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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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다
  • 황보성진
  • 승인 2020.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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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기생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는 듯 외부 활동 등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가 영화관을 다녀갔다는 뉴스가 나온 후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수가 줄어들고, 심지어 개봉하려던 영화조차가 일정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생충>이 후보로 오른 아카데미 시상식을 열렸다. 솔직히 여기저기서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설레발 같은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오히려 큰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기생충>만큼은 작년 칸 영화제 때도 그랬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러 설레발들이 희망고문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감독 : 봉준호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2020년 2월 10일은 한국 영화사에서 꼭 기억해야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우선 그동안 그토록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도 않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6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과연 수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다. 물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네임밸류가 있기 때문에 국제 장편 영화상은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다른 부문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었다. 왜냐하면 후보로 오른 작품들이 다들 막강했고, 영어권 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성상 그들과 함께 후보로 호명된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지 뭐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각본상과 감독상, 작품상에 연이어 <기생충>이 호명되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Unbelievable!'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 사실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 샘 멘데스 같은 쟁쟁한 감독들과 그들의 작품 사이에서 수상했다는 것은 그 의미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기술적인 부문에 주는 상이 아닌 영화제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문의 상을 다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결과이기 때문에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로인해 마치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영화제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우리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101년 한국영화 역사에서도, 92년 아카데미 역사에서도 없던 그 어려운 일을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해냈다는 것에 영화인으로서, 관객으로서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수상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악조건 속에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영화인들이 안정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어 빠른 시일 내에 제 2의 봉준호가 또다시 세계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큰 숙제를 남기고 있다. 세계를 홀린 <기생충>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위축 된 한국 영화계에 큰 힘을 주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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