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97> - 『海東異蹟』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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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97> - 『海東異蹟』②
  • 안상우
  • 승인 2019.12.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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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 살린 三代祖傳 張山人

저자는 또 서문에서 “우리 동방은 천하에서도 으뜸가는 산수를 갖고 있으니, 세칭 三神山이 모두 이 나라 안에 있다. 그래서 세상을 버리고 자취를 감추는 선비들은 禪門(절집)에 기탁하기도 하고 山林에 은거하기도 하며, 市中에 섞여 지내기도 하지만, 그 신령스럽고 기이한 자취가 여러 사람에게 또렷하게 전해지고 있다. …”고 하면서 산수가 빼어난 곳에서 뛰어난 인물이 난다는 地靈人傑설을 기반으로 동국신선의 존재가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해동이적』

여기서 말하는 삼신산이란 예부터 신선이 살고 있다고 믿어온 전설상의 명산으로 곧 발해의 바다 건너에 있다는 蓬萊山, 方丈山, 瀛州山을 가리키지만, 다른 한편으론 조선 땅에 있는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이 바로 삼신산이라고 전해져 온다. 아마도 이런 믿음 자체가 동국신선설을 가능케 한 저변의 요인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첫머리 서문의 말미에는 병오년(1666년) 臘月 上澣에 長洲 곧 洪萬宗(1643~1725)이 題詞를 지었다고 적혀있으니, 지금으로부터 물경 350여 년 전 섣달 이맘때가 되는 셈이다.

또 뒤이어 東溟 鄭斗卿(1597~1673)이 쓴 서문에서도 역시 비슷한 논조의 敍說이 펼쳐져 있다. “우리 동방은 산수가 六合(천지와 사방, 곧 천하세계)에서 가장 빼어나다. 단군, 기자 이래로 천지의 기운을 먹고 몸을 단련하며, 바람을 먹고 이슬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숭상을 받지 못한 때문에 널리 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속세와 인연을 끊은 선비(物外之士)들은 이것을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였다.”라고 말하였다.

본문에는 곰에게 靈藥을 주어 여신으로 환생케 한 개국신화의 주인공 단군으로부터 시작하여 임진왜란 때 紅衣將軍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신출귀몰한 병법을 구사하여 위명을 떨친 바 있는 의병장 곽재우에 이르기 까지 38명의 선인들에 대한 사적을 기재했는데, 몇몇 함께 거론한 경우를 제하면 총32조으로 나눠져 있다.

수록된 인물로는 차례로 단군, 혁거세, 동명왕, 四仙(곧, 述郎·南郎·永郎·安詳을 말함.), 玉寶高, 金蘇二僊(金謙孝와 蘇嘏), 大世와 仇柒(구칠), 旵始(담시), 金可記, 崔致遠, 姜邯贊, 권진인, 金時習, 洪裕孫, 鄭鵬과 丁壽崑, 鄭希良, 南趎(남추), 지리산선인, 徐敬德, 鄭磏(정렴), 田禹治, 尹君平, 한라선인, 南師古, 朴枝華, 李之菡, 寒溪老僧, 柳亨進, 張漢雄, 남해선인, 蔣生, 郭再祐 등이다.

이중 김가기는 신라출신으로 중국에서 신선으로 추앙받았으며, 최치원이나 정렴도 모두 중국에 가서 이름을 떨친 동국선가의 빼어난 인물들이다. 또 남사고는 『남사고비결』, 이지함은 『토정비결』이란 술수서를 남겨 지금도 세간에서 널리 회자되곤 한다.

더욱 주목할 만한 인물은 장한웅으로 그는 일찍이 지리산에 들어가 3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산속의 빈 암자에서 10종의 비결서를 암송했다고 한다. 18년 동안 산속에서 지냈기에 張山人이란 별칭으로 불리는데, 그의 선조는 3대에 걸쳐 의업에 종사한 집안이었다고 한다. 허준과 함께 명성을 떨친 태의 양예수가 지은 『의림촬요』에 장산인의 의방을 칭찬하는 대목이 있어 사람들은 양예수가 장산인으로부터 술법을 물려받았던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산에서 내려와 興仁門(동대문)밖에서 살았는데, 육십이 넘었어도 얼굴이 전혀 쇠하지 않았다. 장산인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살곶이 다리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는데, 죽은 물고기를 골라 대야에 담아놓고 숟가락으로 약을 던져 넣으니 물고기가 다시 살아나 펄떡거렸다고 한다. 가전비법을 이어받은 그가 약을 물에 타 물고기를 살린 일은 단지 술사의 異蹟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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