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실손보험 청구, 편익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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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실손보험 청구, 편익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점 찾아야
  • 승인 2019.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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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산돌한의원 원장

최근 가장 뜨거운 보험 관련 이슈 중 하나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에 대한 의료계와 보험업계,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서로 다른 입장 차이일 것입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회보험적인 성격과 함께 보험사라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생긴 상품입니다. 특히 건강보험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의료비로 인해 생계의 위험뿐 아니라 가정의 파탄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었기에 실손보험은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점점 더 보장성이 좋아지게 되고 본인부담금 상한제까지 도입이 되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에 있어서 개인의 부담은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위한 상품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비급여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특성 때문에 비급여의 가격 상승 요인인 동시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은 지나치게 번거로운 청구 과정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구를 하지 않고 있는 진료건수가 상당히 높음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보험업계가 이를 찬성하여 지급건수와 지급금액을 늘리는 쪽에 찬성을 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손보험을 청구해 보면 보험금 지급 절차가 그렇게 복잡하거나 번거롭지 않습니다. 본인을 증빙할 수 있는 신분증, 대리인인 경우에는 대리인의 요건에 따른 서류를 갖춰 병의원을 방문해서 필요한 서류만 말하면 의료기관에서 발급해 주고, 따로 작성을 하라고 보내 준 보험금 지급 신청서를 작성해서 같이 내기만 하면 심사 등은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필요한 다른 것이 있으면 따로 연락이 오거나 아니면 심사를 거쳐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보험회사별로 혹은 진료금액대별로 상이한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긴 하지만, 문의만 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직접 진료 받은 의료기관까지 가기 힘들다면 보험회사 직원에게 위임장과 신분증 사본을 주는 것으로 보험회사에서 업무를 대행해주기도 합니다. 의료기관에서 위임장을 가져 온 보험사 직원을 보는 것은 낯선 일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 간소화가 더 필요하다면 역시 서류발급 절차나 직접 방문해야 하는 서류들에 대한 부분을 간소화하는 것일 것입니다. 청구에 필요한 서류나 절차는 돈을 지급할 보험업계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고, 보험회사가 원하는 것은 진료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절차를 간소화려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자의 동의 없이는 특정 환자의 진료기록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 진료 받은 기록은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보 중 하나로 의료법과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법적 장치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보험회사는 심사를 하면서도 제출하지 않은 서류에 대해서 어떤 이유로 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았는 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다른 진료가 있었는 지 혹은 숨기고 있는 질병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의 의료비 지출 항목을 요구하거나, 건강검진 결과를 요구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구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민감한 건강과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개인정보를 공공기관도 아닌 사기업인 보험회사가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진 않고 적절한 보완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환자에 대한 정보에 대한 주의 역시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합니다.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나 정보를 보험회사로 전달하는 방식 역시 인터넷으로 제출하게 하거나 하는 방법들을 개발할 수는 있겠지만 법률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수수료는 의료기관이 아닌 보험회사가 부담하고 지불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민감한 여러 정보가 보험회사로 갈 수 있고 그로 인해 앞으로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에 대해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한 환자 고지의 의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송되는 정보의 종류와 제한, 보험회사의 과도한 정보 요청의 금지, 민감 개인정보의 질병력, 과거력 등에 대한 보험회사의 보관기간 및 파기 등에 대한 다양한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보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제도가 시행될 때 항상 예기치 못 한 문제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들의 본인부담금 선지불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험회사가 임의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전송 받거나 오랜 기간 질병에 대한 정보를 보유해서 이후 보험금 지급에 환자에게 불리한 사유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의 협의안이 나오기 이전에 편의를 위해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시행되었을 때 편익과 비용을 생각해야 합니다. 청구가 간소화되어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의료기관에 방문해서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한다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정도지만, 그로 인한 비용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기록과 진료 받은 질병 등에 대한 내역 등이 보험회사에 전송되고 한 번 전송된 개인정보가 얼마나 갈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추산하기조차 힘듭니다. 때로 진료를 위해서 예전에 앓았던 질병에 대한 내용들이나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한 모든 정보, 의료기관에서 진료시 했던 말들까지 모두 의무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고, 또 환자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당하게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도 없습니다. 환자는 스스로의 진료에 대한 비밀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으며, 공공기관인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실손보험의 청구에 있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향후 여러가지 제도적 보완으로 환자에 대한 민감한 정보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법률 개정에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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