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02> - 『增刪本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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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02> - 『增刪本方』②
  • 승인 2020.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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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家門을 일으키는 壯陽求嗣方

표제에 ‘醫方要覽’이란 서명이 붙어 있는 이 필사본 겅험방서는 주로 자신이 자주 사용해온 대표방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병증상에 가감 응용하는 적용법을 적은 것이다. 그런데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흔히 의방서에서 잘 쓰이지 않는 용어나 약어, 병증기술 표현이 더러 섞여있어 전업의원이 적은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科業을 준비하다 餘技로 의학을 자학하여 사용하던 분이 家用方으로 준비해 두었던 비망기 같은 것으로 보인다.

◇『증산본방』
◇『증산본방』

이와 같이 추정하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은 문구와 사례를 통해 얻어진 견해이다. 먼저 목록의 氣門에 보면, 氣鬱, 氣冲, 氣刺痛, 疝氣, 上氣와 함께 氣茶란 병증이 수재되어 있다. 氣茶라, 역대 문헌에서 찾아보지 못한 병증 용어인지라 혹여 오자나 대용자로 표기한 것이 아닌가 하여 해당 본문을 뒤적여 보았다. 기문의 가미사물탕조에 보니, 주치증에 “治痿茶不振症”이라고 적혀 았다.

‘痿茶不振’이라니 더더욱 생경한 낱말이다. 자전을 찾아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찻잎을 의미하는 차와 차를 마신다는 뜻 외에 소녀에 대한 美稱으로 쓰인다고 한다. 유래를 찾아보지 못했지만 그렇다면 御女, 즉 陽痿症으로 房事가 부진하다는 뜻이 아닐까. 혹은 적은 시간이라는 파생의미로 보면 氣少, 萎少의 의미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지난주에 소개한 바, 이 책의 첫머리에 별도로 첨부되어 있는 字句解에 등장한 글자 가운데, ‘痿 자지느러질 위’자를 떠올릴 필요가 있으며, 이 같은 추정이 그다지 무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 처방에는 법제한 사물탕 재료에 승마, 사삼과 생강을 더하여 때를 가리지 않고 먹되 하루에 2첩 분량을 나을 때까지 먹는다고 하였다. 아울러 이 약은 얼굴이 空然히 상기되는데, 가루로 장만하거나 물로 달여 먹거나 말려서 먹거나 먹기 편한 대로 하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이렇듯 복약에 있어서 임의로 알아서 적용하는 방식은 전문 의원에게서 쉽게 나오기 어려운 복약지침일 것이다.

또한 “治寒冬冷處, 右脅忽有悖聲刺痛, 一身難動症”이라고 적혀 있다. 겨울에 차가운 곳에서 지내다가 한기를 받아 오른쪽 옆구리에서 갑자기 우지끈 소리가 나고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어 온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병증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법은 의학문헌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우리말 주소증상을 한자로 옮겨 적어놓은 표기방식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精門의 柚子湯은 ‘治男子精水, 無時泄流’라 하였고 그 옆의 처방은 임질로 인하여 外腎의 頭尖이 발갛게 붓고 아픈 증상(治淋疾腎頭尖紅腫而痛)에 쓰는 것이다. 또 利腰去濕湯은 백출, 의이인, 검실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방제인데, 요통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壯陽用’이란 용도가 표기되어 있으며, ‘空心立而飮’이란 복약법이 적혀 있으니 그야말로 男科의 전용방인 셈이다.

위와 같은 예는 오장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甘草梢를 주재로 하는 가미이진탕은 莖中痛을 치료한다고 하였고 앞 처방에서 건강을 빼고 대추 2알을 넣어 달인 이진탕 역시 감초를 군약으로 하는데, 腎中痛에 때를 가리지 않고 먹게 한다. 이러한 壯陽求嗣方은 전통시대 子孫得男을 위한 傳家 비법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또한 복약시 첨가물인 대추를 표기하는 글자도 대추 조자(棗)나 보통 약자로 쓰이는 召나 㕣 대신에 손톱조(爪)로 표기하였다. 아울러 본문 기재 방식에 있어서도 보통 화제에서 흔히 보이는 약방 약서체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 또한 이 처방집이 유의가 적은 것이라 여기는 필적 증거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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