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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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 어려울 듯
  • 승인 2004.05.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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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한의학 교육은 국립대 역할 아니다” 유보방침

보건복지부는 국립대학교에 한의학과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인력양성의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는 난색을 표시해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 논의가 겉돌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요청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보건의료 고등교육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02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한의사인력수급추계연구 결과 현재는 한의사 공급이 과잉상태이므로 한의학과 신·증설이 타당하지 않지만 국립대학교 1곳에 한의학과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복지부는 국립대 한의대 설립 의견에 더해 ‘서울대와 같은 유수한 국립대학교에 한의학과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이라는 문구를 덧붙임으로써 보건복지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던 ‘세계 최고의 한의대 설립’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복지부는 국립대 한의대 설치가 필요한 근거로 △한방의료에 대한 국민의 수요에 적극 대처하고 △세계 한의약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와 연구시설 및 R&D 투자 등이 용이한 점을 들었다.

보건복지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무당국인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몇년간 계속 유보된 국립대 한의대 설치안이 왜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올해에도 유보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반대나 마찬가지인 교육부의 유보방침의 배경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한의사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국립대든 사립대든 한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국립대 역할론도 거론됐다.

이 관계자는 “사립대가 하지 못하는 분야를 맡아 하는 것이 국립대의 역할”이라면서 “한의학 교육은 국립대의 역할이 아니다”고 밝히고 “서울대니 하는 지엽적인 문제가 더이상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견해도 전했다. 의사회와 약사회의 반대여론, 해당 대학의 동문회와 의대교수의 반대, 한의대를 신청한 지방 국립대 중에서 한 곳을 선정하기 어려운 것도 교육부의 입장을 옥죄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더욱이 교육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역할이 다르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급전망을 세울 뿐 인력양성 책임은 교육부의 소관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세우는 소위 ‘정책적 판단’의 객관적인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반론도 한의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선 한의사들은 사립대가 하지 못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국립대의 역할이라면 사립대에도 무수히 많은 의대, 약대가 있는데도 왠만한 국립대에 의대, 약대가 설립된 것은 자가당착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기존 의대가 설립된 대학의 반대나 한의학과 설립신청을 한 지방 국립대 중 한 곳을 선정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국립대 한의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이해당사자들을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냐는 게 한의계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전통의학을 국가적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를 교육부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향후 교육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이해를 구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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