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약사 편들기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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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약사 편들기 하는가?
  • 승인 2004.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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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자료에 근거, 일부자료 사실과 달라
대선공약 집착·다양한 의견 수렴 간과 의혹

정부가 양약계의 일방적이고 부실한 자료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할 뿐 보건의료정책의 총체적 고려와 상대단체의 타당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약대 6년제를 밀어부치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외에서 일고 있어 정부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약대 6년제 추진 근거로 삼고 있는 양약계 자료가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의협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양약계가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인 세계의 약학교육의 추세가 6년제라는 사실부터가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견서는 OECD국가 중 대부분의 나라가 6년제라는 양약계의 주장과 달리 영국, 호주, 캐나다, 벨기에, 뉴질랜드와 대만, 싱가포르 등이 4년제라는 사실을 누락시켰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약대 학제관련 사실도 약사회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고되었다고 지적됐다. 양약계는 미국의 경우 2000년도에 6년제로 전환되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89개의 약대 중 70개 대학이 4년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모든 약대가 2006년부터 6년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2018년까지 4년제와 6년제를 병존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양약계는 약대 6년제 추진 근거로 지난 96년 한약분쟁 당시 ‘5.16 한약관련 종합대책’을 거론하고 있으나 이때 발표한 정부의 방침도 근거가 충실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때 정부가 약대를 4년제에서 5,6년제로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약학발전을 위한 연구개발과 약학의 전문화를 통해 약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라고 주장했으나 5,6년제가 약학발전과 약학의 전문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9월 18일 대통령자문기구인 약사제도개선 및 보건산업발전특별위원회(이하 약발특위·위원장 김창종) 주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게 고작이다. 이때에도 대부분의 토론자들과 약학관련 일부 인사들은 약대 6년제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토론자로 나왔던 왕진호 당시 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장조차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할 정도였다. 왕 과장은 “학제연장 논의가 교육내실화 차원에서 재논의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96년 한약종합대책으로 나왔던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한 뒤 “기존 교과목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경제적 필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리된 상태로 건의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었다.

시민단체의 대표들도 유사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모 시민단체 대표는 “교육내실화가 곧 학제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는 4년제의 보완이 시급하나 소비자 관점에서 설명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양약사 출신의 제약회사의 간부도 “제약회사에 약사가 없다”면서 “임상 위해 6년제 하자는 것은 찬성하지만 신약개발 위해 6년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약발특위는 공청회의 결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정리해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양약계는 “더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논리로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학교육의 문제점은 공유하고 있으나 그 방법론이 상이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완곡한 말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렇듯 의료인과 정부, 시민·사회단체·양약계 일부가 약대 6년제를 반대하고 임상약학대학원 등이 개진되고 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이렇다할 추진근거를 설득력있고 뚜렷하게 제시한 적이 없이 막연히 ‘대통령 공약이다’, ‘복지부의 오래된 방침이다’, 혹은 ‘약학발전을 위해서’이나 ‘세계적 추세다’라는 말로 얼버무리면서 뜨거운 감자를 교육부에 떠넘기려는 듯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의약단체의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채 서둘러 교육부에 학제변경 요청을 해서 거부되는 낭패를 맛보았다. 보건복지부는 1992년에 교육부로 6년제 찬성의견을 보냈으나 교육부는 “말썽의 소지를 없애고 의견을 보내달라”고 통보해 보건복지부의 추진방침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한의계가 주요 이해당사자인데도 복지부로부터 검토 내용을 전달받거나 미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와 의료계 간의 의사전달이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약대 6년제 추진 근거가 모호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는 또다시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보건의료정책과 보건의료인력 수급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추진되어야 할 약대 6년제 문제가 깊은 고민 없이 졸속으로 추진돼 새로운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보건의료인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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