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의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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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의 약용식물
  • 박종철
  • 승인 2019.12.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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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51)
한의약연구소장

독일 베를린 시내의 티어가르텐(Tiergarten)은 210헥타르의 면적에 달하는 아주 넓은 공원으로 독일어로 동물원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제후들의 사냥터로 이용되었지만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개방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그로서 티어가르텐(Großer Tiergarten)’이다. 다른 지역에도 티어가르텐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해 크다는 뜻의 ‘그로서‘를 앞에 붙여 말한다. 공원 중앙에는 전승기념탑인 지게스조일레가 건립되어 있고 공원 동쪽 끝으로 나가면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이 서 있다. 이 공원은 현재 베를린 시의 중앙에 위치하며 통일 전에는 서독 지역에 속했다.

공원 곳곳에서 유명인사들의 기념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연못 인근의 삼각형 탑에는 작곡가인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세 분의 부조가 한 면씩 나뉘어져 붙어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모차르트를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이분 앞에서 유독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몇 년 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빈에서 모차르트의 발자취를 만나고 나서 영화 아마데우스를 다시 보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전승기념탑 인근에는 독일 제국의 첫 수상인 비스마르크 그리고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서 독일의 대표적인 문학가인 괴테를 볼 수 있다.

전날 저녁 때는 잘 조성된 산책길에 자전거 동호인이나 산책하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의 산책길에는 혼자 조용히 이 길을 즐길 수 있었다. 시멘트로 제작된 탁구대도 몇 군데 마련되어 있어 울창한 숲과 함께 시민들의 멋진 휴식 공간이 되어 준다. 티어가르텐에서 꽃으로 가득한 정원도 만날 수 있다. 즉 Steppen 정원, Rosen 정원 및 Englischer 정원이다.

Steppen 정원에서 베르가모트, 참나리, 단삼 류, Verbascum densiflorum이 보인다. 베르가모트(Monarda didyma)는 꿀풀과(科) 식물로 북미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도 재배하고 있다. 꽃에 향기가 있으며 생잎은 차로 활용하기도 한다. 소화, 방부 약리작용이 있고 감기 치료에 효과 있다. Verbascum densiflorum에 노란 꽃이 피어 있다. 이 식물과 비슷한 약초는 우단담배풀(Verbascum thapsus)로 서울대 약초원에도 재배 중이다. 필자는 같은 속(屬) 식물인 Verbascum densiflorum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대학 식물원, 스위스 베른대학 식물원 그리고 Verbascum epixanthinum, Verbascum olympicum, Verbascum pulverulentum는 프랑스 파리식물원에서 촬영한 적이 있다. Verbascum phlomoides는 스위스 베른대학 식물원에서 그리고 Verbascum speciosum는 오스트리아 빈대학 식물원에서 사진 찍어 보관 중이다.

노란 꽃이 핀 참나리(Lilium lancifolium)는 비늘줄기를 한약 백합(百合)이라고 부른다. 백합의 한방 효능은 양음윤폐(養陰潤肺), 청심안신(淸心安神)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음허(陰虛)로 인한 오랜 기침을 치료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꿈을 많이 꾸는 증상에 유효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모든 사기와 헛것에 들려 울고 미친 소리로 떠드는 것을 치료한다. 고독(蠱毒)을 죽이며 젖멍울, 등에 나는 큰 종기, 피부에 생기는 부스럼을 치료한다’고 그 약효를 설명하고 있다. 약초 단삼을 쏙 빼 닮은 보라색 꽃도 보인다. 한약 단삼(丹參)은 활혈거어(活血祛瘀), 통경지통(通經止痛), 청심제번(淸心除煩), 양혈소옹(凉血消癰)의 한방효능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못 자는 증상, 가슴 속이 달아오르면서 초조 불안한 증상, 가슴이 막히는 듯 하면서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아침 산책길에 들린 Rosen 정원에는 필자를 반기는 꽃들로 가득하다. 라벤더, 해바라기, 에키네시아가 눈에 띈다. 에키네시아는 북미가 원산지이며 이곳의 원주민들이 약으로 사용했던 약용식물이다. 허브차로서 마시는 것 외에 염증이나 상처를 치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른 시간이라 혼자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한 여행객도 이 정원에 들어와 벤치에 앉아 있다.

전승기념탑 건너편의 Englischer 정원을 들렀다. 여기에 엉겅퀴로 보이는 약초가 자라고 있다. 엉겅퀴는 약초 전체를 한약 대계(大薊)라 부른다. 대계는 양혈지혈(凉血止血), 행어소종(行瘀消腫)의 한방효능이 있다. 그래서 간염, 신염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각종 출혈을 멎게 하는 작용도 있다. 필자는 엉겅퀴에서 알콜에 의한 간독성으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실험하고 그 약리성분을 밝혀 외국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 결과는 대학 교재인 <생약학> 에 실려 있다. Englischer 정원에는 예쁜 영국식 식당이 있다. 화장실이 급해 마침 개장 준비를 하는 식당 직원에게 부탁했지만 거절 당해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럽 거리에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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