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8체질] 체질맥진(體質脈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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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8체질] 체질맥진(體質脈診)
  • 승인 2019.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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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2

(1) 균형(均衡)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투수인 놀란 라이언1)은 『피처스 바이블(NOLAN RYAN’S PITCHER’S BIBLE)』2)에서 ‘훌륭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인생에서의 균형감각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삶의 균형을 잡고 나면 완벽한 투수가 되는 것은 한결 쉬우며,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보다 꾸준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올해 전반기에 미국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당당히 출전하기도 했던 류현진은, 8월과 9월의 네 경기에서 아주 부진하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사이영상(Cy Young Award)3)수상과도 멀어지게 되었다. 간단하게 이유를 말한다면 투구의 밸런스(balance)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던지던 때처럼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 중에는 이 사실을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투구(投球)뿐만 아니라, 사람이 몸을 통해서 표현하고 구현하는 모든 기술과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균형(均衡)4)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균형(balance)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2) 체질감별 툴

  세상에, 사람을 특성(特性)으로 구분하거나 체질론을 주장하는 유파(流波)는 많다. 그리고 그런 이론과 원리를 바탕으로 체질의학(體質醫學)이 성립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체질을 감별할 수 있는 도구(tool)이다.

  8체질의학의 특별한 구성요소는 체질침, 체질맥진, 체질영양법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임상에서 중요도로 말한다면 당연히 체질맥진(體質脈診)이다. 체질맥진은 8체질의학 임상의 시작과 끝이고, 환자의 몸을 열고(key) 몸과 통하는 문(門)이다. 체질맥진은 8체질의학에서 가장 확실한 체질감별 툴인 것이다.

  그런데 8체질의학을 한다고 하고 체질침을 시술하는 임상의가 그의 첫 번째 감별도구로 다른 것을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이명복(李明馥) 선생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추(錘)를 들거나, 또는 오링테스트(O-ring test)를 하기도 했다. 대중서를 연달아 펴내는 주OO도 있다.

  이런 경우에 다른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체질맥진이 자신에게 너무 어려워서 이것을 돌파(突破)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도구로 갈아타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택한 감별도구가 체질맥진보다 더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3)『체질맥진_Key of ECM』

  당연하게도, 그동안 내가 진행한 8체질의학 강좌의 첫 시간은 체질맥진 강의였다. 하지만 지금 진행하는 이 글은 칼럼이라는 한계가 있다.

  체질맥진에 관한 내용은 2017년 4월에 펴낸 『체질맥진_Key of ECM』에 모두 정리하여 놓았다. 물론 ‘체질맥진은 독학할 수 없다’고 내가 책에 썼다. 그래도 입문하는 독자들이 체질맥진의 얼개를 그려보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체질맥도(體質脈圖)의 성립과 개념에 관해서, 또한 토음체질의 체질맥을 어떻게 잡아내야 하는지에 관해서, 그리고 비슷한 체질맥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특별한 감흥을 얻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체질맥진은 이론을 안다고 현장에서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참관이나 흉내 내기로는 부족하다. 체질맥진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입문자가 맥진하는 자세를 직접 보면서 지도하고, 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바로 잡고 고쳐 줄 선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당연한 거지만 선생의 수준이 입문자의 향후(向後)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4)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

  한의계의 각종 커뮤니티에서 검색을 해보면, ‘8체질의학 공부는 체질맥진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제대로 배울 곳도 없고, 배운다고 해도 익히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괜히 입문했다가 헛고생 하지 마라’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체질맥진이 8체질의학의 입문과 개인발전을 막는 가장 강력한 장벽(障壁)이다. 그래서 그동안 중도에 포기하는 선배와 동료 후배를 많이 보아 왔다. 하지만 우공이산이라고 하지 않나. 장벽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체질맥진에 답(答)이 있다. 그건 성취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다.
  그래서 쉬운 것만을 쫓고 당장 내일 써먹을 기술을 얻으려는 시중(市中)의 풍토가 아주 안타깝다. 오래도록 꾸준히 공부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쉽게 얻어지는 건 먼지와 같다. 그것을 손안에 쥔 것 같아도 단 한 번의 바람으로도 모두 사라질 수 있다.    

(5) 체질맥진의 요점(要點)

  그동안의 강의를 통해서 내가 정리한 체질맥진의 요점은 균형, 배굴(背屈), 방향(方向), 공간(空間) 네 가지이다.

  균형은 좁게는 한 판(板)으로 유지하는 1.2.3지(指)의 균형이고, 넓게는 체질맥진을 시행하는 내 몸 전체의 균형을 말한다.

  배굴이란 1.2.3지의 말절(末節)을 손등 쪽으로 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중지는 식지나 약지보다 길다. 그래서 체질맥을 느끼는 지복부(指腹部)를 동일한 평면(平面)으로 유지하려면 중지가 반드시 배굴되어야만 한다.

 

방향은 힘을 주는 방향으로 1지의 말절에서 엄지의 본절(本節)을 향해서 힘을 준다. 이때 척골(尺骨)의 경상돌기(莖狀突起)에 건 엄지에는 힘을 주어서는 안 된다. 엄지는 1지로부터 오는 힘을 받는 축(軸)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은 공간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3지를 요골(橈骨) 면(面)으로 완전히 압박하지 않는 것이다. 통발은 고기를 기다린다. 체질맥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체질맥이 찾아올 공간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1.2.3지로 압박하는 세기(强度)는 동일하지 않다. 대략은 100:80:60 정도로 한다.

 

 각주
1) 린 놀란 라이언 주니어 (Lynn Nolan Ryan, Jr., 1947. 1. 31. ~ )
   미국의 전 메이저리그 선수(투수)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사장과 구단주를 역임했다. ‘라이언 익스프레스(Ryan Expres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1966년부터 1993년까지 27년 동안 뉴욕 메츠,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동하면서 메이저리그 통산 324승 292패와 3.1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였다. 메이저리그 최다인 통산 5,71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였고, 통산 일곱 번(7회) 노히트노런을 기록하였다. 올스타전에 8번 출장하였으며, 1999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98.79%의 득표율로 이름을 올렸다.
2) 박다솜 번역 『놀란 라이언의 피처스 바이블』 문학세계사 2015. 4. 25.
3) 하지만 올해(2019년)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양 리그 각각 30명의 기자단은 시즌이 끝난 후 투표를 마쳤고 수상자는 11월 14일에 발표된다. 
4) 철학개념으로는 중용(中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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