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어느 카센터 주인의 ‘빵꾸’난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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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어느 카센터 주인의 ‘빵꾸’난 양심
  • 황보성진
  • 승인 2019.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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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카센타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올 초에 빌었던 소원을 생각해 보자. 아마 작심삼일로 끝난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소원은 내년에 다시 한 번 노력을 해볼 수 있지만 만약 소원성취를 했다면 새로운 소원을 생각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 소원을 다시 한 번 더 빌어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인간인지라 소원이 소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되어버리는 것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출연 : 박용우, 조은지, 현봉식, 김한종, 한수연

파리 날리는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박용우)는 어느 날부터 타이어가 펑크 난 차량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재구는 이것이 인근 공사현장을 오가는 트럭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 때문인 걸 알게 되고, 순간 계획적으로 도로에 금속 조각을 뿌려 타이어 펑크를 유도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 후 펑크 난 차들이 카센타에 줄을 이으며 돈을 벌게 되고, 남편의 수상한 영업을 몰랐던 순영(조은지)은 수중에 돈이 쌓이자 더 적극적으로 계획에 동참하며 도로에 못을 박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카센타>는 먹고살기 위해 도로 위에 계획적으로 못을 박아 돈을 버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터지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현실 공감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연출자인 하윤재 감독이 약 10년 전 지인들과 함께 한 여행 중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데 이 때 멀리서 현란하게 ‘빵꾸’라고 적힌 카센타를 보고 머릿속에서 이번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로인해 매우 개연성 있는 상황과 함께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박용우와 조은지의 생활연기가 더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카센타>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황량한 대지 위에 놓인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부정 부패의 모습을 웃프게 표현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물론 제한된 공간과 등장인물로 인해 약간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주인공들에게 서서히 욕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관객들은 끊임없이 '나라면 어떻게 할까?'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보게 된다. 비록 화려하고 거창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카센타>는 결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빵꾸난 양심은 덧없는 욕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2019년을 잘 마무리하고, 2020년에는 욕망이 아닌 진정한 소원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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