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07] 醫門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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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07] 醫門寶鑑
  • 승인 2004.06.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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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驗醫案과 藥性을 곁들인 臨床寶典

조선후기 의학서의 특징을 살펴보면 『동의보감』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다. 이 책 역시 병인치법에서부터 처방용약 등 내용면에서 많은 부분 『동의보감』의 골자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 볼 특색은 병증문마다 ‘經驗’이란 항목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주로 元明代 유명한 의학자들의 경험의안과 저자 자신의 치료경험이 담겨져 있는데, 선행연구자의 보고에 의하면 대략 263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물론 이 책 이전에 의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병증마다 일일이 항목을 설정하여 자세한 치료경험을 기록한 것이 드물 뿐만 아니라 조선 의가의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 책은 경종 4년(1724) 周命臣에 의해 저술되었는데, 주명신은 상주사람으로 호를 岐下라 하였고 龜岩 許浚선생의 門人이라는 설이 있으나 연대가 동떨어져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라 하기는 어렵다.

1918년 李命錫이 校訂하여 펴낸 活版本이 널리 퍼져 있으나 이 후대 판본에는 첨삭과 개편이 이루어져 원본의 모습을 명확하게 알기 힘들다.
다만 7권에 있는 經穴撮要歌括(新增)과 권말에 있는 新增補方은 새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첨가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 1에서는 중풍, 상한과 六淫질환을 중심으로 질병을 분류하고 있고, 권 2에서는 內傷과 氣血痰鬱 및 雜病을 서술하고 있다. 또 권 3과 권 4에서는 黃疸, 水腫, 鼓脹과 같은 잡병과 頭面眼耳鼻 등 외형 질환, 그리고 夢, 汗, 秘結 등 진액과 二便異常이 함께 기술되어 있다. 권 5에서는 부인병, 권 6에서는 소아병을 서술하였고, 권 7에서는 外傷疾患과 臟腑, 經絡, 診斷에 대한 내용을 서술해 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 8에서는 藥性目錄과 藥性 등을 덧붙여 놓았다. 이것을 대략 『동의보감』의 편제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형식상 크게 의존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약성목록과 경험이 들어 있어 다른 책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를 두고 自序에서는 “역대 명저의 정수를 뽑은 다음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이 책을 꾸몄다(…… 遍歷古今醫書, 撮其精要, 間亦竊附己意, 作爲此編)”고 당당하게 밝혀놓았다. 또 “고금명의들과 자가 경험을 아래에 붙여놓음으로써 후학들이 병의 원인을 환하게 파악하고 초보자라도 쉽게 찾아 쓰게 하였다(…… 又以古今名醫及己所經驗者, 尾附于下, 使學者開卷瞭然, 其視病根如指掌, 則雖令初學庸醫, 逐證尋方, 庶乎不差)”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 권의 藥性은 본초편으로 『동의보감』의 탕액편이나 『제중신편』의 약성가에 비견할 수 있다. 여기에는 人蔘 등 草部 187종의 약재를 비롯하여 木部, 果部, 穀部, 菜部, 金石部, 土部, 人部, 獸部, 禽部, 蟲魚部로 나뉘어져 모두 352종의 본초약물이 수록되어 있다.

藥性目錄은 바로 이 약성편의 목록에 해당하는데, 이중 地黃은 生熟 2종으로 구별되어 있고, 芍藥은 赤白으로 나누어 수록함으로써 약용을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또 기원식물이 같고 약용부위가 다른 것, 혹은 이름이나 모양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약재를 병렬로 대비시켜 혼동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天花粉과 瓜蔞子, 紫蘇와 蘇子는 전자의 경우이고 芎궁(궁궁)과 撫芎, 木通과 通草는 후자의 예이다.

藥性편 앞쪽에 실린 일단의 의론은 用藥論이자 藥性綱領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의 본초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약이란 병을 다스리는 물품이니 만들어 쓰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고 치료효과를 내는 것은 약재에 달려 있다(藥者治病之物, 制用在乎人, 主治在乎藥, ……)”라고 하여 처방용약의 원칙을 제시하고 修治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책은 방대한 보감의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경험과 약성을 곁들여 펴낸 勞作이라 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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