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유재석은 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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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유재석은 꿈이 없다
  • 김영호
  • 승인 2019.11.0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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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의사

나는 원래 생각이 많았다. 개원 후엔 생각의 양이 더 많아졌다. 생각은 보통 기상과 함께 시작되는데 ‘오늘 해야 될 일이 있었나? 몸 컨디션은 괜찮나? 두통은 없나?’ 등의 쓸데없는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개원하고 있을 때는 ‘오늘 꼭 해야 될 일이나 챙겨야 할 일’ 에 대한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하다보니 자연히 고민과 연결되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마음이라는 하늘에 구름이 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생각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그때부터 생각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관찰해보니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생각은 머릿속에 입력되었던 정보 중의 하나였고, 마치 생각이 떠오르는 창고가 있어서 특정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지 않는 생각의 재료는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편이 나았다. 어쩔 수 없이 입력되는 ‘원치 않는 기억이나 정보’만 해도 적지 않은데 굳이 나쁜 정보를 입력할 이유는 없었다.

TV와 인터넷의 뉴스를 안보기로 했다. TV뉴스와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은 불안감을 일으키는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사건, 사고는 물론이고 경제나 건강에 대해서도 불안한 상황을 조장하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노력하면 피할 수 있는 이런 정보들은 아예 입력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창고에는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들이 외부 정보들과 똑같이 담겨 있었다.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만큼이나 나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의 결과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단지, 나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낸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수도 없이 남아 있었다. 인간은 원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대비하는 존재이기에 누구나 그런 습관이 있지만, 평소에 생각이 많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이 남아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부정적 생각의 습관은 머릿속에 <길>을 낸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산에 사람이 자주 왕래하다보면 길이 만들어지듯, 생각의 길도 생각의 습관에 따라 만들어진다. 길이 만들어지면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은 그 길 따라 흘러간다. 반대로 얘기하면 평소의 생각 습관과 다르게 생각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든다. 노력하지 않으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게 되고, 우리는 그 생각의 결과에 따라 길을 더 깊이 만든다.

얼마 전에 계약을 할 일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머리는 그와 유사한 형태의 계약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사례들만 연구하고 있었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을 자꾸 상상하게 되면 기분까지 나빠진다. 이럴 때 우리의 뇌에는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들이 많이 분비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히 신경성 질환의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두통, 소화불량 등의 신경성 질환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것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을 관찰해보니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꾸 하면 할수록 길을 깊이 만든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습관이 되면 길이 되고, 그 길에는 항상 좋은 것만 지나다닐 수는 없다. 조금만 부정적 환경이 주어지면 생각의 길 위에는 어느 새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게 된다. 부정적인 것에 더 쉽게 끌리는 인간의 본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생각하는 행위는 득보다 실이 많은 듯하다.

<일로 만난 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씨가 ‘나는 꿈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국민MC의 ‘꿈이 없다’는 뜻밖의 말에 나는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 유재석씨의 ‘꿈이 없다’는 말은 그 순간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혹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지 않고, 순간순간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과거나 미래로 생각이 달아나지 않고 현재에만 머무르는 것, 그것이 유재석씨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예상치 못한 상황이더라도 그 상황에서의 최선을 생각하고, 오로지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는 유재석씨의 속마음이 느껴졌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걱정은 주의하고,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내가 바라는 <꿈이 없는 사람>이다. 미래를 꿈꾸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내 생각이 오롯이 지금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집중력이야 말로 진짜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말을 유재석씨는 짧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 보였다. “나는 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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