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의과공보의들이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되어 헌신하고 있다. 현장에서 하는 일과 한의사가 감염병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기도감염지원부에 파견돼 있는 김형진 공보의에게 들어보았다.

▶현재 근무지와 현재 코로나 관련해서 어떤 업무를 맡았나.

경기도 북부이동진료반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원래 하는 일은 경기도 북부지역 중 의료 소외 지역으로 출장을 다니며 2년째 진료를 하고 있었다. 현재는 경기도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임명을 받아 경기도 분당에 있는 ‘경기도감염지원부’ 소속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는 일은 경기도내에 확진자가 생기면 관할 보건소로 찾아가서 상황 및 확진자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를 받고 역학조사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감염병이라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는데 코로나 관련 업무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계기를 말해달라.

코로나19가 이정도로 확대되기 전에는 경기도의료원 입구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예진하여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일을 했었다. 그런데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경기도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임명을 해줬고, 그 이후로는 분당에 있는 ‘경기도감염지원과‘로 출근을 했다. 이 시기쯤만해도 뉴스로 접해서 이번 코로나19의 중국 우한에서 심각성은 알고있었지만, 그 동안 감염병들을 직접 피부로 체감한 적도 없고, ‘설마 우리나라도 저렇게 확대가 될까?’라는 생각이 많았었던 것 같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나.

하루 종일 대기 상태다. 경기도에서 확진자가 나면 일사분란하게 역학조사관들에게 파견지역을 분배해준다.

지난 목요일(2월20일)부터의 스케줄을 말하자면 저녁 7시 식사 중에 출동연락을 받고 관할보건소에 출근해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21일 새벽 1시까지 짰다. 이동 동선은 주로 확진자와의 유선연락을 통한 진술과 카드내역을 조사해가며 전체적인 동선을 짠다. 이 당시만 해도 한 site에 갈 때 마다 4명 정도의 역학조사관들이 파견되어서 그래도 비교적 빨리 동선이 나왔다. 그 이후 집에가서 잠깐 잠을 자고 21일 아침 8시에 다시 보건소로 출근해서 새벽에 만든 동선으로 직접 현장에 가서 cctv를 찾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된 접촉자를 분류하여 최대한 접촉자의 신상을 찾아서 연락을 취합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외부로 돌아다니고 보건소로 다시 돌아오면 저녁 8시 정도 된다. 이 때부터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같이 일하는 역학조사관들과의 회의를 통해 14일 동안 격리해야 할 접촉자와 보건교육정도로 마무리할 접촉자를 분류하여 보건소에 명단을 제출하고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면 하루일과 마무리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매일 밤 11~12시 정도 된다. 그리고 취침 후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에 출장스케줄이 정해지면 오전에 바로 다시 출근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윤자민, 박찬일, 최형준 공중보건한의사 선생들 모두 나보다 더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역학조사관을 한지 2주차지만 쉬는 날 없이 계속 위와 같은 스케줄을 진행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경기도 자체가 서울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매우 길고, 가만히 보건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어야하니 가면 갈수록 지친다. 요즘에는 역학조사관이 부족하여 한명의 역학조사관이 하루에 2건의 일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식사를 할 시간도 거의 없는 스케줄 속에서 계속 긴장상태로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로하다. 또한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나 역시 ‘어차피 그냥 감기바이러스인데 왜 저렇게까지 걱정이지?’하는 마음이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있었다. 하지만 확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확진자들이 다녀간 site를 조사해서 주변인들을 격리하다보면 대부분의 확진자들은 지금 현재의 자기 병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에게도 전염을 시켰을까봐, 그리고 치료를 다하고 나가서의 사회생활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나 역시도 역학조사를하며 확진자들이 다니던 직장, 아파트들을 찾아가서 접촉자분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지만 그에 따라오는 반응을 직접 경험한 뒤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해 두려움이 생겼다. 즉, 병보다는 그에 따라오는 사회적인 시선이 더 무서워진다.

▶많은 한의과 공보의들이 코로나 관련 업무에 참여를 희망하지만 선별진료소에는 투입이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한의사로서 아쉬운 점은 없는가.

물론 나도 한의사다보니 한의사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인정한 의료인 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범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선별진료소 업무 외에도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있어서 내가 하는 역학조사관일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기도내 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현재 일하는 역학조사관들의 피로도가 매우 가중이 되어있는 상태라 많은 한의과 공보의 선생님들이 역학조사를 하는 일에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감염병 영역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한의학이 발달한 분야 중에 하나가 예방의학이라고 생각한다. ‘治未病(치미병)’은 한의사라면 다들 알고 있는 말이다. 요즘 바이러스의 예방약으로 옥병풍산을 많이 사용 중인 것 같은데 이처럼 면역력에 우수한 한약으로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의사로써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며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는 것도 우리 한의사들 특히 공중보건을 위해 애쓰시고 있는 공중보건한의사들이 반드시 일선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바이러스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인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많은 공중보건한의사 선생님들이 함께 이번사태에 지원하고 참석해주셔서 정부와 공무원들에게도 한의학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 주고, 국민건강에 큰 기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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