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00> - 『食治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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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00> - 『食治方』②
  • 안상우
  • 승인 2020.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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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치의 다양한 제형과 적응증

이 책 필사본 『식치방』에 기재된 내용들은 대략 이천의 『의학입문』식치문에 기재된 식재료와 식치처방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본문 가운데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일부 내용이 발췌되거나 경우에 따라 차서가 서로 뒤바뀌는 곳이 있는 등 다소간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특별히 본문의 식치 재료로 쓰이는 본초명에 간간이 한글 향약명이 기재된 것이 눈에 띠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식치방』
◇『식치방』

식치문에 있어서 가장 큰 주안점은 바로 사람들이 약으로 병을 치료할 줄은 알아도 음식으로도 사람의 병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또 인간 세상에서 어떤 독성물질을 잘못 섭취하고 나서 오래 묵은 병[宿疾]이 갑자기 낫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하늘이 만물을 내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자 함이요 단순히 입을 달래고 배를 채우려는 계책이 아니라는 말로 전제를 삼았다.

자연계의 생명이 모두 인간을 위해서만 창조된 것은 아니겠지만 인류역사의 오랜 발전 과정에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직접 먹어보아 몸에 적용시켰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의방유취』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孫思邈의 金言과 같은 말이다. “의원은 먼저 병의 원인이 어디에 침범하였는지를 살펴 음식으로 다스려 보고 식치를 써도 낫지 않거든 그때서야 비로소 치료약을 쓰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식치 혹은 식료의 주 적용대상이 언급되는데, 즉 노인이나 소아 같이 비위가 허약하여 음식이나 약을 함부로 먹기 어려운 경우,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병을 앓아 약을 계속해서 먹기를 꺼려하는 환자나 혹은 가난하여 약을 사먹을 돈이 없는 경우에는 모두 음식으로 조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식치방에는 우선 풍증을 다스리는 창이자죽으로부터 총죽, 오두죽, 우방자박탁방, 烏鷄臛, 황우뇌자주, 鵝酒, 창포주, 국화주, 대두주, 괴화주, 벽협주, 사국공침주방, 선주방, 오적주 등이 있는데, 풍증을 다스리는 식치방으로는 아무래도 약술 처방이 10종으로 대종을 이룬다. 이에 비해 한문에는 건강죽, 수유죽, 천초다, 육계주, 녹두죽, 면죽, 산주, 계장 등 다양한 제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습문에서는 의이인죽, 마자죽, 욱이인죽, 창출주, 상백피음, 적소두방, 이어확, 이어탕, 수우육방, 생지황죽, 소마죽, 여육죽, 천문동주, 사즙고, 청두음, 소갈방 등이 보인다. 이중 의이인죽이나 마자죽, 사즙고 등은 왕실진료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던 식치처방으로서, 『승정원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치방이다.

또 화문에서는 지황죽, 박하차, 황련주, 황백주, 녹두주 등이 사용되었는데, 주로 청열사화하는 효능의 약재들이 식치재료로 이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내상비위문이다. 인삼죽, 맥문동죽, 속미죽, 이비고, 삼령조화고, 소밀전, 강귤탕, 비사반시환, 태화갱, 연육고, 두맥분, 나미호, 자계훈둔, 적석박탁, 백미음, 취향보설, 조원산, 조위고, 미탕 등이 열거되어 있다.

여기서 糕는 우리가 아는 백설기처럼 곡물가루와 약재를 섞어 쪄낸 가루떡을 말하고 餺飥은 약재와 밀가루를 혼합하여 국에 넣어 끓여 먹는 수제비, 훈둔은 만두처럼 익혀서 장에 찍어 먹는 형태이다. 보통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경우, 비위의 기운을 북돋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설탕[砂糖]이 가미되는 경우가 있으며, 아울러 파나 장, 소금, 된장 같은 조미료가 함께 곁들여지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기문, 혈문, 담문, 열문, 음허, 양허증에 다양한 식치방이 등장하는데, 대략 이러한 대상병증에 있어서 식치가 주로 적용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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