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양약 분리,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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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양약 분리, 산 넘어 산
  • 승인 2004.08.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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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사 “한약·한약제제는 약사 고유업무” 주장
합의문 애매모호, 논의기구도 지지부진 실익 의문

6.21 합의의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책임을 물어 안재규 회장을 불신임할 목적으로 서울시한의사회가 임시총회 소집을 위한 서명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선한의계에서는 6.21 합의로 얻은 것과 잃은 것, 한의계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재규 회장도 “차선책이며 이제부터 시작”이라 말한 바 있고, 합의당일 한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2,3개월안에 실리를 챙기자는 쪽으로 결의한 바 있는 만큼 2달여의 시일이 지났으므로 합의의 정당성과 불신임 여부를 떠나 심도있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일선 한의사들의 생각이다.

그동안 한의협은 합의서명의 의미에 대해 ‘약대 6년제가 한약취급권 확보가 아니라 양약의 발전을 위한 것이며, 향후 한약은 한의약전문인력이 전담하여 한의약원리에 따라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선언과 의지의 확인’이며, ‘한약분쟁이래로 지속되어온 한의계와 약계의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 구조를 지양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각각 발전할 수 있는 시금석을 구축한 데 있다’고 누누히 밝힌 바 있다.

이런 합의를 이행하는 방법으로서 한의협은 약사법 3조의2 한약사면허조항을 개정하는 한편 복지부내에 설치되는 협의기구를 통하여 양약은 양약대로, 한약은 한의약 원리에 따라 각각 관리·발전하도록 약사법개정 등 법률정비를 추진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 이후 2달이 경과하는 사이 합의문 내용의 맹점과 현안협의회 훈령의 모호성 등이 드러나고 있어 이후 일정이 한의협의 뜻대로 전개될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령 약대 6년제가 ‘한약취급권 확보가 아니라 양약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의협은 강변하고 있지만 양약사들은 약대 6년제 합의를 하기 전에 이미 한약과 한약제제의 취급 자격을 갖고 있다고 법적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6.21합의가 약사의 한약취급을 저지하는데 무슨 구속력을 가지겠느냐는 회의가 적지 않다.

실제로 양약사들은 한약을 농산물이라고 보고 한방의약분업이 되면 양의사나 한의사의 처방전이 필요없이 약사가 당연히 취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약제제도 약사의 업무라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양약사들은 단미제제와 복합제제가 한방원리로 제조되지 않아 양약에 해당하므로 한의사의 단미제 취급은 불법이며, 그동안 청구했던 것을 모두 환불조치해야 한다고 한술 더 뜨고 있는 상황이다.

법은 차치하더라도 현안협의회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남겨둔 한약제제, 한약국 명칭, 식의약청내 한의약전담국 등의 문제는 기구 구성 자체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 합의의 대의가 실종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의협은 스스로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해 참여를 기피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계의 최대 단체가 빠진 협의회 구성은 의미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협의회 구성이 지연되면 남는 유일한 성과는 한약사면허조항을 시행령에서 모법으로 이관하면서 한약학과의 소속을 ‘약대’가 아닌 ‘대학’으로 하기로 한 것인데 정작 단서조항에서 ‘대학’을 ‘약대 한약학과’로 인정하는 우를 범했다.

일선한의사들은 2차에 걸친 합의로 양약사들이 한약사응시자격을 가지거나 통합약사화될 여지는 감소되었지만 단서조항이 독소조항이 되어 오히려 통합약사화를 재촉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정책연구과제로 한약학과 6년제의 타당성 연구를 한약학과에 의뢰할 예정인데다가 한약학과의 커리큘럼 개편이나 학과통폐합은 학장의 재량사항이어서 장기적으로 약사법 3조의2의 개정 의미가 반감되거나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의계가 요구한 3조의2 개정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합의내용은 조문이 애매모호하여 한약과 양약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실현될지 의문이며 현행 법의 규정과 현안협의회 구성의 지연, 의·약사의 비협조로 한의계가 기대한 실리를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6.21 합의를 실현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생각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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