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슈, 한의계 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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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이슈, 한의계 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
  • 승인 2019.09.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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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여성한의사의 경력개발에 미치는 젠더의 영향’ 연구 발표한 천세은 한의사

국제학술저널에 관련 연구 발표…장애요인으로 성별에 따른 편견 및 성정형화 등

 

[민족의학신문=청주, 박숙현 기자] 국제학술저널 BMJ Open은 지난달 여성한의사의 경력 개발에 젠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적 연구(Impact of gender on the career development of female traditional Korean medicine doctors: a qualitative study)를 주제로 한 논문을 게재했다. 여한의사들의 경력개발을 주제로 한 질적연구는 이 연구가 처음이다. 한의대 재학시절 시작했던 연구가 외국 학술지에 발표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그 연구에서 드러난 여한의사들의 상황은 어땠는지 1저자인 천세은 한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논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 논문은 여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뒤, 젠더가 여한의사들의 경력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한의사들은 한의대를 다니는 재학과정 중에 진로를 설계하고, 졸업 후 취업을 하는 등 경력과 미래를 계획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젠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연구는 내가 한의대 학생이던 당시 목동동신한방병원에서 학부생연구프로그램 과정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7년 가을 무렵부터 구상했던 연구는 점차 발전해나갔고, 지난해 1월 무렵에 IRB를 통과하면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면을 빌려 연구에 도움을 주었던 김현호 병원장에게 감사를 표한다. 원래 여성학 분야에 큰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관심과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이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한국의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국내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한국사회에 내용을 전하기에 유용하지 않나. 외국학술지에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국내학술지를 목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젠더이슈는 국내에 한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국외, 특히 의학계에서도 여성의료인이나 젠더와 관련된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결과적으로 내용이 한국이나 외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국외학술지에 연구를 발표해 이를 널리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차후에는 한국어로 발표할 계획도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한의계에 선행연구가 없었다는 점이 힘들었다. 다만 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주제의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의 레퍼런스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또한 질적연구였고, 당시에는 일선 한의사들을 많이 알지도 못하는 일개 학생이었기에 인터뷰 대상을 모집하는 것이 어려웠다. 학생신분으로 수업을 듣고 국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인터뷰 대상을 모집하는 것만 반 년 가량 소요됐다. 처음에는 아는 교수나 선배한의사를 위주로 알음알음 인터뷰를 진행했고, 또 이들에게 추천을 받으며 인터뷰 대상들을 모집해나갔다. 여한의사회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10명의 여한의사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연구를 통해 드러난 여한의사의 경력개발 장애요인은 어떤 것이 있나.

여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한의계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의료계는 남성이 다수를 이루는 집단이고, 이에 전통적으로 의사는 남성이거나 남성에게 더 적합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한의사에 대한 기존의 동료나 환자집단의 신뢰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여한의사들은 성정형화를 겪고 있었다. 성정형화란 취업 등의 과정에서 선택이 개인의 기호가 아니라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면서 특정분야에 특정성별이 쏠려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의계 뿐 아니라 의료계에는 전공에 따라 특정성별이 많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혼여성들의 경우에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 등의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연구를 위해 진행했던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특별히 놀라운 내용은 없었기에 기억에 남는 특정한 사례는 없었다. 기존의 외국연구나 다른 사회과학분야의 연구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었다. 한의계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처음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을 뿐이다. 정확히 여한의사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뷰 대상들의 목표가 변하는 것이었다. 한의대에 다니거나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한의사로서의 목표와 이상이 컸는데 점차 목표가 수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나이를 먹고 현실을 겪으며 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 현존하는,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할 장애로 인해 이상이 바뀌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최근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남성 연사로만 구성된 학술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전히 남성들이 주류인 의학계에 대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의학계열에서 젠더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중심의 연구결과는 여성에게 잘 적용이 되지 않아 연구대상에 있어서도 젠더가 중요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젠더는 의학계열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젠더관련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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