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27] 이성환(동서통합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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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27] 이성환(동서통합의원장)
  • 승인 2004.06.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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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학의 조화로운 치료 추구
음양오행론 분석한 ‘주역의 과학과 도’ 펴내

서울 강북구 수유동 ‘동서통합의원’의 이성환(47) 원장은 한의, 양의 면허를 둘 다 가지고 있으면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조화롭게 결합시킨 치료의학을 추구한다.
그는 “경락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면 氣라는 세분화되지 않은 용어 대신 물리, 화학을 비롯한 현대의학적 용어로 자세하게 설명했을 것”이라며 “황제내경 시대에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지가 지금처럼 세밀하지 않아 사람들이 경락의 현상을 氣라는 통괄적인 용어로 설명해도 알아들었지만, 지금은 과학의 용어로 분명하게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교때부터 동양철학 심취

경기도 이천 출신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반야심경’을 접한 뒤 동양철학에 심취하게 된 이 원장은 현대학문은 진리가 아니고 ‘허망한 것’이라는 생각에 도를 찾아 방황한다.
그러던중 지리산 작은 절에서 알게된 스님의 권유로 1976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지만 고등학교에서 물리, 화학, 수학등을 공부하다 갑자기 기와 음양오행이 나오는 전문적인 한의학서적을 접하자 거리감을 느낀다.

이러한 한의대 커리큘럼에 회의를 느낀 그는 예과 2학년이 되던 해 뜻맞는 동기들과 기를 느끼고 운행하는 ‘현무의학회’라는 무술클럽을 만들어 도사들을 찾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소르본느대 법학 교수를 지냈고, 왜정시대 때 검사이다가 깨달은 바가 있어 평생 토굴 속에서 살았던 이재형선생으로부터 한의학의 역경적 해석을 배웠다. 또 소설 ‘丹’의 실제 주인공인 권태훈 선생을 만나서는 신비한 기 체험들을 했다.

그는 이때 기와 역경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 보니 한의학의 전체를 설명하는 용어인 기, 경락과 역경에서 말하고 있는 이론이 현대 과학의 용어로 모두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과학과 현대의학을 많이 알면 알수록 역경과 한의학 고전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고, 현대의학이 발견해 놓은 많은 사실들을 역경의 관점으로 디지털화해 정리하면 그것이 한의학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 원장은 과학과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미를 결심한다.

□ 과학과 의학 공부위해 도미

한의대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원장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우스베일러 한의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개원의 생활을 시작한다.
낮에는 진료를, 저녁엔 강의를 하면서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차츰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이 원장은 이 즈음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쉽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필리핀에서 의대에 입학한 그는 양의학을 음양오행론으로 분석하고 한의학에 편입시켜 공부했다. 생화학을 하면서 태양계에서 생체 내 기의 본질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가를 알게 되었고, 태양에너지는 인체 내에서 기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생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계인 기능성 MRI로 침의 효과가 뇌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다. 그는 암세포가 보통 MRI로 발견될 수 있는 크기인 직경 1㎝가량으로 자라는데는 대략 13년 정도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1㎝ 정도의 덩어리가 되면 이미 여러 개의 암세포들은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흘러 다닌다고 할 수 있다면서 양의학적 병명을 얻기 위해 프로그램된 MRI는 암을 치료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MRI를 한방진단기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며 “원자에서 나오는 정보를 체처럼 거르지 않고 자기공명분광학(MR Spectroscopy)처럼 모든 정보를 받아 낸 후에 그 형태를 음양론에 의해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양·한열·표리·허실의 관점에서 기본 형태를 얻어낸 후에 디지털 분석을 하면 8강 변증의 기본 형태를 얻을 수 있고, 8강의 기본 디지털 수치(음양의 수치)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으면 MRI 촬영을 한 환자의 한방 병명을 알아낼 수 있다면서 암이 되기 전에 치료 가능한 상태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8강에 의한 한방진단명은 디지털 이론에 의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컴퓨터 처리하기가 매우 쉽고, 약을 같은 방법으로 촬영하면 이미지나 화학성분이 아니라 약의 디지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어서 한의학으로 말하면 음양, 허실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귀국 후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하게 되지만 양자차원의 한의학을 분자차원의 양의학에 귀속시켜야 객관성이 있다고 본 그는 잡지에 실리는 연구가 하고 싶지 않아 1년 간의 대학원 강의를 접고, 2002년 4월 동서통합의원을 개원한다.

□ 한의학의 기초과학 음양오행

동양에서 음양오행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같은 기초과학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의학이나 공학이라는 전문서적을 보려면 중·고등학교에서 필수로 기초과학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황제내경, 상한론, 동의보감 같은 전문서적을 보려면 음양오행을 대학입학 전에 마스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한의학 전문서적을 보려는 것은 초등생이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공부하지 않고 내과 책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과 같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한의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서양의학을 배우기 위한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공부한 학생들이 음양오행을 배우지 않고 갑자기 전문서적인 한의학 책을 읽고 그 난해함에 좌절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02년 음양오행이론의 배경이 된 주역의 기본이론과 도해들을 나열하고 음양오행론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실제 생활에 잘 적용되는지를 보여주고자 ‘주역의 과학과 도’(정신세계사 刊)를 펴내기도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환자를 옳은 길로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이 원장은 약을 다려먹고 침을 놓는 것만이 한의학이 아니라고 했다.

한의학 이론에 의해 기계가 찾아낸 양의학 지식들을 음양오행의 이치로 해석하면 한의학 지식이 된다는 그는 그러기 위해서 단전호흡(연단술)을 수행해 정·기·신을 체험하고 음양오행론을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유전자와 줄기세포도 음양오행으로 분석, 정리하면 한의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인대증식요법 심취

그가 요즘 심취해 있는 연구는 인대증식요법. 미국에서는 50여 년 전부터 외과 의사들이 만성통증에 사용한 치료법으로, 고농도 포도당을 주사해 늘어진 인대에 탄력을 주는 방법이다.
허증성 통증에는 지금까지 한·양방 통틀어 그 어느 방법보다 원인을 정확하게 감지해 치료했고, 한번 치료되면 다시 손상될 때까지 재발하지 않는 점이 놀라웠다고 했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허증의 염증이든 실증의 염증이든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로 염증만 소염시킨데 반해, 한의사들은 침과 뜸으로 허증 염증과 실증 염증을 구분해서 치료했다면서 이것이 한의학이 지구상에 살아남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대증식요법에서는 침 끝이 인대에 닿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침 끝이 뼈에 닿았나 확인하는데 이것이 염증을 보다 확실히 하고 골막에 풍부한 섬유소 생성세포들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의 董景昌 씨(1916~1975)는 이것에 착안해 전통적인 경혈을 골막과 인대에 가깝게 옮겨 동씨침법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인대증식요법을 하는 의사들이 앞으로 30년만 지나면 경혈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로 연결시켜 내부 장기와 관계지으면 실증적인 경혈과 경락이 풀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뉴턴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관점이 바뀐 양의사가 음양오행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대증식요법으로 침을 놓는다면 만성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침의 효과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시간이 나면 약초사진을 찍으러 가거나 유명한 명당을 보러 다닌다는 이성환 원장은 각 약초가 다른 약초들과 다른 형태적인 특징,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동태 등을 음양오행으로 분석해서 책으로 쓸 생각이다. 그는 전국을 여행하며 명당자리에 가서 좋은 기운도 받고 약초사진 찍으러 들로 산으로 나가는 것이 건강에도 적잖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 알리고 싶어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어 홀로 서울에서 원룸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학문의 세계에 빠져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다는 그는 앞으로 ‘황제내경’과 ‘신농본초경’을 번역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고학자가 유물출토지에서 기왓장 한 조각을 손에 넣고 그 시대의 상황을 치밀하게 추정하듯이 이들 책의 저술 당시를 추정해 보고, 철저하게 현대용어로 풀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현재 중국의사들은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한의학을 서양과학에 꿰어 맞추는 식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학은 음양오행적으로 과학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연구되어야 의미가 있으며 가장 전통적인 한의학을 하는 한국의 한의사들만이 그러한 점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 자신이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기회를 갖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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