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도 한의사 의료기사지도권 철저히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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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도 한의사 의료기사지도권 철저히 배제
  • 승인 2004.08.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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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한방요법 보조행위에 의료법 적용
“법적 불합리” 분노 폭발 … 악법개정 촉매제 될 듯

왜 한의사에게만 의료기사지도권을 주지 않는가?
모든 의료인에게 의료기사지도권을 주고 있는데도 유독 한의사에게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차별이며, 법적 미비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와 이후 한의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불만은 지난해 정읍·부안·고창지역 한의사 8명이 간호조무사에게 한방요법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어 선고유예를 받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2개월에 처해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 한의사들은 “의료법 위반이라기보다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위반에 불과한 것이므로 관련 규정 위반시 적용되는 자격정지 10일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결과 얼마전 서울행정법원은 간호조무사에게 한방요법을 시킨 데 대한 행정처분 2개월은 너무 가혹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내용이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한의사에게는 의료기사를 지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단순히 의료기사가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이므로 처분도 의료법관련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한의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한의사에게는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를 지도할 권한이 없어 사실상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점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등 조작이 비교적 간단하고 특별한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은 점 △행정처분기준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여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자격정지 2개월은 책임을 물어 공익성을 달성하려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위법의 정도와 한의사와 환자 등이 받게 될 불이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 규정하고 한의사면허자격정지 2개월의 처분을 취소했다.

그러므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이 정비되기 이전에는 다소간의 위법사실이 있다하더라도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을 적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의료법을 적용하여 강한 처벌도 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뜻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즉각 항소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처벌의 정도가 과하다는 견해일 뿐 처벌을 면제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의계는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마구잡이식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의협이 ‘잘 된 재판’으로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원고인 한의사들은 현행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소송을 제기할 뜻을 내비침으로써 정읍·부안·고창 사건은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 법적 미비를 다투는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명의 원고중의 한 사람인 유성기(전북 고창 새생명한의원) 원장은 “이번 재판에서 한의사들은 의료기사지도권이 없어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적용에서조차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의료인을 차별하는 법적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위헌법률소송을 강력히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천명하고 “우선적으로 지역내 한방병원과의 접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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