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수한약 인증제도’ 반대할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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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수한약 인증제도’ 반대할 명분 없다
  • 승인 2004.05.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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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보다는 부처·단체 이익 앞세워

박 용 신 (서울 평화한의원장)

한의약육성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자 한약진흥재단의 ‘우수한약 인증’에 관한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개 시행령에 이례적으로 많은 정부 기관들이 반대 또는 재검토 의견을 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직능단체의 반발 또한 거세다.

기획예산처는 시행령에 있는 예산근거조항을, 농림부는 한약재 재배(생산) 관련 조문을, 식약청은 한약품질인증제도를,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는 한약진흥재단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진흥재단 설립시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예견됐던 것이지만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약사회는 당연히 반대하고 있으며 한약도·소매업소, 한약 수입업체들까지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시행령(안)을 만들었던 복지부를 뺀 모든 관련 부처와 단체가 이 법안의 통과를 방해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관련 부서나 단체의 반대는 한의약육성법 시행령이 가지고 있는 큰 의의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한약진흥재단을 통한 인증제도는 우리 약재와 농민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시행령에 의하면 우수한약과 한약제제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단지를 지원하고, 거기에서 생산된 우수한약을 지정해서 인증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안에는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우리 약재를 보호·육성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한약을 소위 ‘우수한약’으로 인증해 현재의 한약재 규격품제도와 별도로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 약재’(=우수한약)를 살리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농민’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별도의 유통체계’이다.
진흥재단은 ‘우수한약’ 인증을 지원하며 한방산업단지를 육성해 한약재의 재배 및 생산, 한약재 또는 한약의 유통 및 판매, 가공 및 제조, 한의약 관련 제품의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방산업단지’나 ‘진흥재단’에서 ‘우수한약’ 인증사업을 포기한다면 국내 한약 생산을 육성하지 않고 2차 가공생산만을 육성하는 것이 된다. 2차 가공 생산과 무역만을 발달시키면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말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원료생산 기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규격품 제도는 안전성만 따질 뿐 우수한 한약재를 구별해주지 못한다. ‘우수한약’은 수입백출과 국산백출, 3년근 황기와 5년근 황기를 구별하고 진품 진피를 인증하는 것이다. ‘우수한약’은 한의학적인 입장에서 정말로 한의사가 가장 질 좋은 한약재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인증하는 것이다. 기원이 정확한 한약재를 그 한약재가 자라야만 하는 땅에서 재배하고 농약에 의한 토양오염이나 수치 과정에서 표백제를 쓰지 않은 안전한 한약이 ‘우수한약’이다.

우수한약재 제도는 기존의 규격품 한약재 제도에서가 아니라 별도의 한의학적인 입장에서 생산과 유통체계를 갖추고 재정비하려는 시도이다. 지금부터 잘 보듬고 가꿔야할 제도적 변화의 시작이다.

관련 부처와 단체는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여 제도적 변화를 막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국민에게 양질의 한약재를 공급하고자 하는 시도를 막는다면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관련 부처나 단체의 이익을 더 우선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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