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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올해 가을은 라디오와 함께
영화읽기┃유열의 음악앨범
2019년 10월 04일 () 05:58:36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요즘에는 듣고 싶은 노래가 있을 때 mp3 파일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레코드판이나 카세트 등이 있어야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수의 노래말고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을 때는 이 방법도 쉽지 않아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라디오였다. 항상 녹음할 준비를 한 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DJ가 소개하면 바로 녹음 버튼을 눌러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로인해 예전보다 라디오를 듣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라디오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는 매체로 인식되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감독 : 정지우

출연 : 김고은, 정해인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우연히 찾아 온 현우(정해인)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되고, 몇 년이 흐른 다음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군대 입대와 이사 등으로 다시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 1일에 시작하여 2007년 4월 15일까지 KBS Cool FM에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방송했던 실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 타이틀을 그대로 제목으로 하고 있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을 두 남녀를 연결하는 고리로 활용하며 라디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감성을 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기 바로 전인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트로 멜로영화로서 PC 통신 같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그 시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당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노스탤지어를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에 한 명인 정해인과 김고은이 TV 드라마 <도깨비>에서 첫사랑으로 만났었던 인연이 영화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이 서로 첫사랑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로 인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해서 일어나며 쉽게 이어지지 않는 애틋한 남녀의 사랑 감정을 담담히 연기하면서 둘만의 묘한 케미를 폭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열의 음악앨범>은 90년대 멜로영화처럼 주인공들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생략된 채 주인공들에 집중하고 있지만 영화적인 우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정해인의 맑은 미소와 대조되는 어두운 과거 이야기들이 매우 느린 템포로 진행되면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더디게 한다. 또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연관성을 살리기 위해 90년대의 발라드 음악이 좀 더 많이 등장했다면 필자와 같이 그 시대를 경험했던 중장년들에게 아련함을 전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가을에 즐기기에 딱 적합한 예쁜 화면과 루시드 폴의 <보이나요>라는 노래의 여운이 계속 남는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해주며 아련한 첫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유열의 음악앨범>은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며 문득 사연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가을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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