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88> - 『許任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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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88> - 『許任方』①
  • 승인 2019.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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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東國鍼灸를 우뚝 세운 명의 허임

오늘날 세계 전통의학계에서 침구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한국 침구학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긴 침구명인으로 누가 뭐라해도 조선 중기 鍼醫 許任(생몰년 미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중인 서출도 아닌 장악원 관노 신분이었던 樂工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內鍼醫로 태의원에 입신출세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에 대한 史傳은 상세하지 않으나 내의로 출신하기 이전에는 관아에 예속되어 의약관계 일을 돌보며 지냈던 것으로 보이며, 임진왜란 중에는 광해를 따라 관서로부터 남하하여 전주까지 내려가 의병을 모으는 일에 임금을 호종하며 보살핀 공로로 衛聖功臣3등에 피선되는 등 국난극복에도 일조하며 일세를 풍미하였다.

뒤늦게 공주 부전동에 그의 묘소가 있음이 알려지고 후손에 의해 침구경험방 집필지로 조명되기도 하였다. 묘소가 있고 후손이 세거한 것으로 보아 공주 땅을 사패지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나주에서는 실록의 기사를 토대로 나주목에서 일한 그의 사적을 기려 기념사적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의약사적이 제대로 조명된 의학명인이 드문 것을 돌이켜 보면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런 뜻에서 저자 허임의 이름을 표제에 넣어 ‘허임방’이라 이름붙인 필사본 의서 1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전『침구경험방』판본에 대해서는 활자본과 목판본, 다수의 필사본류가 적지 않게 전존하고 있지만 대개 ‘침구경험방’ 혹은 ‘허임경험방’, ‘허임침구방’, ‘침구편’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는 ‘허임경’ 이라고 적힌 경우도 있어 이 책이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여하튼 책이름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이들 모두가 官版『침구경험방』을 기준으로 엮어진 것들이며, 안타깝게도 그의 임상경험이 오롯이 녹아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임상경험집 ‘허임방’은 흔적만 엿보일 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아쉬움이 크다.

침의 허임이 저술한 대표 의서라 할 수 있는『침구경험방』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44회 조선 침구서의 국제적 성가 - 『鍼灸經驗方』, 2000.9.4.일자.) 또 광복 이후에 원작에 구결을 붙여 발행한 현토본에 대해서도 이 자리를 빌려 두어 차례 소개한 바 있다.(652회 杏林에 秘藏한 한의학부흥의 불씨 - 『許任鍼灸經驗方』① / 2014.10.16일자, 653회 현토하여 번역한 許太醫 침법 - 『許任鍼灸經驗方』② / 2014.10.23.일자.)

아쉽게도 오늘 소개할 자료는 허임의 임상경험집이 아니고 이 역시 『침구경험방』의 이종사본이라 할 수 있는 전사본에 불과하다. 다만 표제만은 허임의 성가를 기려 ‘허임방’으로 제첨해 놓았기에 허임방이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뤄보고자 하였다.

서문은 앞장이 떨어져 나간 것도 아닌데 시작 부분이 남아 있지 않고 공백 상태이다. 아마도 첫 장이 떨어져 나간 목판본을 두고 그대로 전사한 듯싶다. 서문 말미에 款識한 ‘河陽 許任識’와 목록이 그대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또 본문 가운데 齒部와 腹脅 사이 心胸부에 해당하는 내용도 적혀 있지 않은 채 빈 여백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추정에 신빙성을 더해 주게 된다.

본문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訛穴, 五臟總屬證, 一身所屬藏府經絡으로부터 시작하여 부인문, 소아문, 鍼灸擇日에 이르기까지 52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본문 일부에는 傳寫하는 과정에서 보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눈에 띠는데 ‘침구길흉금기일’이란 내용이다. 침구경락편의 말미에 적힌 것을 여기에 적어놓았다는 글귀를 남긴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침구편의 내용 가운데에서 채록하여 보완한 것으로 여겨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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