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08] 醫門須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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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08] 醫門須知
  • 승인 2004.07.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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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시행 醫生守則

핸드북 사이즈로 만들어진 이 빛바랜 책 한권은 大正 4년(1915)에 발행된 것으로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 합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저자는 ‘京城 光化門通 崔東燮’으로 되어 있지만 발행처를 ‘全鮮醫生大會發行’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한의학 관련인사들의 전국규모행사였던 ‘全鮮醫生大會’ 개최를 즈음하여 배포한 관계법령집으로 여겨진다.

본문 안에 실려 있는 내용을 순서에 관계없이 성격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醫師規則과 醫生規則을 첫머리로 유사의료업인 按摩術鍼術灸術營業取締規則이 있고 이와 관련한 診斷書式, 證明書式, 履歷書式, 民籍謄本下附願, 請書, 開業申告書, 居住申告書, 醫生開業場所移轉屆, 本籍地變更屆 등 여러 가지 서식류가 들어 있다.

서식으로는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死産證書(死胎檢案書), 건강진단서, 요양진단서, 난치병진단서, 진단서(切創), 증명서, 건강증명서 등이 올라 있다.
그런데 이중 진단서 예시에는 刺創으로 인한 근골절개상의 경우가 대표적인 진단서의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어 상해진단서가 진단서의 주종을 이룰 만큼 험악했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정황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 전염성질환 및 방역과 관련하여 傳染病豫防令, 傳染病發生報告, 傳染病轉歸屆, 種痘施術目次 항목이 들어 있다.

이어 藥品及藥品營業取締令과 藥品及藥品營業取締令施行規則, 藥品巡視規則 등 당시 한약과 한약재 유통 관련 법규와 시행규칙, 藥種商願, 賣藥檢査願, 賣藥請賣願, 賣藥行商鑑札願, 毒劇藥의 分類, 有毒藥種不許可品, 消毒法 등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약종상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毒劇藥을 보면 劇材로는 乾漆, 全蝎, 續隨子, 大戟, 黑丑 등 25종이 기재되어 있고 小劇材로는 大黃, 附子, 大蒜(대산) 등 15종이 올라있고 毒材로는 水銀, 巴豆, 信石, 輕粉, 斑猫, 鴉片(아편)이 등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有毒藥種不許可品으로는 鉤吻, 靈砂, 大戟 天南星, 牽牛子, 烏頭, 附子 등 21종을 나열하고 있다. 이것들은 다소 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나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것이고 경험적으로 사용법이 비교적 익숙하게 알려져 있어 허가사항이 필요치 않은 것으로 여긴 것 같다.

消毒法으로는 燒却法, 蒸氣消毒法, 煮沸消毒法, 藥物消毒法 등 4가지로 나누어 대상과 방법, 효과를 설명해 놓았다.
아울러 뒷부분에는 內鮮病名對照表, 內鮮年代考, 全道醫療機關 등의 관련 참고 항목이 곁들여져 있다.

內鮮病名대조표를 보면 위쪽에는 內地病名, 아래쪽에는 朝鮮病名이라 나누어 상하를 대비해 놓았다. 예를 들면 腦出血/卒中風, 末梢神經麻痺/中風,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등이며, 서의병명은 內地病名으로 한의병명은 朝鮮病名 식으로 치환하여 대비해 놓았다.

항목에 따라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병명대조표는 이 시기를 선후로 한·중·일 동양의학권 국가에서 두루 통용되었으며 근대한의학 개설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또 초창기 한양방질병사인분류 기초 작업에 참고 됨으로써 끈질기게 인연을 맺어왔는데, 한번 잘못된 오류가 얼마나 오랜 동안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주고 있다.

끝으로 당시 전국의 의생과 한의원 개설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全道醫療機關을 보면 “漢法醫는 비교적 우수한 자로 醫生의 명칭 하에 醫業을 면허하야 其數가 실로 5813인의 多數에 달하고 全道各處處曲曲에 分在되얏고 新修한 醫는 全道를 통하야 內地人 464인, 조선인 144, 외국인 33인 합계 641인을 算하얏고…”라고 하여 당시 조선내에서 활동하고 있던 일본인 한의와 허가받은 조선인 의생, 그리고 외국인 의사 현황을 알 수 있다.
집계숫자에서 보듯이 의생제도 자체가 조선의 舊制 한방의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님과 일제의 전통의학 침략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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