가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를 통해, 인공지능의 진보로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오고 있음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보여주며,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과 직업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면서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교육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늦어도 10년 뒤부터 인공지능이 인류를 초월하기 시작할 것이며, 특히 지식 정보 기술 분야는 인간이 따라 갈 수 없는 경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명한 미래과학기술 예측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드가 수확가속의 법칙을 적용하여 예측한 바에 의하면, 2029년에는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며, 2045년에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고 하였다. 10년 후라면 지금 예과1학년이 아직 나이 서른, 2045년이라 해도 그들은 아직 마흔 중반의 한창 푸르른 나이일 것이다. 지금 강의실에 앉아 있는 그들은, 집전화만의 생활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진화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더 커다란 격랑 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최근 싱귤레러티대학교, 미네르바스쿨의 설립, 하버드·스탠포드·예일대의 교육 혁명,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세운 애드 아스트라의 교육내용, 바칼로레아 교육 과정을 전격 도입한 일본 교육의 변화 등이 보여주듯이 코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결국 “교육”이다.

저자는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의 핵심 가치로, 인공 지능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인간 고유 능력, 즉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능력(Empathy)’이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할 줄 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으로, 한의사로서 고통받는 환자들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고 느낄 줄 알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창조적 상상력(Creative imagination)이란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있던 것에 혁신을 일으키는 능력으로, 한의학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한의학을 만들어 나가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공감능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여덟가지 대안, 즉 “(1) 디지털 차단하고 하라. (2)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 (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4) 생각의 전환, 디지인씽킹하라. (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를 제안한다. 결국 에이트란, 아무리 세상이 변화하더라도 인간 이해에 기반한 공감능력과 봉사정신, 철학적 사고에 바탕한 창의성을 가진 인재들이 앞으로 올 세상의 중심에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할 우리는 앞으로 한의학 교육이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제 강의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나는 한의학 교육 변화의 시작을 “노잉을 버리고, 비잉하고 두잉하는”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육개혁의 핵심 키워드이지만, 한의사 양성 과정에서도 중요한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지식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인식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치와 신념을 만드는 교육, 지식보다 실제 실력과 역량을 찾아가는 교육, 그리고 현재 한의학 모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창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으로 지금 바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온 지금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서,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지도자로서 이 세상을 이끌어갈 그들을 위해서, 교육의 최일선에 서 있는 교수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학생들과 함께 교육의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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