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내일도, 모레도 좋은 하루여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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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내일도, 모레도 좋은 하루여야 하니까
  • 김린애
  • 승인 2019.10.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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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WHO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여덟 시간 잔다는 성인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많은 성인들이 자기 직전까지 깨어서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혹은 음주를 하고선 툭 끊어진 듯이 잠들곤 한다. 그리고 6시간 가량 후에 아침을 맞이한다. 다들 이런 것 같은데 왜 굳이 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들 하는 걸까. 백세 인생이라 치면 인생에 8년쯤 더 많이 잘 가치가 있을까?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출간

우리의 수면은 각성신호와 아데노신에 의한 수면압력의 조화에 의해 정해진다. 각성신호는 외부의 빛, 멜라토닌 등의 영향을 받는 체내시계에서 나온다. 체내시계의 주기는 체온의 변화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잠든 지 2시간 후면 가장 낮고 오후 늦게 최고 온도의 궤적을 그린다.이 주기는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의 차이를 보인다.

수면압력은 깨어있는 동안 뇌에 쌓여가는 아데노신의 압력이다. 잠을 자면 줄어들고 일어나면 점점 쌓여가는 이 물질의 양에 의해 수면욕구가 나타난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의 수용체에 경쟁적 억제제이기에 수면압력을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아데노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카페인이 분해되고 나면 수면압력이 그야말로 쏟아지게 된다. 오전 10시정도에 졸리거나 오전부터 커피가 있어야 심신이 활발하다면 수면압력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8시간은 이런 체내시계와 수면압력의 결론이다.

수면은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인생의 1/3이나 되는데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뇌의 저장공간 관리도 큰 부분이다. 수면은 뇌파와 눈 운동의 활성, 근육 활성을 기준으로(수면다원검사의 지표들)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수면은 대략 90분의 사이클로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오간다. 수면 초반의 사이클에서는 비렘수면의 비중이 더 크고 후반으로 갈수록 렘수면이 주로 나타난다. 가령 매일 8시간 자던 사람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난다면 60~90%의 렘수면을 잃은 것이 된다. 또 평소 수면패턴에서 2시간가량 늦게 잔다면? 비렘수면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린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용된 수많은 정보들은 비렘수면단계에선 일부 솎아지고 또는 장기기억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렘수면 상태에서는 새로운 정보와 과거의 정보, 자극을 서로 연결하고 통합하고 의미를 구축하게 된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공간을 배치하는 작업같다. 영양의 불균형처럼 수면의 불균형에 따라 수면장애의 영향은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피곤한데 자면서 내내 꿈을 꿨고 머리가 무거워요, 라는 환자들은 비렘수면의 부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엄청 깊게 자요. 술을 마시지 않으면 꿈을 많이 꿔서 불쾌해요,라는 환자의 말은 아마 렘수면이 알코올때문에 억제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수면을 통해 동물이 건강을 유지한다는 사례를 나열하는 건 한계가 있다. 운동 시에 수면이 불충분하면 호흡이 줄고 근력이 줄고 피로가 빠르게 쌓이며 부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신의학에서 수면교란은 정신질환과 함께 나타난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수면부족과 정신질환은 쌍방향 상호관계를 가진다고 본다. 정동장애 환자들에서 수면과 관련된 증상은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수면치료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발병시기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 그 외 성장이나 면역력, 인슐린 저항성, 성기능 등 우리 몸의 활동에서 수면과 관련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아마 각각의 내용을 정리해도 책 한두권이상 나올 것이다).

이 책에서 공포스럽게 느껴진 정보는 이렇게나 다양한 기능을 저하시키는 수면부족은 누적되며 바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지기능을 기준으로 한 사례를 제시하자면 매일 6시간씩 10일간 잔 그룹은 24시간 내내 잠을 자지 않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능이 떨어진다. 이 기능저하는 날로 더해갔다. 비슷한 실험에서 10일간 매일 7시간 잔 사람은 이후 3일가량 보충수면을 취해도 매일 8시간 잔 사람의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미국 연방항공국에서는 비행조종사들이 쪽잠을 자도록 권장한다. 이런 쪽잠은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학습, 기억, 정서안정, 복잡한 추론, 의사결정 등의 기능까지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수면부족에 의한 면역력 등의 기능의 저하도 그 후 1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잠을 자기 아쉬운 걸까. 이 책은 29만자 16.7MB의 분량으로 자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매일 잠들기 아쉽다. 아직 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고 열심히 하고 나면 또 열심히 즐거움을 찾고 싶다. 젊음과 절대적인 시간-수명-을 원한다면 잠들어야 하는데도. 어쩌면 잠이 들 것 같으면 칭얼거리며 보채는 아기의 마음에서 성장하지 못한지도 모르겠다.

 

김린애 / 상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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