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활용 음양교육, 갑자기 줄어든 수업시간 극복 위한 궁여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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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활용 음양교육, 갑자기 줄어든 수업시간 극복 위한 궁여지책”
  • 박숙현 기자
  • 승인 2020.01.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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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뽀로로 활용 음양 생리심리학 교육’ 논문 발표한 채한 교수 연구팀
◇(단체사진 왼쪽 첫 번째 줄부터 반시계방향)이수진 교수, 이준엽(제1저자, 석사 3), 채한 교수, 김민성(석사 1), 이환성(석사4).
◇(단체사진 왼쪽 첫 번째 줄부터 반시계방향)이수진 교수, 이준엽(제1저자, 석사 3), 채한 교수, 김민성(석사 1), 이환성(석사4).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SCI급 국제학술지인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유럽통합의학회지)’ 1월호에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사용한 음양 생리심리학 교육’을 주제로 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을 발표한 것은 부산대 한의전의 이준엽(제1저자), 한지한, 김민성, 이환성 학생과 채한 한의대 교수·한상윤 한의학교육학 박사(예정자), 경성대 이수진 심리학 교수 등이었다. 이러한 연구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 바탕에 있는 한의학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지 지도를 맡은 채한 교수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사용한 음양 생리심리학 교육’ 연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십여 년간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음양 생리를 쉽게 설명하는 구체적인 방법, 효과 및 응용에 대한 연구다. 교육 모듈의 개발과 연구는 3단계로 되어있다.

우선,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된 사상성격검사(SPQ)는 음양을 측정하는 임상 검사다. 이는 조작적 정의를 근거로 30여 편의 타당화 연구를 통해 과학적, 임상적 가치가 확인되었다. 이에 도입부에 음양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최신 연구들을 설명했고, SPQ를 활용한 임상연구를 근거로 뽀로로의 ‘루피’와 ‘패티’를 음양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선정했다.

그 다음 음양을 설명하는 교과서의 한의학 원전 구절들을 정리하고, 애니메이션 뽀로로(1, 2 시즌)에서 찾아낸 음양 캐릭터의 특징적인 행동, 사고, 감정 등을 사용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대의 교육 효과를 위한 구체적인 모듈(수업 2세션, 60분/과제 35분)을 만들고, 실제 생리학 수업에서의 교육 효과를 분석하면서 현실적 문제들에 활용할 방법들도 제시했다. 교육과정 개발 경험과 학생들의 수업 경험들을 사용하여, 임상, 연구, 교육의 결과들이 되먹임 되는 근거기반교육(EBT, Evidence-based Teaching)이 되도록 했다.


▶ 이 연구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콘텐츠 중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별다른 기획이라기보다는 위기 속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어느 날 수업 시간이 급작스레 축소되면서 음양을 비롯한 생리학 수업 시간이 하루아침에 반 토막이 되어버렸다. 일방적인 통고에 시수가 고민될 정도였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우선이었다. 새롭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구체적으로 참고할만한 자료도 없었지만, 수업의 질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해외의학교육 연구들을 뒤졌다. 찾다보니 Plos One에 ‘닥터 하우스(House M.D.)’라는 미국드라마를 사용한 교육 논문이 실려 있었다. 마침 뽀로로의 7개 캐릭터에 대한 한의학적 분석결과를 갖고 있었다. 김명근 한의사가 예전에 수업 특강에서 뽀로로를 사용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임상 검사들로 분석한 것이었다. 그 이후는 도리어 간단했다. 준비된 자료와 교육 개발 경험들을 활용해서 모듈을 조합하고 이를 교과과정에 맞추어 넣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곤란했던 것은 한의학교육 연구에는 실무적인 도움이나 쓸 만한 자료, 선행 연구 등을 위해 사용할 연구비도 없다는 것이다. 부산대라고 특별하기보다는 한의학교육학의 일천한 역사로 인한 것이다. 현재 교육에 대한 관심은 수업시수 확보에만 꽂혀 있고, 효율적인 모듈을 고민하는 교수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구를 통해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는 손에 꼽히고, 공개되어 베낄 수 있으면 언제라도 팽(烹)당하기 십상이다.

한의대에서 교육은 수업 시수의 대상일 뿐이고, SCI 논문 개수와 연구비 수주액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현실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거창한 교육 비전이나 맹목적인 수업시간의 조정은 얄팍한 화려함에 그칠 뿐, 촘촘하고 상세하게 사전에 준비해 놓은 교육 내용이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도 멋져 보이기는 하지만, 유치원생들 자습시킨다고 한의사가 될 수는 없다. 이번 논문이 연구와 교육은 함께 가는 것이라는 롤 모델이, 제대로 된 교육연구가 합당한 대접을 받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기존에 다른 의학계열에서도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연구가 많이 있었나.

새롭고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이 끊임없이 도입되고 있는데 한의계는 십년 후에나 써볼 수 있을 거창하고 추상적인 기술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상상하는 대부분의 방법들은 찾아보면 어딘가에 이미 논문으로 분석되어 있다. 문제는 ‘의학+교육’이라는 융합 학문의 특성상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번 연구에서는 한상윤 박사와 이수진 교수의 도움으로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까지 무사히 품을 수 있었다.


▶이 교육모듈을 직접 체험한 한의대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숫자로 된 평가보다 학생들이 적어 놓은 소감들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뭔가 이해가 가는 것이 처음이다.” “처음으로 한의학을 뭔가 배운 것 같다.” “수업을 통해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다.” “음양의 개념에 대해 다시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 “교수님께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뽀로로라는 애니메이션을 써서 음양 개념을 쉽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점.” “흥미로운 접근과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주신 것 같습니다.” “과제가 재미있었다.” “주위의 친근한 예를 응용할 수 있었다.” “수업 시간을 늘려주세요.”


▶기존의 일반적인 강의방식에 비해 이 교육모듈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직관적 이해와 현실적인 응용이 목적이므로 중학생에게도 사용할 수 있고, 기존의 토론형‧발표형 수업에 비해 학생과 교수의 수업부담이 1/10로 줄어든다. 과학적 근거기반교육(EBT)이므로, 필요에 따른 변형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개방형 과제, 평가없는 지적유희, 돌발 퀴즈, 짧은 수업시간, 애니메이션 등을 사용해 학생 참여도와 수업 효과가 높다.


▶교육모듈을 한의대에서 교육과정으로 활용하면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듈 자체의 수정보다는 부족한 수업시간이 해결되었으면 한다. 다양한 활용, 예를 들어 세계화(외국인), 협진(의료인), 임상가(환자 보호자), 한의사 교의사업(중학생)을 위해서 보완되어야 할 것들도 이미 논문에 포함되어 있다. 경비가 지원된다면, 재학생들의 접근성과 교육 편이를 위한 동영상의 제작,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팜플렛이나 소책자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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