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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건축이라는 이름의 탐험
도서비평┃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2019년 11월 28일 () 07:17:06 안세영 mjmedi@mjmedi.com

저녁 먹고서 동네 한 바퀴 걷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후 1일 1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거든요. 힘들겠다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뚜벅이인지라 출퇴근만으로도 7,000보가 훌쩍 넘어가니까…^^. 올 봄 이사하고서는 주로 석촌호수 근방으로 마실을 다녀오곤 하는데, 그곳에 자리 잡은 랜드마크(landmark)는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여겨지더군요. 500미터가 넘는 멋진 건축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 떠억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볼 때의 감흥이란….

   

로마 아그라왈 지음,

윤신영‧우아영 옮김, 어크로스 출판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은 흔히 제1예술이라 일컫는 건축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구입한 책입니다. 거의 날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천루(摩天樓)를 지나치다가 문득 관심이 생긴 게지요. 쉽고 재미있는 건축 관련 입문서로 뭐가 좋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사이언스 등에서 강력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학진흥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이었으니까요.

지은이는 로마 아그라왈(Roma Agrawal)이라는 여성 구조공학자입니다. 영국의 최고층 빌딩 ‘더 샤드(The Shard)' 건축팀에서 활약한 덕분에 근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라던데, 예상보다 훨씬 젊더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젊은 감각 덕택이겠지요? 곳곳마다 발랄하게 통통 튀는 느낌 가득했거든요. 딱딱하기 마련인 물리학·공학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도 복잡한 수식 하나 없이 위트 넘치는 그림과 함께 키워드만으로 간단히 풀어내는 솜씨가 정말 발군이었습니다.

책은 모두 14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제목 또한 인상적입니다. 으레 사용될 법한 연대순 요소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거든요. 읽노라면 고대 로마의 판테온, 중세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현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등 시대를 대표하는 고층건물들과 마주치는, 해서 자연스레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에 빠져드는데, 혹 여행이라도 다녀왔다면 읽는 즐거움이 더욱 클 겁니다. 마치 가이드 투어에 참여한 것 마냥 건축 관련 지식에 해박한 전문가가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기분이 들거든요. 가령, “건축물이 견뎌내야 하는 힘은 수직 압력과 수평 장력이다.”, “고층 건물은 보통 높이를 500으로 나눈 값 정도가 구부러지도록 설계한다.”, “코어와 외골격은 바람과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건물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타지마할 돔에는 조개껍데기·달걀흰자·과일즙·설탕 등도 들어있다.”, “점토롤 만드는 벽돌이 완전히 마르기까지는 거의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벽돌은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길이·넓이·높이가 4·2·1의 완벽한 비율이다.”, “운하·도로·철길을 짓는 근로자를 일컫는 ‘내비(navvies)’는 ‘내비게이터’에서 유래된 말이다.” 등과 같은 깨알지식이 귀에 쏙쏙 들어온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달은 분명한 사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겁니다. 요즘은 555미터의 국내 최고층 빌딩에서 허리띠, 곧 커튼 월(curtain wall)은 어디쯤일까 가늠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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