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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8체질] 한 사람의 마음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1
2019년 10월 12일 () 06:00:43 이강재 mjmedi@mjmedi.com

『학습 8체질의학』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째이다. 이 책은 초판 1쇄(刷)로 2천부를 찍었는데, 시중(市中)에 남은 것이 없이 현재 절판된 상태다. 그동안 여러 차례 2쇄에 대한 요구나 수정판의 시도가 있었으나 일단 내가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몇 독자에게 새 책을 내겠다고 약속을 해 왔는데 결국 허언(虛言)이 되었다.

나는 공부의 발전이 매우 더딘 사람이다. 그렇다 해도 8체질의학 안에서 살아 온 시간이 20년을 넘었으니, 지금 시점에서 8체질의학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부터 『학습 8체질의학』의 개정판(改訂版)을 쓴다고 작정하고 새로운 칼럼을 시작한다. 전체 주제는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이다.

 

(1) 독학(獨學)

나는 8체질의학의 창시자(創始者)인 권도원(權度杬) 선생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고, 나보다 8체질을 일찍 시작한 분에게서 8체질의학을 배운 바도 없다. 그리고 체질맥진(體質脈診)을 하고 체질침(體質鍼)을 시술하는 선배의 진료실을 참관한 적도 없다. 1997년 봄에 입문한 이래로 임상가(臨床街)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집이나 자료파일, 처방자료를 통해서 공부했고, 가끔 질문을 받아 주는 동료에게 물었던 것이 전부다. 그렇게 독학이라 이 학문을 익히는 일이 아주 더뎠고 무엇보다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특히 8체질의학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체질맥진을 엉터리로 배우고 임상을 시작했다. 그러니 8체질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보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곁에서 사라졌고, 간간이 운 좋게 훌륭한 효과를 경험한 분들만 남게 되니 한의원 대기실은 늘 휑했다. 덕분에 공부할 시간이 많아졌으니 그런 상황이 내게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입문해서 3년도 훨씬 지난 후에 내 맥진 방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큰 문제는 손가락의 배굴(背屈)이었다. 이미 잘못된 방법에 길들여진 손가락을 억지로 손가락 등 쪽으로 휘도록 만들어야 했다. 배굴을 완성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매일 아침이면 내 손가락은 마치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처럼 마디마디가 부어 있었고 몹시 쑤셨다. 그걸 홀로 이겨냈다.

독학하는 설움을 절실하게 느꼈으므로, 사이트1)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라인 맥진모임과 강좌2)도 개최했다. 그리고 2010년 말부터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3)를 진행했다. 나는 책을 쓰고 계속 가르치고 있었지만 정작 내 공부는 늘 독학이었다.

어느 환자 분과의 대화 중에, 내가 독학이라고 했더니 그 분이 말하기를 ‘독학이면 무섭다.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그 분의 말은 칭찬이었지만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독학이라면 그 바탕이 굳고 튼튼할 거라는 뜻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홀로 공부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만 묶여서 편협하고 고집이 세고 잘 설득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나는 고집이 세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에 의해서 내 생각과 개념이 잘못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전 것을 폐기하고 새 것을 장착한다.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다. 이것이 나의 몇 가지 안 되는 장점 중에 하나이다. 잘못된 것을 바꾸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독학하면서 지금까지 버티면서 살아남았다고 자평한다. 그리고 늘 내 생각을 되새긴다. 오래도록 씹는다. 그래야 그것들이 진짜 내 것이 되어서 입(講)과 손(書)을 통해서 나온다. 그것이 남의 것이라면 굳이 글을 쓰고 책을 만들 필요가 없다. 오로지 이강재라는 사람만이 쓰고 만들 수 있는 것, 독학하는 나의 자부심이다.

오늘부터 내가 계속 쓰려는 것은 ‘독학자 이강재의 8체질의학 공부법’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2) 한 사람의 마음

전에 읽었던 인터뷰 기사에, ‘천만 배우인데 연기할 때 어떤 자세로 연기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배우 송강호 씨가 ‘내 영화를 보러 온, 아니면 내 연극을 보러 와 준 관객 중에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자세로 연기한다’고 답한 것이 있다. 그 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쓸 나의 공부법도 단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그는 한의사이긴 하지만 지금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할 수 있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나는 그의 개인 과외선생을 자임했다. 내가 글을 쓰는 동안 그는 간혹 내 진료실에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 신문강의(新聞講義)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된다. 나는 이미 그의 마음을 조금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동은 꼭 그만의 몫은 아니다.

 

(3) 당부

얼마 전에 경희대 김남일 교수에게 들으니 학부생들도 8체질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20여년 전과는 정보를 접하게 되는 기회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8체질의학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해도 똑 같다. 제대로 배울 만한 곳이 없었다.

또 후배에게 8체질의학을 안내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수준이 저마다 다르다. 그에 따라 8체질의학에 입문한 사람들의 수준도 당연히 제각각이고, 8체질론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나 개념도 다 다르다. 물론 8체질의학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목적과 욕심이 먼저 다양할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것도 무척 어렵다. 가르치기가 제일 어려운 부류는 한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한의사이다.

8체질론(體質論)과 8체질의학(體質醫學)은 주류(主流)가 아니다. 대학교 커리큘럼에 들어 있지도 않다. 그러니 한의학 전공자라고 하여도 상대적으로 생소(生疎)한 영역일 수밖에는 없다. 그런데 한의학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렵다는 말이다. 8체질론과 8체질의학은 새로운 체계이고 새 의학(New Medicine)이다. 이것을 먼저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 미리 쌓아둔 것들 중에 이 공부에 써먹을 만한 건 거의 없다. 아까워도 할 수 없다. 일단 한 구석으로 제쳐 두라.

새로운 체계를 공부할 때는 생소한 용어와 새로운 개념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용어를 바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리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8체질의 이름을 말하면서 가령 목양체질(木陽體質)이라고 해야 할 때 목양인(木陽人)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부를 지속하면서도 도통 고치지를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용어를 만들어서 쓴다. 이명복(李明馥) 선생은 끝까지 8체질을 8상(八象)이라 부르고, 목양체질을 태음인(太陰人) Ⅱ형(型)이라고 칭했다. 그런 내용으로 책4)까지 썼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체계 속으로 충분히 젖어들 수가 없다.

다음으로, 비판적인 태도는 당분간 좀 유보하는 것이 좋다. 8체질론의 철학적 기반은 기독교적 창조론(創造論)이다. 권도원 선생이 오래도록 다녔던 온누리교회의 기관지인 『빛과 소금』에 연재한 칼럼5)이 있다. 여기에 노아의 방주와 노아의 가족, 그리고 8체질을 연관 지어서 말한 것이 있다.6) 입문한 사람은 그렇다 치고, 입문하지도 공부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 글을 가지고 8체질론을 많이 공격한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내용의 비판과 비난을 접할 때마다 무척 안타깝다.

임상의는 보통 체질침이라는 탁월한 치료도구를 활용하기 위해 8체질의학에 입문한다. 그런데 노아와 관련한 내용은 체질침이라는 치료도구와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8체질론의 기반은 창조론이다. 진화론(進化論)으로 8체질론을 바라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8체질론을 공부하기 위해 꼭 기독교도(基督敎徒)가 될 필요는 없다. 학문적 배경이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창시자의 시대에서 완성되는 학문은 없다. 사상의학이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이래로 미완성인 것처럼 8체질의학도 그러하다. 계속 변화하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

8체질론의 기본 이론인 8체질의 내장구조(內臟構造)는 첫 발표 이래로 두 번 변화했다. 그래서 내장구조에 바탕을 둔 체질침의 실제 처방 내용도 변화를 거쳤다. 체질맥도(體質脈圖)도 변화했고, 8체질별 섭생법의 내용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런 변화를 역사적인 맥락(脈絡)과 연결하여 잘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

창시자란 체계를 만든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이 만든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고, 또 그 체계의 일부를 삭제할 수도 있다. 창시자의 시대를 함께 거쳐 온 사람들은 종종 이 점을 잊는다. 그건 온전히 창시자의 권리이다. 오늘 존재했던 것이 내일 없어진다고 해서 창시자를 원망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체계를 철저히 검증(檢證)하려는 자세를 굳건히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앞서 갔던 사람들이거나 같은 시대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다수가, 창시자의 말과 글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검증의 시도조차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이 학문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주 위험하다. 창시자는 신(神)이 아니며 학문이 종교(宗敎)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태양인(太陽人)은 희소하다’가 경전(經典)의 구절이고 불변의 진리인가. 치매(癡呆)는 진정 금음체질(金陰體質)에게만 오는 질병인가.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서 몇 가지 염려의 말과 당부를 하였다. 8체질의학 공부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처럼 입문해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아주 높다.

8체질의학을 공부하려고 해. 어떤 자료를 먼저 보아야 하지. 책을 사야할 텐데.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하지. 꼭 찾아봐야 할 자료는 없나.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하지. 누구한테 찾아가야 하지. 이런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은 선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충실하고 성실한 안내인(guide)이기는 하다. 나의 안내와 설명을 따라서 가다가 보면 당신은 문득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Onestep8.com
2) 체질맥진 집중강좌
3) ECM CLASS Ⅰ/Ⅱ
   의료인을 위한 체질학교 기초반/심화반
4) 이명복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대광출판사  1993. 7. 8.
5) 1994년 3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총 27회에 걸쳐 진행하였다.
6) 8체질의 논거(論據)를 성경에서 찾는다『소금과 빛』169호. 두란노서원 1999. 4.
   1999년에는 잡지의 제호가 『소금과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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