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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대학병원 한방내과 참관 실습 후기(4)
2019년 10월 10일 () 06:00:57 김성혁 mjmedi@mjmedi.com

9. 탕약(煎じ薬) 테이스팅

한방생약 소믈리에(중급) 자격을 보유하신 아리타 선생님께서 직접 끓인 탕약을 갖고 오셨습니다. 더불어 탕약에 들어간 약재 샘플들을 상자에 담아서 오셨습니다.

   
 

저도 도전해봤지만 본초학 실습 이후 오랜만에 보는 약재들이라 답을 못 맞췄습니다.

정답은 대시호탕이였습니다!

한약재 크기가 작다보니 복령과 반하가 헷갈렸고, 생강은 주사위처럼 잘려져 있어서 한 알 먹어보기 전까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한방전문의 선생님들께서도 처방별로 약재가 표로 정리된 책을 가지고 열심히 찾아보셨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탕약 테이스팅과 더불어 약재 감별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10.한방내과 컨퍼런스

오후 4시부터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환자 케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화 원작 드라마인 ‘라디에이션 하우스(ラジエーション・ハウス)’를 보고 남편의 병이 ‘뇌척수액감소증(Cerebrospinal fluid hypovolemia)’ 이라며 의사의 진단을 불신하는 환자, 사우나나 핫요가를 통해 땀을 내지 않는 날은 부종 때문에 몸무게가 10kg나 늘어나는 환자, 입에서 철비린 맛이 난다는 케이스를 소개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다른 병원이나 병원 내의 타과의 소개를 받아서 온 환자들이었습니다. 의사 분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맡아서 해결하는 곳이 한방내과인 것입니다. 제가 농담 삼아 매일매일 ‘코난(일본 탐정만화)’처럼 사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다들 웃으시더군요.

컨퍼런스 도중 ‘왜 기존처방에서 황금을 빼고 황백 용량은 낮춘 후 후박을 더했나요?’ 등 구성 약재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이에 답하는 장면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 전문의 선생님들이 한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있으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기 때문입니다.

협진 체계가 잘 갖춰진 한방병원들을 제외하고는 의사분들은 한의학을 접해볼 기회도 없고 한의사들을 경쟁의 대상으로만 보기 쉬우니 한약을 복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인 분들이 많고 침이 플라시보라는 주장하는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의학과 관련된 논문이나 책은 읽어보지도 않고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이루어진 한약 간독성 연구나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진행된 침의 기전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해보거나, 일본에서 의사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한방약의 과학적 근거들을 모아둔 자료를 번역해보기도 했습니다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사분들의 한약 토론을 보면서 ‘이 광경을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필로그

이번 참관실습은 일본의 한방의료를 보러가기 위해서였지만 한편으론 한국 한의학의 현황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한의사제도와 한방전문의 수련 과정들을 간략히 소개해드리니 좋은 자료라고 칭찬해주시고, 한국에선 한 봉지에 침이 10개가 들어간 제품을 쓰고 어떤 한의사분은 도침을 쓴다는 걸 실제 제품을 보여드리며 설명해드리니 신기해하셨습니다.

특히 황련해독탕약침 등 한약을 사용한 주사약침에 대해 말씀드리니 굉장히 흥미로워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원외탕전이나 한의대에서 이루어지는 침구교육 등에 관심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조금이나마 이와 관련된 말씀을 해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 소학교(小学校)에 전학을 갔을 때 한국에서 온 학생으로서 전교생 앞에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외교관을 꿈꿨던지라 ‘제 꿈은 장차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架け橋)가 되고 싶다’ 라는 포부를 밝혔던 기억이 납니다.

우연히도 다카야마 선생님께서 ‘가케하시(架け橋)’ 라는 표현을 쓰시면서 앞으로도 한일 한방의학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시니 먼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졸업 후에도 일본을 왕래하며 한일 한방의학 교류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도호쿠대학병원 한방내과를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이와사키 선생님을 비롯하여 실습을 지도해주신 타카야마 교수님과 여러 한방전문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생이 쓴 부족한 참관 후기글이지만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성혁/ 원광한의대 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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