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왜 학술원 회원 될 수 없나
상태바
한의사는 왜 학술원 회원 될 수 없나
  • 승인 2003.03.1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정원 제한, 한의학 분야 없어 선정 불가능
독창적 연구업적 쌓는 여건 조성도 시급

학문 최고 권위의 상징인 학술원에 한의사는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대한민국학술원법 제3조(조직)에 따르면 ‘학술원에 인문·사회과학부와 자연과학부를 두고 각부에 전문분야별로 분과를 둔다’고 규정하고 5조(회원의 선출)에 ‘학술원이 지정하는 해당분야의 학술단체가 추천한 자 중에서’라고 제한하고 있고 또 회원 선출규정에 따르면 ‘그 분과는 별지1에 따른다’면서 분과를 구성할 수 있는 학문분야를 지정하고 있어 극히 한정된 학문분야 출신자만 학술원회원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중 5개 분과로 구성된 자연과학부는 제4분과의 구성 대상 학문을 ‘의학, 치과의학, 수의학, 약학’으로만 되어 있어 한의사가 회원이 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12명이 정원인 제4분과 회원은 의학자 7명(혈액학, 약리학, 미생물학, 예방의학, 법의학, 병리학, 종양학 전공)이, 치과의학자 1명(구강보건학 전공), 수의학자(수의약리학 전공) 1명이, 약학자(식물화학, 생화학, 약물학 전공) 3명이 들어 있다.

학술원 관계자는 분과 및 정원에서 한의학자가 참여할 수 없게 규정된 것과 관련해서 “언론학회 등 여러 학회가 문의해 오고 있지만 정원이 150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학회는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의학자가 학술원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학술원법과 회원 선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과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국제적 규정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학술원법에는 회원을 우대하고, 회원에게 수당과 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에 따라 예산이 수반되며,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학술원 정원이 150명선이어서 한국만 임의로 정원을 늘리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므로 중간에 결원이 생겼더라도 해당 학회장의 추천을 받아 선출하기 때문에 한의학자가 선출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설사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회원 선출규정은 분과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승인을 받고, 자연과학부에서 의결하고, 총회의 승인을 얻게 함으로써 서양적 학문전통과 거리가 먼 한의학자가 회원이 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법적 제약과 함께 내부적인 요인도 한의사의 학술원 회원이 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학문적 최고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술원이 1차적 조건으로 내세우는 ‘독창적 연구업적’이 절대적 전제조건이 되는데 한의계에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답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한의학적 업적이 있다 하더라도 서구적 과학철학과 지식으로 무장된 제4분과와 자연과학부會의 의결을 통과할 수 있는냐는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즉, 언어적 바탕과 철학적 바탕이 틀리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학술원 회원이 되는 일은 개인의 영광이자 소속 학문의 학문적 영예라 할 수 있다. 한의계는 이제부터라도 학술원 회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한편 대학과 학회의 연구풍토를 조성하는 등 연구력있는 학자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