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령탕 – 스테로이드 대체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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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령탕 – 스테로이드 대체자!①
  • 권승원
  • 승인 2020.02.2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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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12)
권승원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화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23세 여성.

우측 다리 수술 후 병변부 켈로이드에 대한 한의진료를 원해 내원했다. 운동 도중 발생한 발목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수술부위 켈로이드가 발생하여 피부과에서 외용제와 트라닐라스트를 처방 받아 사용 중이었다.

스테로이드 유사작용을 가진 “A”를 처방해보기로 하고, 2주 1회 진료를 진행하였다.

복용 직후 가려움, 압통, 자발통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복용 4주차부터는 병변부 홍조경향, 경결감, 종창감이 경감되기 시작하여 12주 후에는 외관상으로 매우 큰 호전을 보였다. 부작용 발생여부를 체크하기 위하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진행하였으나, 특별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문진 상으로도 마른기침이나 부종은 확인되지 않아 부작용 없이 치료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환자 희망에 따라 4주간 추가복용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시령탕(柴苓湯)이다. 중국 후한시대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한 소시호탕과 오령산의 합방으로 『태평혜민화제국방지남총론(太平惠民和劑局方指南總論)』에서 그 첫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한방에서는 항염증효과의 대표 처방으로 ‘소시호탕’을 꼽는데, 여기에 이수효과의 대표격인 ‘오령산’을 합방한 처방으로 보아, 염증제거와 동시에 염증으로 인한 국소 또는 전신의 부종을 억제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적용해야 하는 질환에 그 대체제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시령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반하 복령 택사 저령 백출 인삼 황금 감초 대조 계피 생강

(이탤릭체는 소시호탕, 밑줄은 오령산 구성약물)

효능효과: 구역, 식욕부진, 목마름, 배뇨량 감소 등을 보이는 다음 상황: 수양성설사, 급성위장염, 여름탐, 부종

주요 약리작용: 이뇨작용, 수분대사조절작용, 내인성 스테로이드 분비촉진작용, 항염증작용, 섬유화 억제작용

 

시령탕 활용의 발전사

시령탕은 앞서 언급한대로 중국 송대(宋代)에 출간된 『태평혜민화제국방지남총론』에 첫 모습이 남아있다. 화해법(和解法)을 적용해야 할 상한(傷寒), 상풍(傷風)에 대한 처방으로 소시호탕을 언급하며, 가감법 중 하나로 소변불리(小便不利)가 함께 나타났을 때, 오령산을 합방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비록 “시령탕”이라는 정확한 명칭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소시호탕과 오령산을 함께 사용하도록 한 첫 기록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후, 원대(元代) 위역림(危亦林)이 편찬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이르러 비로소 ‘시령탕’이라는 이름 석자가 제대로 등장하게 된다. 상풍, 상서(傷暑), 학(瘧)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를 내는 처방이라 소개하면서 소시호탕과 오령산을 합하여 시령탕이라 이름 붙임을 명확히 하였다. 동시에 해학(痎瘧)에 대한 처방으로 시령탕을 소개하였는데, 구학(久瘧: 가 맥문동, 지골피), 서증(暑證: 오매, 맥문동, 지골피) 등 각 상황에 맞는 가감법까지 함께 제시하였다. 이후 『설씨의안(薛氏醫案)』, 『단계심법부여(丹溪心法附餘)』, 『만병회춘(萬病回春)』 등 다수의 의서에도 열다한소(熱多寒少), 번갈(煩渴), 설사(泄瀉) 등의 증상을 보이는 학질(瘧疾), 온열병(溫熱病)에 대한 처방으로 등장했다. 여기까지는 철저히 소양병(少陽病) 처방인 소시호탕의 변방으로서의 활용이었으며, 요약하자면 발열을 동반하여 탈수에 이르러가고 있는 감염성질환, 그리고 그 감염성질환에 동반된 설사를 주요 목표로 하였다.

역대 문헌 중 위 내용과 다른 독특한 사용법을 보여준 사례는 『경악전서(景岳全書)』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서적과 동일하게 시령탕을 발열과 설사가 동반된 증례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가감시령탕이라는 시령탕변방(거 인삼 황금 계피 대조 생강 가 치자 산사 여지핵)을 제시하였는데, 이 처방의 주치를 모든 산증(疝症)이라 언급한 것이다. 감염성 질환에만 응용되던 시령탕의 응용범위가 비뇨기계 영역으로 확장된 첫 사례이다. 이후, 근대 들어 시령탕 활용의 대전환이 될 수 있는 보고가 있었다. 일본의 오츠카 케이세츠가 『한방과 한약(漢方と漢薬)』에서 시령탕을 “수종(水腫) 환자가 소시호탕증을 보일 때 사용하는 처방”이라 언급을 한 것이다. 소시호탕의 변방이 아닌, 오령산의 변방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별 것 아닌 듯 하나, 필자는 시령탕의 응용범위가 감염성 질환이나 설사가 아닌, 비뇨기계 질환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되는 보고가 아닌 가 생각한다. 이어 야가즈 도메이는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제14권 제8호에서 “소아 신증후군에 시령탕을 활용한 증례”를 보고했다. 당시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우려하던 신증후군 환자에게 시령탕을 사용했고, 우수한 효과를 경험했다는 증례를 소개한 것이다. 이는 단순 증례보고였다. 하지만, 이후 시령탕은 스테로이드가 필요한 다양한 비뇨기계 질환에 널리 응용되게 되었고, 그 효과가 몇몇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되면서 시령탕의 응용범위가 넓어지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우연(?)을 계기로 시작된 시령탕의 응용범위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언급한 몇몇 증례와 지속적인 실험연구를 통해, 현재 시령탕은 “항염증효과+항부종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히, 스테로이드 유사효과(시상하부에서 부신피질 자극호르몬 방출인자(CRF) 분비를 자극하여 내인성 스테로이드 분비를 항진시키는 작용)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스테로이드 대체제로서 각광받게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감염성 질환 보다는 비뇨기계 질환 외 각종 질환에 과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게 되었다(궤양성 대장염, 자가면역성간염, 삼출성중이염, 벨마비, 난임, 대상포진 후 신경통, 켈로이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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