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교과과정 개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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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교과과정 개편인가?
  • 승인 2019.12.12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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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김석주

mjmedi@mjmedi.com


경희대 

지난 2018년부터 교수들을 중심으로 2023년부터 적용될 교과과정을 WFME1)의 기준에 맞추는 방향의 개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본 개편 논의는 한방 기초과목 시수 조정 및 개편과 임상 실습시간을 늘려 WFME의 기준에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과대학 수준으로 공인받는 것, 더 나아가서는 WDMS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1) WDMS 등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기에 교과과정을 개편해서라도 등재되려 하는 것인가?

일단 WDMS는 세계 ‘의과대학’ 목록이다. 한의사는 해외에서 MD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한의사의 신분으로 해외 활동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WDMS에 재등재 된다면 세계적으로 의과대학으로 또는 의과대학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 되고, 이를 통해 한의사의 해외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 그렇다면 한의대가 WDMS에 등재될 수 있는가?

지난 2018년 WFME는 중국의 중의대, 한국의 한의대 모두 WDMS에서 제외됨을 밝힌 바 있다. 중의대와 한의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보완대체의학으로 분류되는 분야의 교육기관은 WDMS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만약 WFME에서 재평가의 기회를 준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평가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일전에 최혁용 한의협회장의 말대로 심계내과학을 이름만 Cardiology로 바꾸는 식으로 평가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현 900시간의 실습시간을 컨텐츠에 대한 논의 없이 시간만 1500시간 이상으로 늘리면 WFME에서 의과대학의 기본 실습시간을 충족시킨 것으로 인정할지 의문이 든다.

최근에 국내 의과대학 중 울산대도 의평원 조건부 인증의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Big 5 병원 중 하나를 실습병원으로 보유함에도 조건부 인증을 받은 상황에서 이런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교과과정 개편으로 WDMS 재등재를 노리는 것은 무리이다.

이렇듯 전통의학을 배제하는 상황에서 임상 실습시간을 늘리고 기초과목의 시수를 조정하는 정도의 교과과정 개편으로 WDMS 재등재를 노린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3) 이것은 과연 한의대생을 위한 개편일까?

백번 양보해서 교과과정 개편으로 WDMS 재등재가 가능하다고 치자. 지금의 기초과목 시수 조정 및 개편과 임상 실습시간 증가는 한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필수적 요인이 아니다. 이전에 교심위 설문조사를 참고하면 많은 학우분들이 원하는 것은 ‘임상술기 강화’ 였다. 그러나 ‘임상술기 강화’는 ‘임상실습시간 증가’와 동의어가 아니다. 실습 시간만 1.5배 증가한다고 임상 술기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질지, 양방과 구별되는 한의학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과 의사학 계열 과목을 줄여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한의학이 가진 가치를 포기하고 의사를 쫓아가는 길을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의 목표는 쉽게 말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즉, 한의과대학의 교과과정은 양질의 한의학 인력 양성을 위한 책무를 갖고 올바른 기준을 설정하여 한의사를 잘 키워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 학생 중심, 술기 중심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교과과정 개편은 명분도 실속도 없는 허울좋은 껍데기일 뿐이다. 교과과정 개편 논의는 의료일원화라는 정치적인 논리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교과과정 개편은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각주

1) 세계의학교육협회(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인증평가를 위한 공인된 기관으로 의학교육 인증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한다. 국내에선 wdms에 위탁받은 기관인 의평원이 이에 따라 교육기관을 평가하고 인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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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2019-12-15 23:57:58
해외진출(해외 대학원) 준비 중인 한의사입니다. 해외에서 봤을 때 영어 성적표에 있는 말도 안되는 과목명들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기고자의 말대로 과목명을 바꾸는 것으로 wdms 등재 충족 요건에 불충분할 수는 있고 실패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지금처럼 국내의 좁은 시장을 갖고 나눠먹기 할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제 표준에 맞추는 것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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