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연구 해야한다는 고정관념보다 타학문과의 융합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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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연구 해야한다는 고정관념보다 타학문과의 융합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 박숙현 기자
  • 승인 2020.01.03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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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의학회 학술대상 연구부문 수상자 배현수 교수

M2형 종양대식세포를 표적하는 멜리틴유래 세포사멸 펩타이드’ SCI급 저널 게재

“한의사가 ‘한의학적 소재+펩타이드 약물’ 사용 불가능한 현실…유관기관 노력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지난달 21일 개최된 학술대상 시상식에서 연구부문과 산업부문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 중 M2형 종양대식세포를 표적하는 멜리틴유래 세포사멸 펩타이드 연구를 발표해 연구부문 대상을 수상한 배현수 경희한의대 교수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상 소감은 어떠한가.

먼저 이번 한의학회 학술대상에 나를 수상자로 선출해준 학회장, 연구부회장, 위원 및 학회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너무나도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러우면서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열심히 학술활동을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여, 더욱 분발하여 한의학성과를 널리 알리는 연구로 보답하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M2형 종양대식세포를 표적하는 멜리틴유래 세포사멸 펩타이드’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암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병으로 한국에서 역시 암으로 인한 사망이 1위를 차지한다. 암을 치료하는 약물은 암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나 기존 화학 항암제와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면역 항암제 모두 항암 내성과 독성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개별 환자에 맞는 적절한 항암 약물의 병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PD1/CTLA 차단제 등의 면역항암제도 환자의 20% 정도에서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다 진보된 항암제 개발이 절실하다.

항암 내성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나 다수의 연구들이 종양 환경 내 대식세포를 주요한 내성의 원인 중 하나로 밝히고 있으며, M1형과 M2형의 대식세포 중 M2형 대식세포는 종양 세포의 생존을 도울 뿐만 아니라 혈관 신생 및 암의 전이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항암 시장은 종양 내 M2형 대식세포를 제거하는 대식세포 표적 항암제가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대식세포 표적 항암제가 타 정상적인 면역 세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더욱 정교한 표적이 가능한 새로운 표적 항암제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 연구팀은 정교한 표적기능을 가진 대식세포 표적용 항암제의 개발을 위해 봉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의 기능을 우선적으로 연구하였다. 멜리틴은 봉독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면역조절 펩타이드이다. 낮은 농도의 멜리틴은 종양 내 특정 대식세포 (M2형 대식세포)에 특이적으로 부착됨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대식세포 표적을 위한 표적 약물로 응용하여 멜리틴에 미토콘드리아 막 파괴를 유도하는 펩타이드를 연결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였다. 이 펩타이드 약물이 예상한 표적능을 가지는지 세포 수준에서 M1형 혹은 M2형 대식세포와 반응시켜 비교해 본 결과 M2형의 대식세포에서 특이적인 세포 사멸 효과를 보임을 확인하였으며, 세포의 사멸이 미토콘드리아 막전위의 감소와 세포 호흡량의 감소를 동반하여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표적 효과가 마우스 암 이식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에 암세포를 이식하고 펩타이드 약물을 주입한 결과, 마찬가지로 M2형의 대식세포에서 특이적으로 표적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하였으며 정상 조직의 대식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펩타이드 신약의 투여를 통한 M2형 대식세포의 표적 효과가 종양 이식 마우스 모델에서 암 덩어리의 성장을 대조군과 비교하여 크게 감소시켰음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는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나.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근원을 인체 내부에 있다는 인식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사기를 없애려면 정기를 키우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논리가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왔다. 최근에는 서양의학에서도 암 치료에 있어서 암을 직접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인체 내 면역계 조절을 통한 치료법인 ‘면역항암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내가 연구해오던 세포면역학적 지식과 한의요법을 결합한 형태의 약물개발이 암 치료에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면역항암제 개발을 시작하였으며 약 5년 간의 연구의 산물로 이번 논문이 발표되게 되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한의학에서 사용되던 약물의 면역항암기전을 명확히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더욱 진보된 형태의 약물로서 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에 그 의미가 있다.

▶한의학 연구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에 비하면 한의학 연구가 많이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할 것이다. 보다 진보된 한의학연구를 위해서는 인력, 인프라, 연구비등 많은 재원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꼭 한의학연구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또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연구자로서의 사고가 넓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한의학계에서 10여 년 연구를 하다보면 한의학적인 사고가 몸에 배어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상황에서 타학문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것이 곧 한의학연구에 다양성과 진보성을 부여하여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목표가 생겼으나, 불행히도 한의학적 소재와 펩타이드가 결합한 형태의 약물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한의학적 시각에서 시작하여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연구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은 학자로서 참을 수 없는 현실이다. 본인을 비롯한 수많은 한의연구자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협회, 학회, 유관기관들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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