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8체질] 勞心焦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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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8체질] 勞心焦思
  • 승인 2019.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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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자연계에 있는 동식물의 라이프 사이클은 생존(生存)과 번식(繁殖), 이 두 가지가 전부이다. 먹이를 섭취해서 살아남아야 하고, 후세(後世)를 생산해야 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이 두 가지에 더해서 욕심(慾心)이 있다. 인류 역사 속의 수많은 현인(賢人)들이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바로 인간으로서 욕심을 절제하고 살기가 무척 어렵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 출발은 아마도 애초에 현인들의 반성문이었을 것이다.1)더 먹기 위해서, 쾌락을 위해서, 많이 갖기 위해서,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해서, 빛나 보이기 위해서, 남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2018년에 사상인(四象人) 병증론(病證論)을 공부하다가 노심초사를 발견했다.

노심초사(勞心焦思)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구성한 한자의 기본적인 의미대로 읽어 보면 ‘마음으로 힘쓰고 생각을 태우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면,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이라고 나온다. 애는 ‘초조(焦燥)한 마음속’이라고 풀었다. 그러니 노심초사는, 생각(思)에 사로잡혀 속으로 몹시 마음(心)을 써서(勞) 마치 심장(心)이 마르고 타들어가게(焦) 하는 것이다.

 

[1] 出典

노심초사의 출전은 노심과 초사가 각각 다르다.

노심(勞心)은 『孟子』 「藤文公上」에 나온다.2) 여기에서 노심은 노력(勞力)과 대구를 이루고 있다. 마음을 쓰는 사람은 힘을 쓰는 사람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사람은 마음을 쓰는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으로, 사회가 그렇게 분업(分業)하는 것이 세상의 보편적인 원리라고 말한 것이다. 이때의 노심은 ‘고민을 많이 한다’라기보다는 육체노동에 상대되는 정신노동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초사(焦思)는 『史記』 「越王句踐世家」에 나온다.3) 초사(蕉思)는 고신(苦身)과 묶여 있는데,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고사성어에서 상담(嘗膽)이 유래한 문장에 함께 들어 있는 구절이다. 월왕 구천이 자신의 몸을 일부러 불편하게 하고, 쓸개를 맛보면서 복수할 의지를 불태우는 태도로, 생각을 치열하게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노심과 초사가 각각 시작될 때는 그리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았다.

 

[2] 病證論

『동의수세보원』의 병증론에 노심초사는 네 번 등장한다. 소음인편에 한 번, 소양인편에 한 번, 태음인편에는 두 번 나온다.4)

1) 소음인 표열병론(少陰人 腎受熱表熱病論)

嘗治少陰人十一歲兒 汗多亡陽病 此兒勞心焦思 素證有時以泄瀉爲憂 而每飯時汗流滿面矣

일찍이 소음인 11세 아이의 땀이 많이 나는 망양병을 치료한 적이 있다. 이 아이는 늘 노심초사했고, 평소의 증상이 때때로 설사하는 것이 걱정이었고,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땀이 흘러 얼굴을 뒤덮었다.

이 아이는 평소 노심초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노심초사는 이 아이의 성격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 소음인이므로 이 아이의 노심초사는 불안정지심(不安定之心)과 연관되어 선택과 결정의 과정에서 주로 표출되었을 것이다.

2) 소양인 이열병론(少陽人 胃受熱裡熱病論)

平心靜思 則陽氣上升輕淸 而充足於頭面四肢也 此元氣也 淸陽也 勞心焦思 則陽氣下陷重濁 而鬱熱於頭面四肢也 此火氣也 耗陽也

마음이 평안하고 생각이 안정되면 양기가 경청하여 상승해서 머리와 얼굴 그리고 손발에 충만해진다. 이것은 원기이고 맑은 양기다. 그런데 마음이 고단하고 생각이 초조하면 양기가 중탁하여 하함해서 머리와 손발에 열이 쌓인다. 이것은 화기이고 양기가 소모되는 것이다.

노심초사는 원기인 맑은 양기의 상승을 방해해서 양기가 중탁해지고 화기(火氣)가 만들어진다. 노심초사는 평심정사(平心靜思)와 대구를 이루고 있다. 두면사지(頭面四肢)에 열(熱)이 울(鬱)하는 원인이다.

3) 태음인 표한병론(太陰人 胃脘受寒表寒病論)

太陰人病 寒厥六七日 而不發熱不汗出則死也 寒厥二三日 而發熱汗出則輕證也 寒厥四五日 而發熱得微汗於額上者 此之謂長感病 其病爲重證也 此證原委勞心焦思之餘胃脘衰弱 而表局虛薄不勝寒 而外被寒邪所圍

태음인의 한궐5)이 6, 7일 지속되면서 발열이 생기지 않고 땀도 나지 않으면 죽는다. 한궐이 2, 3일 지속되다 발열과 땀이 나면 경증이다. 한궐이 4, 5일 지속되다 발열하면서 이마 위에 약간 땀이 나면 이것을 장감병이라 부른다. 중증이다. 이 병증은 원래 노심초사 끝에 위완이 약해지면서 표국이 엷어져 한사를 이기지 못하고 포위된 것이다.

노심초사가 위완수한(胃脘受寒)의 원인이다. 그래서 장감병(長感病)이 발생한 것이다.

4) 태음인 이열병론(太陰人 肝受熱裏熱病論)

凡太陰人 勞心焦思屢謀不成者 或有久泄久痢 或淋病小便不利 食後痞滿 腿脚無力病 皆浮腫之漸 已爲重險病 而此時已浮腫論 而蕩滌慾火恭敬其心 用藥治之可也

무릇 태음인이 노심초사하고 계속해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만성 설사나 이질이 생기기도 하고 임질이나, 소변불리, 또는 식후비만, 퇴각무력병이 생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다 부종으로 진행하는 이미 중험한 상태의 병들이다. 이때부터 부종의 범주로 다루어야 한다. 욕화를 씻어내고 마음을 공경히 하며 용약하고 치료해야 한다.

태음인이 노심초사하면서 도모하는 일이 계속 성사되지 않으면, 만성설사, 이질, 임질, 소변불리, 식후비만, 퇴각무력병이 생긴다. 노심초사하면서 도모하는 일이 계속 성사되지 않으면 욕화(慾火)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중험한 병증인 부종으로 진행하는 제반 증상들을 유발한다.

소음인 표열병론에서 노심초사는 한다망양병을 가진 11세 아이의 평소 성격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었고, 소양인 이열병론에서는 노심초사가 울열(火氣)을 만들어 모양(耗陽)이 된다고 하였다. 태음인의 표한병증과 이열병증에서 모두 노심초사가 구체적인 병증과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3] 慾火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노심초사한다. 애국하는 인사가 조국(祖國)의 안위를 위해서 노심초사한다. 이런 용례도 있긴 하지만, 자신에게 잘못된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노심초사에 어울리는 특정한 체질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노심초사해 본 사람만이 노심초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심초사는 평소 걱정이 많고 심장이 잘 흥분되는 성향으로 자주 조급해지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마음이 차분하고 촉촉한 사람은 쉽게 조급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사람에게는 노심초사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노심초사는 감수성이 풍부한 목음체질에게서 잘 일어날 수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므로 사소한 걱정거리가 생겨도 그냥 넘기지를 못한다. 그리고 걱정의 크기를 실제보다 더 부풀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더 마음이 쓰인다.(勞心) 그리고 노심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결국엔 마음을 졸이게 된다. 애를 태우는 것이다.(焦思)

1992년에 처음 개원을 준비하던 때다. 서른 살이었다. 사회 경험도 많지 않았다. 개원을 위해 준비한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인수가가 낮게 나온 한의원을 골라서 보고 있었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개원하여 실패할 위험성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연세 많은 노련한 원장님과 인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개원 전부터 두 달 정도 밥맛을 잃었다. 그랬더니 어느날 아침에 머리카락이 듬뿍 빠져버린 것을 보았다. 족히 100가닥도 넘었다. 그런 날이 지속되었다. 당시 내 탈모는 노심초사에 이은 욕화(慾火)의 발생과 영양섭취 불량이 결합된 결과일 것이다.

『임상 8체질의학 Ⅲ』를 만들 때다. 책을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걱정과 고민을 계속 하다가, 2017년과 2018년 연말연초에 하루 휴가를 더 내고, 3일간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온전히 원고작업에 집중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후에 바로 독감에 걸렸다. 침을 계속 맞았는데도 체질침이 내 몸에 먹히지를 않았다. 원고 작업하면서 병과 싸울 힘까지 다 소모해버렸던 것이다. 꼬박 앓을 수밖에 없었다. 노심초사하면 몸을 지탱하는 면역체계가 흔들려서 체질적으로 취약한 곳으로 먼저 틈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그 상황을 노리고 외부에서 사기(邪氣)가 침범한다. 위에 태음인 표한병론에서 나온 것과 같이 목음체질에서 취약한 부분인 위완(胃脘)이 수한(受寒)한 것이다.

평소 노심초사하는 성향의 사람이, 경험 축적의 결과로든 수련과 수행의 깨달음을 통해서든 노심초사가 몸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노심초사가 지속되는 정도나 심도(深度)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노심초사하게 되려는 순간 스스로 그것을 타파하고 벗어날 수 있는 판단과 결단력을 갖출 수 있다면, 그가 진실로 강건(剛健)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1) 정용재 『동의수세보원』 글항아리 2018. 1. 8.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3) 고사성어백과사전 http://www.subkorea.com/xe/gosa/33807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이런 의미에서 나는 『동의수세보원』이 동무 이제마의 거대한 반성문(反省文)이라고 생각한다.
2) 故曰 或勞心或勞力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天下之通義也
혹 마음을 수고롭게 하기도 하고, 힘을 수고롭게 하기도 하는데,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당한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사람은 남을 먹여주고, 남을 다스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얻어먹는 것이 세상에 통하는 보편적인 원리이다.
3) 吳旣赦越 越王句踐反國 乃苦身蕉思 置膽於坐 坐臥卽仰膽 飮食亦嘗膽也

오나라가 이미 월나라의 구천을 풀어주자 월왕 구천이 나라로 돌아와서, 이에 몸을 수고롭게 하고 속을 태우면서,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쓸개를 놓아두고 앉거나 누우면 쓸개를 바라보았으며 먹거나 마실 때 또한 쓸개를 맛보았다.
4) 이하의 『東醫壽世保元』 인용문 번역은 정용재의 『동의수세보원』을 참고했다.
5) 이때 한궐(寒厥)은 궐냉(厥冷)이 아니고, 오한(惡寒)만 있고 발열(發熱)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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