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99> - 『食治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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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99> - 『食治方』①
  • 안상우
  • 승인 2020.0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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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내 몸 다스리기

연말연시 송년모임과 새해맞이 행사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잦은 회합과 술자리에 시달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먹고 마시는 일은 인생사에 있어서 큰 즐거움이 분명하건만 조금만 지나쳐도 탈이 붙기 마련이다. 게다가 올해 설날은 新正과 바짝 붙어 있어 자칫 즐거워야할 향연이 고역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 싶은 염려가 든다.

이 기회에 일상적인 먹거리와 함께 음식으로 치료하는 법을 논한 고의학 자료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책은 ‘食治門’, ‘四醫經驗方’과 잡다한 치료처방들이 뒤섞여 채록된 것이라 딱히 정서명이라 부를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 식치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食治門’이란 장절명이 있고 또 식치방이란 처방부분이 이어져 있으므로 여기서는 임시로 ‘식치방’이란 서명을 붙여 호칭하기로 하자.

◇ 『식치방』
◇ 『식치방』

 

권두의 식치문 목록에는 맵쌀, 陳倉米, 찹쌀, 좁쌀, 기장, 보리, 밀 등 각종 곡류로부터 시작하여 大豆黃卷이나 녹두, 淡豆豉 등 약재로도 쓰이는 식용자원들이 열거되어 있고 술이나 초, 장, 엿, 설탕, 꿀과 같은 양조 조미료나 감미료가 등장한다. 물론 이밖에도 파, 마늘, 달래, 부추, 배추, 상치, 냉이, 호박, 가지, 동아, 미나리 같은 각종 채소가 나오고 또 죽순이나 버섯, 우엉, 고사리 같은 나물류도 상당수가 기재되어 있어 마치 식단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차나 대추, 호두, 여지, 용안, 밤, 포도, 복분자, 가시연밥, 연자에 이르러서는 점차 약성이 두드러지는 식약공용 품목들이다. 또 배나 석류, 홍시, 곶감, 귤, 앵도, 능금, 고염, 비자, 은행도 역시 과일이자 약성이 분명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육고기 종류들도 망라되어 있는데, 돼지고기를 필두로 멧돼지, 쇠고기, 양고기, 말고기, 우유, 개고기 등이 주요 품목이라 하겠지만, 의외로 코끼리, 호랑이, 곰발바닥, 사슴고기, 노루고기, 토끼, 이리, 고양이, 여우, 수달, 낙타, 표범, 원숭이도 들어있다. 이러한 종류들을 상식했다 보긴 어렵고 아마도 식도락을 위해 특수부위를 요리해 먹거나 특정한 약효를 위해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동물의 고기나 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축의 털이나, 발굽이나 발톱, 낡은 북의 찢어진 가죽(敗鼓皮)까지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닭 종류로 丹雄鷄, 烏雌鷄, 白雄鷄, 黃雄鷄 등 색깔로 구분하여 여러 가지가 등장하는데, 실제 조선 전기 대표적인 식치 전문서『식료찬요』에서도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게다가 달걀까지 별도로 취급하고 있어 닭고기가 매우 중요한 식치 재료이자 보조약재로 응용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조류에는 거위, 오리, 기러기, 꿩, 비둘기, 까치, 참새 등이 있다. 깜짝 놀랄만한 것은 공작이나 금계, 매, 두루미, 딱따구리, 앵무새, 원왕새, 뻐꾸기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종류도 들어 있어, 옛 사람들이 단지 먹거리를 위해서만 이러한 지식을 집적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다양한 생물종의 생태와 습성에 따라 약성을 예측하고 효능을 구분하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물고기로는 잉어, 쏘가리, 붕어, 청어, 뱅어, 장어, 미꾸라지, 조기, 복어, 가물치, 메기, 은어, 갈치 등 다양한 생선이 등장하는데, 민물고기인 담수어종과 바다에 사는 해양어종을 구분하진 않았다. 이밖에도 어패류나 해산물이 다양한데, 고동이나 소라, 홍합, 방합, 말조개, 성게 등이 등장하며, 특별히 魚膾, 魚酢도 들어 있다.

앞서 등장한 곰발바닥(熊掌)이나 제비집(燕屎, 巢中土), 달팽이 등은 오늘날에도 미식가들이 식도락을 위한 재료로 탐내는 것들이거니와 개나 여우의 음경, 붉은 수탉의 볏에서 낸 피(鷄冠血) 는 아무래도 최음재나 주술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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