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의학이 나아갈 길 - 김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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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의학이 나아갈 길 - 김중길
  • 승인 2004.08.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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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우물안 사고에서 벗어나 변화의 흐름 수용해야


김 중 길 (원광대학교 순천한방병원 3과 과장, 전 몽골파견 국제협력의)


몽골은 바다가 없는 대륙 속의 섬나라입니다. 원나라 제국이 붕괴된 후 국경이 중국과 소련이라는 나라에 둘러싸여서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외국을 가보지 않은 몽골인들은 바다(달라이-몽골의 라마교(불교)는 티벳에서 전래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달라이 라마’란 바다같이 큰 스님이란 뜻입니다)에 대해서 막연한 느낌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몽골 사람은 바다의 크기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아쉽게도 나에게 바다에 대해서 물어보던 그 몽골사람은 평생 바다를 보지 못하고 무엇인지 모르고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TV로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바다에 대한 느낌은 없겠지요.
‘꿩 잡는 게 매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오래 지속되었고 자료가 많고 이론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한들 환자의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없는 치료법은 쓸모가 없어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다행히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우리가 지금도 이렇게 불철주야 그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선진화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될수록 동양의학(침술, 한약, 추나, 단전호흡, 경락마사지, 기공, 요가 등등)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한의사들을 우쭐하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2004년 5월 27일에 발표된 미국 NIH 보고서에서 나타난 수치(2002년 미국 18세 이상 성인중 1년 내에 대체의학을 이용한 비율이 62%나 된다)는 제 가슴을 벅차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한의사)를 그렇게 무시하는 서양의사들도 결국은 자기들 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의 전통 한의학에 귀의를 하는구만 푸하하하.......’

그러나 그 웃음소리가 제 입안에서만 맴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10명중 6명이 서양의학을 떠나서 드디어 진리를 가득 담고있는 우리의 한의학 품에 안겼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림잡아 십중팔구는 될 터인데.....

그 희소식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몇 가지가 될 것입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 현상의 주역이 우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바다로 향해서 노도와 같이 질주하는 흐름의 중심에 우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 물줄기의 흐름에 정면으로 뛰어들지 않고 외면하고 안전한(?) 우물에서 땅 싸움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그 흙탕물의 굴욕을 맛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에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은 있어도 TKM(Traditional Korean Medicine)은 없습니다. 물론 제가 받은 면허인 OMD의 OM(Oriental Medicine)은 어쩌다가 가뭄에 콩 나듯 볼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은 의학을 보조하는 ‘대체의학’이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과 다른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뭔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상생의 첫 번째 조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진료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컴퓨터 기계를 쓰면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를 외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가장 간단한 것부터 조금씩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의 인체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진료를 하게 됩니다. 새로운 약과 새로운 치료법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되어지고 또 그것들을 사용한 의료인들의 보수적인 보고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개발한 치료법을 사용하고 또 다시 부작용을 찾아내고 하는 동안에 환자들이 참고 있는 것은 기본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보수적이라는 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기본에 충실하려는 세심함이 의료계를 보수적이라고 평가할 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것이 그들의 실험정신과 조화를 이루어 세계의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이 너무 미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할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기침을 한번 할 때 그 외의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혼절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들이 보수적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우리의 것을 공부해서 여기까지 오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그들의 그 자료들을 보면서 일희일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며 ‘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이라고 부르면서 하나하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제 우리만의 틀에서 나와서 그들 보다 더 기본에 충실하게 우리의 것을 준비해서 그 변화의 흐름에 뛰어들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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