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년퇴임 동국대 한의대 강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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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년퇴임 동국대 한의대 강병수 교수
  • 승인 2004.08.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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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 찾아 40년, 촬영사진 30만장

“학문적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좀 알만한데 학교를 떠나게 됐다.”
8월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된 동국대 康秉秀(65)교수의 소회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섭섭한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본초도감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재촉하고 있다.
한의사가 만든 본초도감 하나 없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생각하면 지체할 겨를이 없다.

지난 40여년간 본초를 찾아 전국 산야를 뒤져 손수 찍어놓은 사진이 30만장. 이 자료사진들로 도감을 만들고 있다.
강 교수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난 2002년에 대한형상의학회가 지원금 3천만원을 전달한 데 이어 제자들도 기금을 마련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일찌감치 퇴임기념논문 헌정식 같은 건 안하겠다고 일러두었다.
평남 안주에서 해춘국이란 한의원을 운영했던 선친을 이어 자연스럽게 한의사의 삶을 선택,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10여년간 개원의를 거쳐 원광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고인이 된 채인식, 한세정 선생은 잊지 못할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약초여행을 떠났고 중국에만 24번을 다녀왔다.
육종용, 쇄양, 초두구, 익진, 마황 등은 가공하기 전의 약초를 직접 본 한의사가 많지 않다.
그는 한의학을 “시스템 의학” 이라고 정의했다. 인체를 구성하는 뇌의 기능과 오장육부, 기혈, 경락에 나타나는 병적 현상에 대해 원인과 증상에 관한 병리 시스템을 짜서 여기에 대응하는 침구 시스템과 약물 시스템을 적용해 치료하기 때문이란다. 분석학적인 서양 의학과 분명히 다른 점이다.

그는 본초학은 한의학의 3분에 2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분야이라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학문적으로 전통한의학이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연결고리가 부실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어디까지나 생약학에 휩쓸리지 말고 전통 본초학을 이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는 소용이 없다.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생약학적인 지식을 갖추되, 본초학적인 개념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PPA 감기약 파동이 마황에 대한 시비로 이어진 현실을 보면서 강 교수는 “마황은 치료목적에 따라 수치·법제 방법이 다르다. 한의사가 짓는 치료약만큼은 수치·법제도 한의사 스스로 해야 한다.
의료분쟁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한의사가 피해를 보는 것”이라면서 “유통구조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운전면허증 없는 그가 동행인을 대동하고, 사비를 털어 기름값·술값을 대가며 전국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약사 아내(金安子·62)의 내조 없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책 출간과 함께 임상의를 위한 강의도 준비할 계획이다.
‘임상 한방 알레르기’ ‘전통의학의 뿌리를 찾아서’ 등 3권의 저서와 20여편의 논문이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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