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臟陽腑陰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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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臟陽腑陰論
  • 이강재
  • 승인 2020.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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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8

[1] 부호(符號)에서 음(陰)과 양(陽)

권도원 선생은 체질침의 「2차 논문」인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1)에서 장부(臟腑)와 경락(經絡), 장부혈(臟腑穴)의 부호(符號)로써 음(陰)과 양(陽)을 바꾸었다. 즉 장(臟)은 짝수에서 홀수로, 부(腑)는 홀수에서 짝수로 바뀐 것이다. 「2차 논문」을 『명대논문집』에 다시 수록2)하면서 국역문(國譯文)을 추가했는데, 아래는 부호의 개정과 관련한 내용이다.

前 發表文에서 使用된 經絡 및 臟腑穴(Visceral points)의 모든 符號는 한낱 符號만이 아니고 의미를 가지는 表意符號였으며 그 後 그 合理性과 使用 效果面에서 修訂이 要請되므로 Fig. 3, 4와 같이 개정하였다. 前符號와 다른 點은 經絡符號 I'과 II'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것이며, III'과 IV', V'와 VI', VII'과 VIII', IX'와 X', 그리고 臟腑穴符號 1과 2, 3과 4, 5와 6, 7과 8, 9와 10도 各各 그렇게 한다. 本 論文에는 改定된 符號만 提示된다.3)

전통한의학에서는 부(腑)가 양이고 장(臟)은 음이다. 8체질론4)에서는 1973년의 개정으로 전통한의학이 취하고 있는 인식과 정반대가 된 것이다.

 

[2] 양론(陽論)

동양학(東洋學)에서 음과 양은 상대(相對)라고 한다. 음이 끝나는 곳에서 양이 시작되고, 양과 음은 서로의 자리를 바꾸면서 돌고 있다고 본다. 둘의 관계는 대등(對等)하다.

음양(陰陽)의 개념을 처음 배울 때, 해(日)와 산(山)이 등장했다. 해가 하늘에 있다. 산에서 햇빛을 직접 받아서 밝은 부분은 양이고, 산등성이 뒤로 햇빛이 비추지 않아서 그늘이 지는 부분은 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양과 음은 동시적(同時的)인 사건이다. 왜냐하면 해를 향해서 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달이 있으면 응달이 있고, 응달이 있으면 양달이 있다. 이렇게 상대적이고 그래서 대등하다.

8체질론은 음양론(陰陽論)이 아니라 양론(陽論)이다. 이때 양은 또한 화(火)를 뜻하므로 화론(火論)5)이라고 할 수도 있다. 8체질론에서는 해가 바로 양(陽)이다. 그러니 이때는 해가 있으면(有) 양이고, 해가 없으면(無) 음이다. 햇볕의 에너지가 많으면 양이 큰 것이고,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음 쪽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음은 양의 상대자가 아니다. 양이 적어지는(減少) 것이 음이다. 그러다가 양이 완전히 없어지면 비로소 음이 도드라진다.

음양과 더불어 함께 동원되는 오행(五行)의 의미도 양이다. 오행의 다섯 가지 요소인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는 양이 변화하는 과정과 순환하는 단계를 표현한 것이다.

볼펜이 있다. 잉크는 양이고 펜이라는 물체는 음이다. 자동차가 있다. 연료는 양이고 자동차 차체(車體)는 음이다. 사람의 몸이 있다. 생명(火)은 양이고 육체는 음이다. 양인 잉크, 연료, 생명이 있어야 볼펜과 자동차와 사람의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양이 없다면 펜과 자동차와 육체는, 겉모습은 멀쩡해 보여도 그 명칭에 걸맞은 아무런 기능과 역할도 할 수 없다. 

 

[3] 장(臟)이 양(陽)이고 부(腑)가 음(陰)

김창근 씨6)가 제선한의원에서 부원장을 하던 시절에, 왜 장이 양이고 부가 음이 되었는지 혹시 아는 바가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권도원 박사께서 평소 난초를 좋아하시는데, 난(蘭) 화분을 보시다가 이것을 깨달으셨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대답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거기까지였다. 자신은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내 진료실에도 난 화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무작정 그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알게 되었다.7) 물론 내가 깨달은 것이 권도원 선생의 경우와 같은지는 모른다.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인식의 과정이 아주 간단하고 쉬웠다.

주변에 있는 난 화분을 보자. 겉으로 노출된 뿌리가 있으면 쉽고, 그렇지 않다면 속에 묻힌 뿌리를 들춰 보자. 난초의 뿌리에서 떠올려지는 게 있는가? 마치 허연 지렁이 같기도 하고 SF 영화에 나오는 외계생명체 에이리언(Alien)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식물의 뿌리란 무엇인가? 바로 관(管)이다. 뿌리나 관(pipe)의 단면을 잘라보면 속은 비어있다.

  이제 한번 더 상상해 보자. 인체의 기관 중에서 관과 닮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입(口)으로부터 항문(肛門)에 이르는 소화관계(消化管系)가 연상되지 않는가? 다시 말하면 식도(食道)나 창자(腸) 같은 것 말이다. 식물에서 뿌리는 땅 속의 영양분을 수송하는 기관이고, 생명체의 실질적인 에너지원인 태양 빛은 땅 위로 노출된 잎에서 받아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식물체에서 땅 위(上)로 노출된 부분이 양(陽)으로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땅 속(下)에 숨겨진 부분은 음(陰)으로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수송한다.

이런 개념을 인체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장(臟)과 부(腑)가 인체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 장(臟)은 속이 꽉 차있는 장기이고, 위치(位置)로도 연관 있는 부(腑)보다는 상부(上部)에 있다. 장(臟)이 양(陽)이고 부(腑)가 음(陰)이 되는 이치이다. 이래서 8체질의학에서는 장을 내실장기(內實臟器 Solid Organ)라 하고, 부를 내공장기(內空臟器 Hollow Organ)8)라고 한다.

인체의 구조에 양과 음을 적용할 때는 상대적인 개념에 따른다. 그런데 그것이 전통적인 인식과 반대라는 것이다. 장은 양이고 부는 음이다. 장경(臟經)은 양이고 부경(腑經)은 음이다. 인체의 전면(前面 胸腹部)은 양이고 후면(後面 背腰部)은 음이다.

 

[4] 내 도(道)는 쉽다

김창근 씨는 왜 권도원 선생으로부터 진전된 답변을 얻지 못했을까. 혹시 더 얻었던 것이 있는데 내게는 감췄던 것일까. 권도원 선생이 평소 후학을 대하는 태도9)로 보아, 김창근 씨는 그저 더 이상 묻지 못했던 것 같다.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선생은 자신의 깨달음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내 도(道)는 쉽다.”고 했단다.10) 나는 이 말씀을 아주 좋아한다. 무슨 문제에 대한 설명이 길고 어려운 것은, 그것을 알리려는 사람이 그것의 실체를 깨닫지 못했고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핵심을 아는 사람의 설명은 간결하고 쉽다.

난초 뿌리로부터 깨우친 후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나는 ‘이것은 분명 쉬울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달려든다. 그러면 쉬운 곳에서 답이 찾아진다.

위의 논지와는 좀 다른 방향이지만, 질문도 그렇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오는지를 보면, 그가 진정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잘 물으려면, 많이 알기보다는 자기가 정말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알아야만 한다. 제대로 묻기 위해서는 잘 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가 모르는 그것을 쉽게 물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질문을 받은 상대가 그 사람의 수준을 잘 살펴서,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답변을 평이(平易)한 언어로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어설픈 질문자는 질문을 막 날린다. 그리고 답변을 회피하는 상대를 혼자서 욕한다. 그게 자신의 수준인데 스스로는 절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현재 쓰고 있는 체질침의 장부방(臟腑方) 체계는 1992년 말쯤에 완성되었다고 추정한다. 그 이전까지 네 음체질(陰體質)의 기본방은 병근(病根)을 직접 조절하는 처방으로 부방(腑方)11)이었다. 그런데 이때에 와서 음체질의 기본방이 병근의 장(臟)을 조절하는 장방(臟方)으로 확정12)되었다. 이로써 8체질의 기본방(本方)은 기본적으로 장방(臟方)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아래와 같이 들었다.

전체적인 질서(秩序)는 모든 체질이 같지만, 장부(臟腑)의 질서는 장이 우선이고 부는 장에 복속(服屬)되어 있다.

 

※ 참고 문헌

1) [권도원 임상특강 최병일 노트] 1971.

2)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中央醫學』 1973. 9.

3) 권도원 「體質鍼 治療에 關한 硏究」 『明大論文集』 1974. 1.

4) 이강재 『체질맥진』 행림서원 2017. 4.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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