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카렐대학교 식물원의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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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카렐대학교 식물원의 약용식물
  • 박종철
  • 승인 2020.01.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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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52)
한의약연구소장

체코의 정식 명칭은 체코공화국(Czech Republic)이다. 폴란드·독일·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륙국이다. 1968년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으로 잘 알려진 프라하가 수도이며, 1993년 슬로바키아와 분리하여 독립국가로 출범하였다.

1348년 설립된 프라하의 카렐대학교(Charles University in Prague)는 프라하에 있는 국립 종합대학교이다. 이 대학의 자연과학부가 운영하는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the Faculty of Science, Charles University in Praque)이 프라하 신시가지에 있다.

이 식물원을 찾아가기 위해 필자는 한국에서 많은 준비를 한 후 혼자 나섰다. 식물원은 3.5헥타르 면적으로 유용식물구역을 비롯하여 중부 유럽 식물구역, 아시아 및 미국 식물구역, 지중해 암석정원, 수생식물구역, 식물분류원, 철쭉과 식물구역, 아열대 식물구역, 고산정원, 열대 온실, 아열대 온실, 선인장 구역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빵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6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약초의 카메라 담기에 열중했다. 식물원 위쪽 언덕에 잘 정리된 유용식물정원에서 157종의 약초 즉 1500매 사진을 촬영했다. 그동안 외국의 여러 식물원에서 수많은 약초 사진을 찍었던 필자는 이번에는 간단히 촬영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잘 조성된 식물원이라 다시 긴 시간을 투자하여 사진 촬영에 몰두했다. 필자가 화단 안으로 조금 들어가 촬영하다 보니 이를 지켜본 식물원 작업자가 와서 주의를 준다.

그동안 찾고자 했던 귀한 약초를 이곳서 드디어 발견하여 찍고 또 찍었다. 주인공은 바로 수지 한약으로 쓰는 아위(阿魏, Ferula assafoetida)다. 일본의 도야마대학 약초원에서 아위를 재배하고 있어 식물 사진은 이미 보유하고 있으나 꽃이 핀 사진은 아직 없었다. 꽃 사진이 필요해서 도야마대학 약초원장에게 연락하여 꽃 피는 시기를 문의했으나 매년 꽃이 피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위는 줄기를 자른 부위에서 삼출된 수지(樹脂)를 약용한다. 그의 한방 효능은 소적(消積), 산비(散痞), 절학(截瘧)이다.

한약 독활(獨活)은 대한민국약전에서 두릅나무과의 독활 뿌리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약전은 독활을 산형과에 속하는 중치모당귀(重齒毛當歸, Angelica pubescens f. biserrata)의 뿌리로 규정하고 있어 국가별로 기원식물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이들의 위품인 구당귀(歐當歸, Levisticum officinale)가 일부 유통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구당귀가 카렐대학교 식물원에서 재배되고 있다. 서양당귀로 불리는 약용식물이자 식용식물인 안젤리카(Angelica archangelica)도 자라고 있다. 갱년기장애, 월경전 증후군 등의 부인병이나 빈혈증에 효과가 있어 ‘여성을 위한 고려인삼’으로 불린다. 이곳의 아미근(Ammi visnaga)은 이집트에서 열매를 신결석 치료제로 사용하며 가려움 또는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약초다. 이 식물에 함유된 혈관확장 성분인 khellin을 선도물질로 하여 혈관확장제 약물인 efloxate을 개발했다. 이는 식물 성분을 활용하여 합성 의약품을 개발한 훌륭한 예에 속한다.

호로파(胡蘆巴)가 열매를 맺고 있는 장면도 처음 본다. 한약 호로파는 호로파 식물(Trigonella foenum-graecum)의 씨로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사용한다. 찾기 힘들었던 자리공을 만났다. 미국자리공은 어디서나 쉽게 보이지만 이 자리공은 그동안 사진촬영을 하지 못했던 약초다. 양귀비에 꽃과 열매가 함께 달려 있다. 이 식물의 덜 익은 열매에 칼로 흠집을 내면 즙액이 나오는데 이 액이 말라 굳은 것을 아편이라 한다. 아편 속에는 모르핀 외에 코데인, 테바인, 파파베린, 노스카핀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중 마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모르핀과 코데인은 강력한 진통작용과 진해작용을 가지는 성분이다.

식물원 내의 식물학과 건물 모퉁이에는 한 교수를 기념하는 부조물이 붙여져 있다. 주인공은 Vladimir Josef Krajina 교수다. 그는 지금의 체코에서 1905년 태어나 카렐대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이주하여 명문 대학인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24년간 식물생태학을 가르켰다. 식물원의 다른 구역들도 꼼꼼히 보고 싶었으나 시간 부족으로 아쉽게 생략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위, 구당귀, 호로파, 자리공을 만나 큰 수확을 얻었던 카렐대학교 식물원의 방문이었다. 이 식물원에서 촬영한 157종 약초의 학명은 한약정보연구회지(7권, 2호, 11-22, 2019년)에 실린 필자의 논문인 <체코의 카렐대학교 식물원 및 프라하 시립식물원의 약용식물 조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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