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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근세의학 출발점이자 현대 전통의학의 기초”
▶동의보감 국제컨퍼런스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
2019년 10월 03일 () 07:07:54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민족의학신문=산청, 박숙현 기자] 지난달 28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산청 동의보감촌 주제관 2층에서 2019 동의보감 국제포럼·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전 세계 전통의약전문가들이 모여 동의보감이 동아시아 근세의학에 끼친 영향과 현대까지 이어지는 양생의 가치, 그리고 이러한 전통의약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도시대 쇼군명령으로 동의보감 출판…허준, 도설로 서민에 의학지식 알려”

▶다케다 토키마사 일본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의 명에 의해 동의보감이 출판됐다. 교토대학 도서관은 동의보감 필사본이 있는데, 이는 동의보감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발췌문이 아니라 연구논문이나 주석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오른쪽 위를 보면 요시다 가문의 도장이 찍혀 있다. 요시다 가문은 의사집안으로, 그 중 에도시대에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거상이 있었다. 그 주위에는 많은 사람과 서적이 몰려들어왔고, 동의보감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요시다 가문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언제 중세가 근세로 이어졌는지, 당시에는 어떤 책이 읽혔는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중국의 송, 명나라 시대에 출판된 난경이나 맥경 등의 도설이 많이 읽혔다. 허준 역시 도설을 많이 봤고, 이를 통해 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의학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근세에 의학서연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일본어로 쇼모노라고 하는 것이 있다. 일본에서 선생이 강의를 할 때 학생이 강의를 받아 적거나 주석 따위를 달아 둔 일종의 필기노트라고 할 수 있다. 쇼모노의 저자는 귀족이나 승려인데, 이 안에는 의학서의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이는 의사들이 귀족이나 승려 등 당대의 지식인들과 문화서클이라는 형태로 교류했고, 의학연구의 붐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의학사에서는 마나세 도산에 의해 에도시대 근세의학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쇼모노를 연구하면 마나세 이전부터 여러 사람에 의해 의학사연구가 진행됐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일본근세의학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허준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흔히 허준이 한국근세의학의 출발점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허준 이전부터 허준을 뒷받침하는 의학연구문화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동의보감 전파 위한 학술적·임상적 노력 없던 과거 반성해야”

▶김남일 한국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동의보감이 세계화되어야한다는 사실은 역사에서 증명된 바 있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은 동의보감을 좋아해서 조선에 사신들이 올 때 마다 동의보감 판본을 선물로 받고 싶어 했다. 이와 같이 동의보감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으며, 세계화는 외국인에 의해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군사독재정권을 겪어왔고,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정치가가 많아 외국과의 교류가 어려웠다. 이후 일본 동양의학회와의 학술교류를 시작으로 대만, 홍콩, 마카오 등과 교류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동의보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서로 소개됐다.

이란왕실의 주치의로 활동했던 이영림 한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란인들은 운동이 부족하고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대체로 담궐두통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란인들의 담궐두통을 치료하고, 치료해준 환자들과의 연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 어느 혈자리에 침을 사용했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추측컨대 동의보감에 나오는 혈자리인 것 같다. 그가 동의보감을 많이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동의보감의 세계화는 영화와 소설동의보감의 출간, 드라마 등의 영향이 컸다. 드라마 ‘허준’이 외국에서 방영되면서 동의보감과 한의학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외에 구체적인 연구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동의보감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동의보감을 외국인에게 인식할 수 있는 영역화 사업이 필요하다. 그 외에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의 번역도 필요할 것이고, 학술대회를 통해 동의보감에 관심이 있는 학자들이 논문을 쓰고 임상에서 활용하게끔 해야 한다.

 

“태국과 한국, 같은 근본 가진 전통의학으로서 협력 도모해야”

▶아카라세리농 프라빗 태국 마히돌대학 전통의약센터 센터장

   
 

태국은 스고타이 시대 때부터 태국전통의학이 시작됐다. 그러한 흐름이 이어져 라타나코신 시대에는 처음으로 병원이 생겼다. 이 병원을 처음 설립할 때는 서양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점차 태국전통의학을 수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이 결합된 병원이 됐다.
태국전통의사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A타입은 서양의학의 순수과학적인 부분을 함께 배우는 태국전통의학의사다. B-1타입은 순수하게 태국전통의학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B-2타입은 서양의학과 태국전통의학을 합친 응용태국전통의학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C타입은 의사로서의 정식 라이센스는 없지만 일부 지역에서 정부의 인증을 받아서 로컬의 환자들에게 간단한 의료행위를 제공한다. 태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의사 체계에 따라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하도록 돕고, 연구와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태국전통의학을 문화 안에 녹아들게 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태국전통의학과 문화를 함께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초기반 의료의 문제는 약초의 표준화된 기능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초에 있는 복합물질들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표준화하기 위해 약초 안에 있는 물질을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약초기반 약품은 서양약품과 달리 환자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알기 쉽지 않다. 우리는 약초가 가진 특징을 연구하고 이를 이론화해서 환자 개인에게 맞춤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in vivo법 등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전통의학을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사상의학을 통해 신체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태국전통의학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를 물, 불, 바람, 지구라는 네 가지로 분류하고 동시에 환경적 요인을 적용해 다시 세 가지로 세분화한다. 어떤 체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약초의 물질에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전통의학이 있지만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점은 비슷한 것 같다.

신체는 타고난 요소와 외부적인 요소가 있고, 그래서 의학에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태국과 한국 모두 근본은 같다고 생각한다.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가 협력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전통의학, 자연과 인체 균형 조화라는 전체론적 관점 공유”

▶강연석 한국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아시아 지역은 오랫동안 전통사회를 유지하며 문자를 통해 전통의학지식을 정립해왔다. 이는 크게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와 중국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전통의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의 한의학을 비롯해 중국의 중의학, 일본에는 캄포의학이 있으며 인도는 아유르베다, 티벳은 소와릭파 의학이 있다. 또한 남태평양 섬에서는 자무가 있다.

한의학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는 음양오행에 대한 이론이 있다. 자연과 인체가 조화를 이루고 균형이 필요하다는 전체론적인 아이디어는 전 세계의 전통의학이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의학자가 히포크라테스다. 그는 환자를 치료할 때는 무엇을 집어넣으려하기보다 밖에서 들어온 나쁜 것을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또한 인체는 자신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전통의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유사하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동아시아지역은 약재를 천장에 보관한다. 사계절이 분명해서 일 년에 한번 약초를 채취하고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약초를 말려서 보관하고, 이를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인도에서는 오일을 추출해 몸에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도가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섬에는 자무라는 전통의학이 있는데, 이 지역은 사시사철 약초를 구하기 쉽고 습하다. 그래서 약초를 캐다가 즙을 내서 활용한다.

한국에는 부항을 활용해 피를 뽑는 치료방식이 있다. 이는 동아시아만의 의료문화는 아니다. 13세기 이슬람제국에서도 부항을 떴다. 이슬람의학은 외과시술이 흥했는데, 이슬람이 몽골에 지배를 받은 뒤부터 동아시아지역에서 외과시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추론컨대 이슬람의학이 유럽, 인도, 중국에 외과시술을 전파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의방유취나 동의보감에 외과시술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렇듯 얼핏 보기에는 전 세계의 전통의학이 전혀 달라 보이지만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에 한국침술 쉽게 알리기 위해 동의보감 침구편 번역했다”

▶메데이로스 페레이라 에프라임 브라질 CEATA 침구대학 국제교육연구부 부장

   
 

한국의 침술과 뜸은 서양에서 인기가 많다. 브라질에서도 이러한 시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이 쉽게 한의학 침술법을 접근할 수 있도록 동의보감 침구편을 포르투갈어로 번역하게 됐다.

처음에는 10쪽, 20쪽 정도 분량을 번역할 예정이었지만 점차 내용이 확장되어갔다. 나중에는 100쪽, 200쪽 분량을 번역해야했다. 특히 한국어 원본을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포르투갈어로 전환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경희대 차웅석 교수의 도움을 받아 수정도 거쳤다. 단순히 약초의 이름을 나열한 것은 번역하기 쉬웠지만 복잡한 이론은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한자를 알면 쉽지만 그 글자의 의미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포르투갈어 번역과정에서 느낀 점은 동의보감 원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잘 이뤄졌다는 것이다. 영어번역팀의 번역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이 판본을 바탕으로 포르투갈어 번역본을 여섯 번 검토했다.

그리고 이 판본은 현재 안드로이드앱을 통해 오는 12월부터 사용가능하다. 내년 9월에는 동의보감 탕약편을 시범프로젝트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고, 향후에는 동의보감 전체를 모두 포르투갈어로 번역하고 싶다. 허준의 정신을 본받아 사람을 계몽하고, 건강을 선사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업적을 가능하게 한 것에 감사하다.

 

“영어권자 이해 돕기 위한 쉬운 번역 추구…일부 왜곡된 부분 아쉬움 남아”

▶차웅석 한국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동의보감 영역판을 번역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용어를 어떻게 번역할것인가였다. 영어권자가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이 번역작업의 핵심이었고, 앞서 발표한 브라질의 에프라임 교수가 영역본 번역이 잘됐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그러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번역을 하던 과정에서 뜻이 왜곡되거나 정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를 교정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동의보감 영역본은 앱으로도 나와있다. 그 앱에는 오류보고란이 있는데, 오역이 있으면 그 게시판을 통해 지적해주길 바란다.

 

 

 

 

 

“동의보감 침구편,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경혈학 서적”

▶박영환 한국 시중한의원 원장

   
 

침금동인을 연구하면서 동의보감 침구편을 보다보니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침금동인은 동의보감 발행 128년 뒤인 영조 때 제작됐으며 조선표준동인이라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 침구편에서는 배수혈의 양분촌법과 어제와 위양의 혈위를 언급하고 있다. 침금동인에도 배수혈을 측정할 때 양분촌법을 활용하고 있고, 어제혈과 위양혈은 동의보감과 동일하다. 위양의 위치에 대한 동의보감 학설은 일본으로도 전파되어 영향을 끼쳤다. 여러 동인을 통해 비교하다보면 동의보감 침구편이 세심하게 집필된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 침구편은 현재 남아있는 경혈학 책 중 가장 정확한 책이다.

 

 

“동의보감 속 양생·음식·신토불이 정신 현대에 응용해야”

▶정현월 중국 대련대학 교수

   
 

동의보감을 현대사회에서 응용할만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동의보감은 이미 시작된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양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있는 신형장부도를 보면 인물이 눈을 반쯤 뜬 채 복식호흡을 하고 앉아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명상이나 기체조와 비슷하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800종류의 음식에 관한 자료가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몸이 상한다는 말이 처음 나온다. 최근 인기가 있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개념도 일부 나와있다.

신토불이라는 개념도 동의보감에 처음 나온다. 신토불이는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우리 땅에서 산출된 것이 우리의 체질에 잘 맞는다는 의미다. 이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옛 문헌을 연구할 때는 변하지 않는 것, 즉 진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양생이나 음식, 지리적 환경은 건강과 관련해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내용을 현대사회에서 응용할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 국가 지식독점의 종말이자 의약지식보편화의 시작”

▶이민호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동의보감과 동의보감이 탄생한 시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말하겠다. 동아시아는 전제주의의 역사였다. 이러한 전제주의가 점점 강화되며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한국에서는 조선이다. 권력자는 국가의 지식을 독점해왔고, 이를 통해 민의(民意)를 통제하고 확보했다. 의약지식의 경우, 권력자는 이를 애민사상으로 포장했다. 동의보감은 전제권력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에 국가가 주도해 편찬한 의서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당시는 동아시아에 있어 전환의 시대다. 사상적으로는 실학이 출현했고, 인쇄출판업도 성장해 상업이 활성화됐다. 또한 의약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간의약업이 성장했다. 민간 유학자들이 많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사회변혁의 흐름에 따라 의약지식도 민간으로 확대됐다.

동의보감은 정부가 중심이 되어 주도한 마지막 의서다. 그 안에는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의학지식이 있기에 민간에 널리 퍼질 수 있었다. 동의보감의 출간은 국가의 지식독점의 종말을 가져왔고, 의약지식보편화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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