惠庵 姓名의 採錄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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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庵 姓名의 採錄에 관한 연구
  • 승인 2019.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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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mjmedi@mjmedi.com


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황도연 (41)

Ⅰ. 서론

저서의 서문에는 저자의 姓名과 號가 함께 나오거나 최소한 姓名은 적혀 있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惠庵은 그의 저서 서문에 모두 惠庵題로 하였고 姓名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후대인들은 惠庵의 성과 이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혜암의 이름을 황도순 또는 황도연이라 기록한 사람들도 道와 度, 純과 淳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많은 오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惠庵의 姓名이 어떻게 採錄되어 왔는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Ⅱ. 본론

採錄 과정에서 庵과 菴, 道와 度, 純과 淳처럼 같은 발음으로 인한 誤字는 고려하지 않고 표 1에 묶어서 정리하였다.

그림 1. 의 惠庵

1. 혜암으로 採錄

1884년 惠庵이 사망한 후 惠庵에 대해 가장 먼저 채록한 사람은 1896년의 Maurice Couran인데 醫方活套內附鍼線 항목에서 “par Hyei am,”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라 하여 Hyei am(惠庵)이 지은 것이라고 하였으나 姓名에 대한 언급이 없다(그림 1). 이후 金海秀의 <萬病萬藥> 歷代醫學姓氏 항목에도 “惠庵 著醫方活套”라 하여 惠庵의 姓名에 대한 기록이 없다.

 

2. 황혜암으로 採錄

그림 2. 시조 消火丹(大韓每日申報)

惠庵을 黃惠庵으로 부른 가장 최초의 기록은 1909년 大韓每日申報의 기사이다. 1월 8일자 1면에 消火丹이라는 詞藻가 있는데 “胸中에 불이 나셔 五臟이 다 간다 黃惠庵을 에 맛나 불 藥을 무러보니 憂國으로 난 불이니 復國면”이라고 나온다(그림 2).

또한 1930년 中村榮孝가 작성한 <事大紀行目錄>에는 “燕行日記 黃惠菴 寫 一 憲宗一五 道光二九 一八四九 藤塚城大敎授”라고 기록되어 있다.

1964년 崔衡鍾은 大韓漢醫學會誌 기고에서 “漢醫學分野의 著書를 살펴 보면 (중략) 時種通編(李鍾仁), 醫宗損益 및 方藥合編(黃惠庵)……”이라고 했는데, <時種通編>의 저자는 李鍾仁이라고 한데 비하여 <醫宗損益> 및 <方藥合編>의 저자는 黃惠庵이라 한 것이 특이하다.

 

3. 황도순으로 採錄

세브란스 연합의학교 의사였던 Newton H. Bowman은 1915년 <The History of Korean Medicine>에서 <方藥合編>의 저자가 황도슌黃道淳이라고 밝히고 있다. 1921년 <朝鮮總督府圖書目錄(朝鮮版)>에는 <醫宗損益> 항목에서 “十二卷 七冊 黃道淳著”라고 기록되어 있고, 1932년 <朝鮮圖書解題>에는 <新式儒胥必知>를 소개하면서 “黃泌秀 號は 惠菴, 昌原の人 都正 道淳の子なり···”라고 하여 黃泌秀는 都正을 지낸 黃道淳의 아들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1934년 前間恭作의 <古鮮冊譜>에는 <醫宗損益>과 <醫方活套>의 저자를 黃道淳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968년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韓國古書綜合目錄>에는 <醫宗損益及附錄> 항목에서 “黃道淳 編. 寫本 7冊”이라고 하였고, 1972년 <韓國學大百科事典>에는 <醫宗損益> 항목에서 “혜암(惠庵) 황도순(黃度純)이 지은 의약서”라고 기록되어 있다.

 

4. 황도연으로 採錄

惠庵을 黃度淵이라고 가장 먼저 채록한 사람은 三木榮이다. 三木榮은 1935년 <朝鮮醫籍考>, 1956년 <朝鮮醫書誌>, 1963년 <朝鮮醫學史及疾病史>에서 惠庵의 저서를 모두 黃度淵 撰이라 하였다. 김두종 또한 1966년 <韓國醫學史(全)>에서 “黃度淵의 號는 惠庵인데 純祖7年(1807年)에 生하였다”라고 기록하였다.

 

그림 3. 朴泰輔의 시조

Ⅲ. 고찰

저자의 姓名이 號와 병기되어 있는 경우 저자의 이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號만 적혀 있는 경우는 저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惠庵의 경우 본인의 姓氏조차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학자들은 그의 姓氏와 이름 모두를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면서 採錄하게 된다.

1909년 大韓每日申報 詞藻에 黃惠庵이 등장하는데 당시 나라 잃은 설움으로 火病이 생긴 것을 名醫인 黃惠庵에게 물어보고자 한 내용으로, 당시 사람들에게는 惠庵이 黃惠庵으로 널리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시조의 원조는 朴泰輔(1654∼1689)한테서 찾을 수 있다. 朴泰輔는 “胸中에 불이 나니 五臟이 다간다 神農氏 꿈의 보와 불 약□ 올上러보니 忠郞과 慷慨로 난 불이니  藥업다 더라”고 읊었는데1), 神農氏 대신 黃惠庵이 들어간 셈이다(그림 3).

최근 구현희2)에 의해 일본 동양문고 소장의 <燕行日記>2)가 惠庵이 黃度淵으로 改名하기전 1849년에 저술한 것임이 밝혀졌다. 中村榮孝3)가 1930년에 작성한 <事大紀行目錄> 속에는 “燕行日記 黃惠菴 寫 一 憲宗一五 道光二九 一八四九 藤塚城大敎授”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藤塚城大敎授는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던 藤塚鄰을 말하는데 藤塚鄰의 소장도서이거나 그가 채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이 <燕行日記>가 黃惠菴이 寫한 것이라는 中村榮孝의 연구에 대해서 조사하였으나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中村榮孝는 <燕行日記>의 저자 黃惠翁이 惠菴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사하였는데 이에 대한 해답을 大韓每日申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즉 惠庵은 1909년 당시 백성들에게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인한 火病까지도 고쳐줄 것으로 기대되는 조선 제일의 名醫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中村榮孝은 <燕行日記>를 지은 黃惠翁이 바로 조선 후기의 黃惠菴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자연스럽게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惠庵의 姓名이 黃道淳으로 採錄된 연유는 당시 사람들 중에 惠庵이 개명하기 전 이름이 黃道淳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1915년에 Bowman이 惠庵의 姓名을 황도슌黃道淳으로 채록할 때뿐만 아니라, 1934년에 前間恭作이 採錄할 당시까지도 당시 사람들은 惠庵이 改名한 줄도 모르고 惠庵의 姓名을 黃道淳이라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惠庵의 姓名이 黃度淵이라고 가장 먼저 채록한 사람은 三木榮인데 三木榮은 惠庵이 黃度淵임을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서 필자는 惠庵의 姓名 採錄 시기에 주목한다. 즉 Bowman이 황도슌黃道淳으로 採錄할 때는 1915년으로 惠庵이 改名한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때이고, 三木榮이 수소문한 결과 黃度淵으로 採錄할 때는 <朝鮮醫籍考> 간행연도를 기준으로 고려할 때 1935년으로 세상 사람들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이제는 惠庵이 黃度淵으로 改名하였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는 방증인 것이다.

이상의 연구 결과 惠庵이 어느 저서에서도 姓名을 전혀 밝히지 않아 후대 학자에 의해 惠庵의 姓名이 황혜암, 황도순, 황도연 등 다양하게 採錄되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1909년 大韓每日申報에 실린 惠庵의 사료와 같이 惠庵의 姓名과 관련된 일제강점기의 惠庵 사료에 대한 연구를 기대한다.

 

Ⅳ. 결론

惠庵의 姓名 採錄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惠庵의 姓名은 황혜암, 황도순, 황도연 등으로 채록되었다.

2. 혜암 또는 황혜암 이름은 1896년 모리스 꾸랑으로부터 채록되었으며, 1964년 최형종의 독후감에까지 나타난다.

3. 황도순 이름은 1915년 Bowman으로부터 채록되었으며, 이후 몇 가지 서적에서 나타난다.

4. 황도연 이름은 1935년 三木榮으로부터 기록되기 시작하였다.

<참고문헌>

1. 李衡祥, 甁窩全書 樂學拾零,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http://yoksa.aks.ac.kr/jsp/aa/ImageView.jsp?aa10up=&aa10no=kh2_je_a_vsu_55023_001&aa20no=55023_001_0011&pageid=32a).

2. 구현희, 황도순 수택본(手澤本) 『연행일기(燕行日記)』의 발굴과 의의, 한국의사학회지, 2018:31(2):17-26.

3. 中村榮孝, 事大紀行目錄, 靑丘學叢, 1930:1:184.

4. 김호, 醫史學者 三木榮의 생애와 朝鮮醫學史及疾病史, 의사학, 2005:14(2):101-122.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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