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산업화, 한의사는 임상 의료인이라는 획일화된 진로교육 타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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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산업화, 한의사는 임상 의료인이라는 획일화된 진로교육 타파해야”
  • 승인 2020.01.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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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의학회 학술대상 산업부문 수상자 김재수 교수

중탕 이용 화장품 제조장치 및 제조방법 특허…“법률 자문 등 협회 지원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지난달 21일 개최된 학술대상 시상식에서 연구부문과 산업부문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 중 중탕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장치 및 화장품 제조방법 특허를 등록해 산업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재수 대구한의대 교수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상 소감은 어떠한가.

아직은 보완할 부분이 많고 실제로 널리 응용되기 위한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향후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나은 연구 및 개발 결과를 도출하도록 정진하겠다. 그리고 항상 내가 특허 및 연구 개발하는데 도움을 준 우리 의국원 선생님들과 이현종, 이정희, 이초인 교수 그리고 조규석, 김봉진, 손장수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이 대중의 관심을 다시 찾고, 보다 학문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이미 시대적으로 타 산업과의 결합이 중요해져 있다.

한의학은 한의사만 독점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한의약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익과 발전을 함께 공유하는 집단이 늘어나면 그 자체가 한의학의 발전에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한의약 관련 산업들을 창출하여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의사들이 그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발전 할 수 있다.

나의 작은 노력이 소수의 공유로 이어져 오던 한의학의 대중화에 새롭고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중탕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장치 및 화장품 제조방법 특허를 등록했는데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한약재나 기타 천연재료를 가지고 한의원이나 가정에서 손쉽게 한방연고나 화장품을 만드는 기기이다. 예를 들어 감초를 이용하여 화장품을 만들고 싶을 때 기기에 넣으면 쉽게 감초함유화장품으로 제조되는 장치다. 집에서 오이팩을 비롯한 여러 가지 팩을 하는데 이 기기를 이용해서 쉽게 오이함유 미용팩이나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특허등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이 특허에 대한 계획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히다가 최근에 나오게 됐다. 그동안은 한의학에서 좋은 외용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연고나 화장품 등을 저비용 저설비로 쉽고 간편하게 조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조제 과정 또한 많이 불편했다. 물론 원외탕전을 통해 처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개별로 맞춤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주문도 대량으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이 특허의 초안을 기획 할 때, 한의사의 처방대로 한방 연고제를 원내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기기를 고안하였다. 약탕기를 구비하고 있어 원하는 처방대로 탕약을 조제하여 편리하게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여러 설계적인 문제가 있어 두 번째로 기획한 것이 이번에 특허로 나오게 된 중탕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장치 및 화장품 제조 방법이다. 기존에 유통되는 천연화장품은 사실상 거의 한약재로 만드는 한방화장품이다. 나도 가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데 EGF, 히알루론산을 첨가하거나 약침제제인 산삼, 자하거나 황련해독탕 등을 직접 끓여서 농축해서 넣기도 했다. 그런데 기존의 화장품 제조방법으로는 조제 후의 뒤처리나 필요한 약재의 구매 및 제조활용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실제 임상에서 쉽게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가정용 화장품기기는 여러 종류가 출시되어 있으나 실제로 제대로 된 기기는 거의 없다. 화장품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은 바로 화장품 만들 때 기름 성분과 물 성분이 온도차이가 없이 얼마나 잘 교반되느냐다. 이에 대해 고민하다 한약재의 수용성 추출, 지용성 추출에 따른 인체에 흡수력 및 교반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적으로 기존 제품보다 상위의 기기를 개발하여 특허를 내게 되었다.

 

▶한의학 관련 특허나 기술 등이 더욱 활발히 개발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한의학은 참 대중적인 학문이다. 이미 수많은 한방관련 제품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중적인 인기를 막상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은 누리고 있질 못하다. 대중이 선호하는 한의학의 다양한 활용의 중심에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먼저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한의사들이 임상진료 외에도 다양한 연구 기술개발 등의 도전 가능한 한의약 발전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의학관련 종사자 중 가장 뛰어난 브레인계층은 바로 한의사이다. 그런데 이 학문에 가장 첨단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한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타 직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은 연구 개발 제품들을 내놓는 상황이다. 이는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한의학 전공→ 임상의료인으로서의 진료’라고 하는 단순한 진로방향만 제시되고 있어서 수많은 한의대를 입학한 우수한 인재들이 재학시절 내내 또는 졸업 후에도 단순한 틀 안에서만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비록 소수지만 선배 연구자들이 먼저 걸어왔던 다양한 기술개발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공유할 수 있는 항목이 대학교과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과과정에서는 전공과목에 대한 부담으로 있으므로 보다 시간이 여유롭고 사고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예과과정에서 다양한 한의약 산업화의 기술개발성과들에 대한 공유, 조사, 제안 등에 대해 학생 때부터 관심과 생각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법적-제도적인 지원이다. 한의사협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고 있음은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방향이 임상진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 학문을 기반으로 한의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는 산업화로의 응용에는 관심과 지원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한의과대학을 졸업하는 대다수의 졸업생의 진로가 임상의료인으로만 정해진다면 한의학의 기술화-산업화는 요원하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한의사의 진로를 개척해서 좁은 임상시장 안에서만 경쟁하지 말고, 보다 넓은 분야에서 타 직능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결국에 모든 한의학 전공자들이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성취를 할 수 있는 길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법률 및 특허관련 자문, 개인이 하기 힘든 관련 기업인들과의 유대강화 및 관련법률 제정 등을 협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회비의 일정부분이 기술개발에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은 임상에서 한의사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원침, 반원침, 부자침(浮刺鍼)과 이들을 가이드 할 수 있는 자입기 및 초음파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한의사의 진로 중 하나는 한의학적 아이디어를 산업화해서 임상진료와 다른 분야에서도 경제성 있는 이윤을 창출하는 일일 것이다. 어떠한 분야든지 개인적인 좋은 아이디어나 특허가 있더라도 혹은 연구자가 전적으로 매달린다 하더라도 산업화해서 경제성 있는 이윤을 창출하기는 쉽지가 않다. 시대에 따라 급변하는 대중의 요구에 한발 앞서 나가려면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예측하고 유관산업과 협력해야 한다. 

나는 현재 대학교육현장에서 임상진료와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나 같은 직능이 더 많이 늘어나고 또한 연구개발성과가 경제성도 갖출 수 있도록 유관단체의 조언과 협조도 구해서, 대학에서부터 시스템적으로 한의학 산업화의 구조를 구축하고 학생 때부터 다양한 진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일선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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