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훈련이 있었기에 프랑스에 유능하고 창의적인 철학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발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국민들은 사물을 보는 눈, 읽는 눈을 가질 수 있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의 강자로서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상황을 우리 한의학계로 옮겨놓아 보자. 기초와 임상 양대 축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가? 한의계 구성원 하나하나는 자기의 주관을 갖고 한의학의 내일을 맞이하고 있는가? 학생은 학문연마에 매진하고 있는가? 교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개원가는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는가? 학회는 대체의학에 맞서 한의학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가? 1만 한의사의 중심조직인 한의협은 보건의료계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태세를 갖추었는가?
결론은 간단하다. 다소 미흡하다고. 능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발전의 처음이자 끝인 교육문제만큼은 그렇게 태평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배우고 싶을 때 배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준비가 소홀하면 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우리의 교육현실은 이런 예정된 결과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한의학적 특수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의학의 실체를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과학화하면 진리에서 멀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고 추상적 용어와 과거의 방법론에 머물 수도 없다. 정부와 타 학문 전공자와 한의학 전공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한의학의 한 자락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의료가 국가와 사회의 통제아래 들어간 마당에서야 표준화되고 일반화된 용어, 의료행위, 사인분류체계의 중요성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한의학회에서 한의협의 용역사업으로 표준한의의료행위분류를 거의 완성하고 수정·작업만 남겨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의학교육과 연구에 일대 전기가 될 전망이어서 의의가 참으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표준한의의료행위분류작업의 완성이 기초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초학의 발전없는 임상의 발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설사 발전한다 하더라도 모래위의 집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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