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보험심사조정의 문제점(2) - 조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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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보험심사조정의 문제점(2) - 조현모
  • 승인 2004.07.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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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요양기관 적자는 구조적 문제
한의협, 한방에 알맞는 수가체계 제시하고
학계, 표준행위분류·질병군 매뉴얼 완성해야


조 현 모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보험위원장)


▷▷▷ 한방건보 문제는 무엇인가 ◁◁◁

현재 한의학은 전체 의료비의 4% 정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통계적인 자료이고 실제 임상가에서 느끼는 현실은 엄청날 정도로 참혹합니다.
일일 평균 20명에 첩약 2재 정도가 손익분기점으로 판단되고 있는 현실에서 통계적 자료로는 전국 한의원 일일 내원환자수가 18명이 안되고 있습니다. 결국 50%가 넘는 한방요양기관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과연 전국적인 불경기의 영향으로 치부해 버릴 것인가에 대해 저는 절대 그렇지 않고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점차 한방을 이용하는 계층이 자꾸 감소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한의학이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방시장이 양방에 비해서 많은 제약과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천안이라는 시골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굳이 이 환자들이 왜 한의원에 오나’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한방을 많이 이용하는 계층인 65세 이상의 연령층이 1천5백원 들고 양방에 가면 침놓고, 주사 놓고, 핫팩 해주고, 물리치료 해주고, 처방전 주고 주민등록번호 봐서 홀수 짝수로 해서 무료로 검진해주고… 굳이 한의원으로 올 이유라면 ‘양약 먹으니 속이 나빠진다고 해서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별로 올 일이 없지 않나’란 자조 섞인 질문을 해 봅니다. 이것은 결국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한방이 갑작스럽게 보험체계에 들어가면서 약간은 견강부회한 것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한방보험체계는 실제 임상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비강내, 복강내, 관절내… 등의 침시술은 교과서에 조차 명확한 기준이 없어 특히 심사시에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현재 보험체계를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왜곡된 보험체계 내에서는 우리는 배우지도 않은 시술행위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위원회에서 한방표준행위분류라는 거대한 작업을 해 왔던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는 학교와 학회가 변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일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못해왔던 일에 대해 분명한 자기반성을 이루어 내고 그에 따라 분발해 내야 합니다. 이미 작업한 한국한의표준행위분류라는 것이 분명 한의학의 완성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라도 우선 표준화 작업을 해야 그것을 근간으로 수가체계를 정립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어느 한 학회의 흥망성쇠를 떠나서 분명 만 명이 넘는 한의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러한 표준행위분류를 근거로 해서 현재 한의과 대학의 교재를 다시 작업해야 합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각 질병군의 매뉴얼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한방의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는 예후경과의 부재입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분명히 질병에 대한 생리병리적 기전이 나와 있고 그에 따른 처방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후경과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 개원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양방에서 디스크로 인한 하지방사통과 비교되는 요각통에 한방의 평균 치료일이 8일을 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부염좌의 평균 내원일이 2일을 넘지 못합니다.

매뉴얼이 없고 예후경과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에 평균값으로 심사조정을 하면 한방에서는 디스크를 8일 안에 고쳐내야 하고 하지부염좌는 2일 안에 고쳐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평균값이라는 족쇄에 옭아 매이게 됩니다. 결국 학회에서 현실성에 입각해서 각 질병군에 맞는 검사, 진단, 그에 따른 변증과 치료, 그리고 예후경과가 나와야 합니다.

두 번째로 협회는 빨리 대한민국의 한의학 실정에 맞는 보험체계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현재 한방보험체계는 행위별수가제입니다. 즉 행위에 따른 점수를 정해서 수가에 반영을 하는 체계입니다.

그런데 이 보험체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한의사는 다른 직업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의사는 혼자 진찰을 하고 침 시술을 하고, 부항을 하고, 한방요법을 시행하고, 한약을 처방하고, 한약을 조제해야 하는 법적인 제약을 받고 있고 이것이 어느 조항이든지 걸면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것으로 인하여 시스템적으로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양방의 경우에는 접수를 한 다음에 의사의 방으로 환자가 들어가서 상담을 받고 처방전이나 기타 해당되는 처치처방을 받은 뒤에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처치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서 가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많은 수의 환자를 볼 수가 있으나 한방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방도 다른 직업군의 도움을 받게 하든지 그렇지 못하면 아예 한방의 시스템에 알맞은 새로운 수가체계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특히 개원가의 가장 큰 불만은 양방은 실제로 내원해서 양방의사의 손을 거치는 시간이 너무 짧은 반면에 한방에서는 한의사의 손을 거치는 시간은 너무나 길지만 동일한 수가체계 내에서 동일한 취급을 받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양방의 포괄수가제나 상대가치평가를 한방에 그대로 적용을 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특히 포괄수가제의 경우에 있어 앞에 지적했다시피 매뉴얼에 해당되는 수가체계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양방처럼 충수돌기염으로 수술을 하면 몇 일이 걸리고 무슨 치료를 하면 평균적으로 얼마라는 금액이 딱 떨어져야 포괄수가제를 하기가 편한데 사실 한방에서는 이것을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상대가치점수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어느 행위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도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만처럼 한방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시스템을 연구해야 할 것 입니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시스템의 보험체계인 총액계약제등의 도입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의 연구용역은 전체 한방의 성쇠가 달린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서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한방에 알맞은 수가체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가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여러 차례에 걸쳐서 공청회를 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다시 보완하고 전체 한의사의 의지가 결합이 되게 한 다음에 진정으로 한의학이 바로 설 수 있는 수가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완성이 되고 학교에서는 미리 교재를 통해서 어느 정도 평균적인 교육을 이루어 내고 개원 한의사에 대한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통해 자리매김을 해 나간다면 한방시장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

필 자 약 력
·대전대 한의대 졸
·현 대한한의사협회 충청남도보험이사
·현 제중제약 대표 및 제중당한의원장
·이메일 : sptaengz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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