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01> - 『增刪本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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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01> - 『增刪本方』①
  • 안상우
  • 승인 2020.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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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治方에 덜고 더한 임상활용법

아주 특별한 책 한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김새가 위 아래로 길쭉한 모양을 지닌 필사본으로 두터운 표지를 쓰지 않고 그다지 크지 않으니, 이 역시 수진본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표제에는 ‘醫方要覽’이란 이름이 붙어 있고 서제 아래에 ‘乾’이라 표기한 권차가 적혀있다. 이것으로 보아 원래 2책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앞 권 밖에 살펴볼 수 없음이 아쉽다.

◇ 『증산본방』
◇ 『증산본방』

작성자나 등사시기가 표기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서문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다행이도 권두에 ‘增刪本方目錄’이 붙어 있어 상하 전권의 구성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체제는 대개 『동의보감』의 골격을 따르고 있는데, 정, 기, 신, 혈로부터 시작하여 성음, 진액, 담, 오장, 육부, 포, 충, 소변, 대변 등 내경편의 문목들이 올라있고 이어 두, 면, 목, 이, 비로부터 구, 설, 인후, 흉, 복, 사지로 이어지는 외형편 병증문이 차례로 열거되어있다.

실제 본문의 내용과 대조해 보니, 잡병편의 한문까지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후 육음질환과 내상, 허로, 곽란, 구토, 해수, 적취(여기서는 積氣), 황달, 부종, 학질 등 잡병과 부인, 소아, 怪雜(怪疾과 雜方), 諸傷문에 해당하는 여러 질병군에 대한 치법처방들에 관한 내용이 후편인 곤권에 실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목록 뒷면 여백에 몇 가지 난해한 글자에 대한 字句解를 한글로 적어놓았는데, 이것도 상당히 이색적이다. 예컨대, “澁 깔깔할 삽, 肚 밥통 두, 痞 더부럭할 비, 咯 꿩의소래 각, 忡 근심할 충, 怔 두려울 정, 疝 산증산, 痿 자지느러질 위, 衄 코피 뉵” 등이다.

표지서명과 달리 권수제에는 ‘增刪本方’이란 제목이 붙여져 있다. 앞서 표지에 사용한 ‘의방요람’이란 이름이 다분히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 붙여진 이름으로 인식되는데 반해 이 명칭이 보다 더 본문 구성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내비취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여기서는 ‘증산본방’이라는 서명으로 통칭하기로 하였다.

수록된 처방들은 대개 사물탕, 이진탕, 당귀음, 평위산, 삼백탕, 육군자탕, 이중탕, 감길탕 등 널리 알려진 기본방제에 몇 가지 소수의 약재만을 가감하여 폭 넓게 활용한 것들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특정처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략 앞의 대표방제들을 중심으로 가감하여 응용한 것들이어서 本方에 더하거나 덜어내어(增刪) 활용하였다는 의미에서 부여한 서명임을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들은 외견상 구성체계만『동의보감』병증분류에 따라 구분하였을 뿐이고 실제 본문에 실려 있는 치법처방들은 오로지 저자의 경험적인 식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적응증이나 처방표기에 있어서도 색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신문의 가미이진탕의 경우, 적응증에 있어서 “春秋不知, 菽麥症, 用之.”라고 적어놓아 오로지 실천적인 경험에 의거하여 세속적인 표현 방식으로 기재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또 하혈증의 경우, “보릿가루 2숟갈을 白沸湯 1보시기(甫兒)에 타서 쓰거나 혹은 오래 묵은 모래무지(久陳沙乾魚) 1~2마리를 통째로 달여 먹는다.”고 써놓아 오래 동안 전래되던 식치방을 기록하였다.

담증문에는 黃肉 곧, 쇠고기를 넣어 사용하는 처방도 수재되어 있다. 가미당귀음인데, 힘줄을 제거한 쇠고기 3근에 술로 씻어낸 당귀 1냥과 소금물에 적셔 볶은 황백 2돈을 함께 달여 먹는다고 하였다. 이 처방은 사지문에서도 나타나는데, 流注痰腫에도 역시 기막힌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뒤편의 사지문을 찾아 비교해 보니, 거기에서는 견비와 각슬, 수족통을 다스리며, 혹은 비증에도 쓸 수 있다고 하였으니 매우 적응증이 넓은 통용방이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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