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84> - 『新訂方藥合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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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84> - 『新訂方藥合編』②
  • 승인 2019.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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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동서고금, 신구지식의 旁通

전회에서 필자가 이 책이 황도연의 『의방활투』를 기본으로 구성으로 하였다고 설명한 것은 단지『방약합편』의 기존 체재에 몇 가지 새로운 것만 추가해 꾸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머리에 師傳脈經을 비롯하여 총설격의 내용을 배치하였는데, 여기에는 맥경, 症論 附隨症用藥(例), 種痘新法, 藥性綱領, 諸虛用藥例, 六陳良藥, 구급법, 救飢捷法 같은 부분을 차례로 열거해 놓았다.

◇ 『신정방약합편』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른 점은 목판본『방약합편』에서 의방활투의 상단부 1열에 자리 잡아 있던 약성가 부분을 별도로 떼어내서 총설부에 배치한 점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원래 의방활투에서 상중하 3통 분류한 처방편만 있던 것에다가 윗 단을 1칸 더 설정하여 약성가와 약성강령 등을 배열하여 『방약합편』본편을 이루었던 것인데, 이 『신정방약합편』에서는 다시 처방편만 3단으로 구분하고 약성가를 덜어내어 앞쪽 총설부에 포진시킴으로써 처방색인이 간편하고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렬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본편에 해당하는 의방활투편의 광곽 바깥에는 상란에 ‘方套’란 약칭으로 표시하고 상중하 3단에 각기 해당 면에 수록된 방제의 일련번호를 기재해 두어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해 놓았다. 주요방제 이후에도 상단에는 제상, 잡방, 제조 그리고 하단에는 服藥食忌, 임신금기, 痘瘡宜食物, 음식금기, 製藥禁忌 등 복약, 임신, 질병, 제약 및 음식상호간의 금기 등 제반 금기법에 대해 항목을 구분하여 전문적으로 기술해 놓았다.

가축병은 조선초 『신편집성우마의방』을 간행한 이후 간혹 『향약집성방』을 비롯한 구급이나 방역서와 함께 출간하였을 뿐, 별개로 편찬했다. 이 책에서 부록으로 덧붙여 펴낸 것은 다소 이색적이다. 마병진찰론부터 마부, 우병부, 우부, 경험방 순으로 수록했는데, 마병진찰론과 우병부가 말과 소병의 원인, 증상, 병리, 진단과 치법 강령을 서술한 총론부라면 마부, 우부는 처방과 복약법을 기술한 점이 다르다. 특히 마병진찰론에 병증마다 調理와 戒忌항을 두어 치료와 더불어 주의점과 조리법까지 상세히 논했다.

그 뒤로 石隱補遺方과 輪症霍亂自辛巳以後集驗方이 실려 있는데, 이 두 가지 부분은 여타 판본에도 공히 나타나는 내용으로 새로이 추가된 것이 아니다. 이어 등장하는 附錄西藥方(서문과 인용서목에서는 西藥方便으로 지칭)에는 호열자, 전간, 나병, 마진(홍역), 유행성감모(감긔), 매독, 농양, 임질, 심상안질, 적리, 습진, 객혈, 편두통, 간헐열, 치통, 개선, 촌백충, 蕁麻疹, 부인월경폐지, 소아간기 등에 대한 서양의학적 원인병리와 증상을 열거하였다.

특별히 이 서약방의 치료편에서는 약명을 淸國名과 日本名을 2가지로 나누어 병기하였다. 아마도 열강들로 둘러싸였던 대한제국 시절 외래지식들이 유입되어 정돈되지 못한 채 혼란스럽던 당시 상황을 전해주는 장면일 것이다. 서약방편에 대해서는 오래 전(11회) 이 코너에서 대강을 소개한 적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줄인다.

이 신판의 서문을 쓰고 역술자로 등장하는 崔承學은 대동보사에서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다른 한편 1919년 3.3일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여 대한독립을 주장하다가 피소되어 판결을 받은 동명의 최승학이란 인물이 검색되는데, 당시 29세의 나이로 기재되어 있다. 만일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이 책이 처음 나온 1908년이나 서문이 집필되는 시점인 1907년에 최승학은 불과 17~18세에 불과하여 서문을 짓고 책을 펴내기에는 이른 나이다.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가는 일에는 확인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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