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10)
상태바
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10)
  • 승인 2004.04.1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환경과 인체의 조화·균형이 치료의 목표

이 학 로(한의사·충남 천안)

12. 경험론과 실재론 그리고 임상의학

의사는 환자가 고통을 느낄 때와 환자가 스스로 질병의 고통을 처리할 수 없을 때 환자와 고통사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의사는 환자와 분리된 고통의 원인을 찾아보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질병은 분명히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환자와 의사와 고통

현대의학에서 밝힌 많은 질병들은 분명히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미생물과 기계적인 결함으로 인한 구조의 변화가 그런 예입니다.

즉 병원미생물이 인체에 들어 왔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의 질병현상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된 질병들이 이런 예에 속합니다.

그런데 같은 병원미생물에 노출되더라도 전혀 질병현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미생물은 질병현상을 일으키는 완벽한 조건일 수 없으며, 질병은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미생물을 발견할 수 없거나 구조적인 변이를 찾을 수 없는데도 질병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좀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환자와 의사를 매개하는 것은 분명히 질병입니다.

그런데 그 질병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전부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즉 질병이 없으면 환자도 없고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의학은 언제나 질병을 뒤쫓아 가는 입장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고통이 없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살아갑니다. 고통이 없을 땐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고통과 건강사이에 놓인 어떤 상태를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지만 물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고통과 건강을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론적인 의학은 분명하게 질병을 분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과학사상을 받아들인 의학은 그래서 질병을 환자와 독립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거에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질병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의학은 아직도 고통과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활기찬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 앞에 서있는 임상의학은 여전히 망설이면서 고통을 잠재우기 위한 치료법을 결정해야합니다. 과학사상과 거리가 멀었던 한의학은 병원미생물과 구조의 변이를 의심은 했었지만 드러내지는 못했습니다.

병원미생물은 현미경의 발명에 힘입어 의학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구조의 변이 역시 현미경의 발견에 힘입어 육안해부학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체에 대한 기계론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한의학은 유기체적인 인체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유기체적인 인체는 주위환경과 잘 어울림으로써 자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의학은 인체를 기계론적으로 분해해서 이해하지 않고 환경에 대응하는 개체로 인식합니다.

상하내외의 균형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과 인체사이의 관계 속에 질병이 자리 잡게 되고, 의사는 환경과 인체사이의 관계를 조절함으로써 질병현상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치료의 최고 목표는 환경과 인체사이의 조화와 균형입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上中下와 內外中을 포함하는 表裏개념을 통하여 인체의 깊숙한 곳까지 이르게 됩니다.

즉 上과 下의 균형이 중요하고, 內와 外의 균형이 중요하며, 上下와 內外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처럼 조화와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을 움직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조화와 균형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조화와 균형을 찾아 수많은 세월을 보낸 후 마침내 한의학은 환자를 통하여 임상적인 치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정6>은 한의학의 치료법은 부분적인 압력현상을 움직이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부분적이라는 말은 上中下와 內外中으로 구분된 해부학적인 영역을 말하며, 압력현상은 上中下와 內外中의 각 부분에 체액이 정체되면서 생긴 증상을 말합니다.

감기는 上中下로 나누어진 인체에서 특히 上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上은 혈액순환계에서 상대정맥으로 유입되는 정맥순환영역이며, 머리와 상지 그리고 일부의 흉강을 말합니다. 콧물과 가래가 나오는 것은 上(두면상지부)에 체액이 정체되어 압력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上으로 편중된 체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우선 上으로 편중된 체액을 체표를 통하여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陰陽의 개념에서 보았을 때 上으로 편중된 체액이 있으면 中이나 下에 체액이 부족한 현상이 있어야 합니다.

체액의 이동

정말 中이나 下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했다면 上으로 편중된 체액을 中이나 下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런데 감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中이나 下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이때에는 上에 편중된 체액을 체표를 통하여 제거할 수 있는 汗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表裏개념에서 보면 上은 表에 속하고 中과 下는 裏에 속하기 때문에 체표에 체액이 편중되어 있고 내장장기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할 수 없으면 당연히 汗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表裏개념에는 內外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처방은 좀더 복잡해집니다.

감기가 오래도록 낫지 않고 체액의 편중이 下에 나타나면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역시 陰陽개념에서 上이나 中에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上이나 中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하면 下에 편중된 체액을 上이나 中으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로지 下에 체액이 편중된 현상만 있을 때에 下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체액의 편중을 해소하는 방법은 체액이 편중된 부위에 따라 다르다는 말입니다.

조화와 균형을 목표로 하는 체액의 이동 방법은 생리학적인 사실에 보다 가깝고, 상대적으로 해부학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체액의 순환은 구조를 타고 움직입니다. 인체의 구조는 진단과 예후를 판단하는 의학의 기준입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